브라질 대법관,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자산·계좌 동결 명령

상파울루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STF)의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이 2025년 7월 20일(토) 비공개 결정을 통해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의 예금계좌와 동산·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즉각 동결하도록 명령했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이 인용한 CNN 브라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토요일에 내려졌으나 언론에는 21일(월) 처음 확인됐다. *이로써 전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차남이자 현직 연방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 의원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모든 금융·실물 자산에 대한 처분 권한을 상실했다.


이번 조치는 대법원이 피의자·피조사자의 증거 인멸·자금 은닉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강제수단이다. 브라질에서 ‘계좌 동결(bloqueio de bens)’은 은행·증권사·가상자산 거래소 등에 예치된 현금과 유가증권뿐 아니라 차량·부동산·지분 등도 포괄한다. 한국의 ‘가압류’ 절차와 유사하지만, 형사수사 단계에서 사법부가 직권으로 명령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아버지 자이르 전 대통령을 위한 국제적 지지기반 구축 차원에서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다”
— CNN 브라질 보도 중

해당 발언은 워싱턴 현지 소식통을 인용했으나, 체류 목적 외에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최고사법기관이다. 11명의 대법관이 헌법·공직선거·형사사건 등 국가적 중대 사안을 심리·판단한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최근 몇 년간 허위정보(Fake News)·선거 관련 사건에서 강도 높은 수사 명령을 내려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았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40)는 2014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네 차례 연속 재선에 성공한 보수성향 정치인이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2020년에는 브라질-미국 관계 강화를 위한 ‘전략적 동맹 촉진’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극우 유튜브 채널·SNS를 통해 강경 보수 지지층과 활발히 소통해 왔다는 점에서 아버지와 행보가 유사하다.

자산·계좌 동결은 당사자의 해외체류 여부와 무관하게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은행은 사법당국 통지 24시간 이내에 동결 내역을 법원에 보고해야 하며, 불이행 시 과태료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피동결자는 추후 항고를 통해 일부 생활비·변호사 비용에 한해 제한적 인출을 허가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에두아르두 의원이 어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지는 비공개 상태다. 브라질 법 절차상, ‘수사 기밀( segredo de justiça )’이 적용되면 피의사실뿐 아니라 결정문 전체가 대외 비공개될 수 있다. 그러나 계좌 동결 사실만으로도 조사 범위가 경제적 이득·자금흐름과 직접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용어 설명
1 STF(Supremo Tribunal Federal) : 브라질 헌법 및 연방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지닌 최고법원.
2 계좌·자산 동결 : 금융기관이 피조사자의 예금·주식·채권·기타 자산을 동결해 인출·매매·양도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조치.
3 비공개 결정(confidencial) : 법원 결정문이 기밀로 분류돼 대중에게 즉시 공개되지 않는 절차.

이번 결정으로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의 정치·외교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산이 묶인 상태에서 해외 정치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비용 조달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 정부·의회 내 야권은 이번 동결을 계기로 보우소나루 일가에 대한 사법적 압박이 한층 강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제8일 폭동’(2023년 1월 8일)과 관련해 지지자들의 의회·대법원 난입 사태를 방치했다는 의혹으로 다수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일각에선 에두아르두 의원 또한 관련 자금 흐름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수사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브라질 정치권은 이번 사안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당계 의원들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평가한 반면, 보우소나루 지지세력은 “과도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결정문이 비공개이므로 구체적 증거가 일반에 드러날 때까지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브라질 검찰청(Ministério Público Federal)이 어떤 구속수사나 기소 절차를 검토 중인지 공식 발표는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수주 내 추가 영장 또는 청문회 소환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만 나오고 있다.

전문가 시각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가 미 의회 및 싱크탱크를 상대로 보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점에 자산이 동결된 것은 외교적 영향력 행사에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브라질 법학자들은 “증거 확보 전 은닉 방지를 위한 선제 조치일 뿐, 최종 유죄·무죄 판단과는 별개”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향후 수사 결과와 법원 판단이 공개되면 브라질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보우소나루 일가 평가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