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주초 급등세를 보였다. ICE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4.15센트(+1.39%) 오른 1파운드당 3.02달러에 마감했고, ICE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30달러(+4.03%) 상승한 톤당 3,3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급등은 브라질 주요 산지의 우박 피해 가능성과 대(對)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파생 중개회사 석덴 파이낸셜(Sucden Financial Ltd)은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지역에 강력한 우박 폭풍이 발생해 일부 커피 농작물이 손상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과 브라질이 이번 주 금요일까지 무역 협상에 실패할 경우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 물량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 커피 가격은 더욱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펀드들이 로부스타 선물에서 과도한 숏(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숏 커버링 랠리가 발생할 경우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 – ICE 유럽선물거래소 보고서
ICE 유럽선물거래소가 7월 22일까지 한 주간 로부스타 커피 순매도 규모가 3,334계약 늘어나 총 4,628계약(2년 만의 최대 수준)에 달했다고 밝힌 점도 숏 커버링 기대를 자극했다.
수확 진척도는 여전히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라질 컨설팅업체 사프라스 & 메르카도(Safras & Mercado)는 7월 23일 기준 2025/26년 커피 전체 수확이 84%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81%)과 5년 평균(77%)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품종별로는 로부스타가 96%, 아라비카가 76% 수확을 마쳤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쿠스페(Cooxupe)도 7월 18일 기준 회원 농가 수확률이 59%라고 전했다. 생산 확대 기대는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한편, ICE가 집계하는 로부스타 재고는 7월 28일 7,029로트로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약세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아라비카 재고는 80만 326포대로 3.25개월 최저치로 감소했다.
기상 상황도 혼재돼 있다. 기상서비스 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7월 26일까지 한 주간 미나스제라이스에 평균치 대비 200% 이상인 3.5㎜의 비가 내렸다고 보고했다. 이로 인해 토양 건조 문제가 일부 해소돼 가격에는 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질 커피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카페(Cecafe)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브라질산 생두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 아라비카(-27%)와 로부스타(-42%) 모두 크게 줄었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USDA) 외국농업서비스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브라질 커피 생산이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역시 같은 기간 +6.9% 증가한 3,100만 포대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이다. 그러나 2023/24년엔 가뭄 탓에 생산량이 -20% 감소한 147만 t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수출량도 전년 대비 -17.1% 줄어든 135만 t였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3월 12일 2024/25년 생산 전망을 기존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베트남 통계청은 7월 7일 올해 1~6월 커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USDA가 6월 25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도 공급 확대 전망을 강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26년 전 세계 커피 생산은 1억 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 생산은 +7.9% 증가한 8,165만 포대다. 기말 재고 역시 2,281만 9,000포대(+4.9%)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원두 트레이딩 기업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공급 부족이 850만 포대에 달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550만 포대)보다 부족 폭이 더 크다.
※ 용어 풀이
• 아라비카(Arabica) : 고지대 재배로 풍미가 뛰어나며 전 세계 커피 소비의 60%를 차지한다.
• 로부스타(Robusta) : 평지 재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다. 인스턴트·에스프레소 블렌드에 주로 사용된다.
• ICE : 미국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의 약자로, 농산물·에너지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국제 선물거래소다.
• 숏 포지션 : 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으로, 이후 가격 상승 시 손실이 발생한다.
• 숏 커버링 : 숏 포지션을 되갚기 위해 매수에 나서는 현상으로,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개인 의견
현재 커피 시장은 기상 변수와 정책 변수, 그리고 펀더멘털(수급) 요인이 얽힌 복합 국면이다. 우박 피해와 관세 이슈가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브라질·베트남의 생산·수확 속도, 재고 증가세는 중장기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라면 브라질 무역 협상 결과와 8~9월 파종기 기상 패턴, ICE 재고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부스타 시장에서는 과도한 숏 포지션이 잔존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에 대해 필자는 직·간접적인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