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로이터) – 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STF)의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신이 소속된 2인 합의부의 주심 자격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을 조속히 잡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법원 문서에서 확인됐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라이스 대법관은 해당 요청서를 크리스티아누 자닌 대법관에게 전달했다. 자닌 대법관은 합의부 의장이자 일정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 내부에서는 빠르면 올해 안에 정식 공판 절차가 개시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라이스 대법관이 감독하는 이번 사건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군부 및 정치권 일부 세력과 공모해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혐의를 다룬다.
“보우소나루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재판 일정 편성 요청의 의미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11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며, 특정 사건은 통상 2~3인 규모의 소합의부가 1차로 심리한다. 합의부 의장은 심리 순번과 변론 일정, 판결 선고일을 확정할 권한이 있다. 이번에 모라이스 대법관이 자닌 의장에게 ‘즉각적 일정 확정’을 서한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은 재판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모라이스 대법관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2023년 1월 의사당 폭동 사태, 가짜뉴스 유포 등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다수 담당해 왔다. 그가 잇달아 ‘군사 쿠데타 모의’ 사건까지 챙기면서, 브라질 사법부 내에서 대통령 재임 중 벌어진 각종 의혹의 ‘핵심 담당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데타 모의’란 무엇인가?
쿠데타(coup d’état)는 무력을 포함한 불법적 수단으로 합법 정부를 전복하려는 모든 시도를 뜻한다. 국제법 및 각국 형법에서는 대체로 ‘국가질서 파괴죄’ 또는 ‘반헌법 행위’로 규정된다. 브라질 형법 제359조 계열에서도 민주헌정질서 파괴는 중대 범죄로 분류돼 있으며, 유죄 판결 시 최대 30년의 자유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 형량은 참여 정도·결과 발생 여부·정치적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진다.
향후 절차
자닌 의장이 일정안을 마련해 합의부에 회람하면, 검찰 및 변호인단 의견 청취를 거쳐 구두 변론과 증인 신문 기일이 차례로 확정된다. 그 뒤 재판부는 ‘표결 보고서’를 작성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거나, 합의부 선에서 직접 판결을 선고할 수도 있다. 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사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되는 절차이며, 후자는 증거관계가 비교적 명확할 때 채택된다.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경우 브라질 대법원은 11명 전원이 공개 심리를 진행한다. 판결은 다수결로 결정되며, 과반인 6명 이상이 유죄 의견을 내면 형이 확정된다.
정치·경제적 파장
브라질 정치권은 물론 국제 사회도 이번 재판의 결과와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 분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법원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한다면, 민주주의 회복과 법치 확립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브라질 증시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잠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사건 자체가 아직 ‘일정 확정 요청’ 단계이므로, 단기적인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 시각
상파울루 가톨릭대학(PUC-SP) 헌법학과 마르셀루 바르보자 교수는 “대법원이 신속히 일정을 잡는다 해도, 실제 심리와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러나 일정 편성 자체가 정치·사회적 신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리우연방대(UFRJ) 정치학과 아나 프레이타스 교수는 “보우소나루 지지층 결집을 자극할 수도 있다”며 재판 일정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긴장 가능성을 지적했다.
전망과 과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 체류, 군부 연루 의혹 등 여러 쟁점에서 꾸준히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헌법적 권리와 정치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재판부가 법적 증거에 기초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브라질 민주주의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