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엇갈렸다. 30일(현지 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일 대비 -1.21% 하락한 -3.60센트를 기록한 반면, 런던 ICE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76%(+59달러) 상승하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아라비카 가격 하락세는 브라질산 원두에 대한 50% 관세 부과 가능성이 완화됐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윌버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전날 “브라질 커피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해 공급 차질 우려를 즉각 진정시켰다.
1 글로벌 원두 시장에서 브라질은 아라비카 최대 생산국이며, 관세 부과만으로도 국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로부스타 급등 배경 ― 베트남 ‘폭염’
로부스타 커피(카페인 함량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기상예보 기관들은 이번 주 베트남 중남부 커피 벨트에 비 예보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생산량 감소와 수확 지연이 불가피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베트남은 세계 로부스타 공급의 40%가량을 차지한다.
투기적 공매도 포지션도 가격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ICE 유럽이 7월 22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들은 로부스타 선물 순매도 규모를 3,334계약 늘려 총 4,628계약으로 확대했다. 이는 2년 만의 최대치로, 단기적 쇼트커버링 랠리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브라질 수확 진척률 ― 공급 부담 가중
2 브라질 주요 협동조합 쿠스페(Cooxupé)는 7월 25일 기준 조합원 수확률이 67%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 사프라스&메르카도(Safras & Mercado)는 같은 기간 2025/26 시즌 브라질 전체 수확률이 84%라고 추정했다. 로부스타가 96%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이고, 아라비카는 76%까지 진행됐다.
수급 측면에서도 ‘풍년’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서비스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브라질 생산량을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60kg 기준)로, 베트남 생산량은 6.9% 증가한 3,100만 포대로 예측했다. FAS는 또 세계 생산량이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在庫(재고) 지표 ― 아라비카 감소 vs 로부스타 증가
ICE 관리 재고 수준도 엇갈리고 있다. 7월 29일 기준 로부스타 재고는 7,029 Lot로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아라비카 재고는 79만1,842포대로 3.5개월 최저치까지 줄었다. 이는 두 품종 간 가격 괴리를 더욱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동향 및 기후 변수
6월 브라질 그린커피(생두) 수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 품종별로 아라비카가 27%, 로부스타가 42% 급감했다. 세카페(Cecafe)는 재고 관리와 물류 병목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베트남은 2023/24 작황이 -20% 후퇴하여 147만2,000톤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2025년 상반기 수출은 94만3,000톤으로 4.1% 증가해 수출 회복 조짐도 감지된다.
시장 전문가 시각
“아라비카는 관세 이슈가 사라진 만큼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브라질 내륙 물류비·환율 변동이 변수로 남아 있다. 로부스타는 베트남 기상 여건이 최대 불확실 요인이다.” — 서울 소재 한 커피 원료 수입업체 트레이더
스위스 무역업체 볼카페(Volcafe)는 2025/26 시즌 아라비카 공급 부족이 850만 포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5년 연속 수급 적자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커피 수요 확대와 기후변화 리스크가 겹쳐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아라비카(Arabica) vs 로부스타(Robusta) — 아라비카는 고산지에서 재배되며 향이 복합적이고 신맛이 강하다. 전 세계 고급 스페셜티 커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로부스타는 저지대에서 재배되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 쓴맛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드용으로 쓰인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 런던과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상품거래소로, 커피·코코아·설탕 등 소프트커머디티 선물을 상장·청산한다.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 — 공매도 포지션을 되갚기 위해 매수로 전환하는 행위. 매도 세력이 대거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종합하면, 관세 리스크 완화와 수확 진척은 아라비카 하락 요인, 베트남 가뭄과 펀드 쇼트 포지션은 로부스타 상승 요인으로 각각 작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아라비카 공급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상·통화정책·물류비 등 복합적인 변수에 따라 품종 간 가격 격차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ICE 관리 재고 흐름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원두 수입업체는 재고 구조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소매 커피가격 인상분이 아직 완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은 만큼, 하반기 국내 커피업계 가격 정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