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31일(현지시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장 대비 +2.40센트(+0.82%) 오른 1파운드당 2.9480달러에,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0달러(-0.29%) 내린 톤당 3,494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 시점을 1주일 연기하면서 아라비카 시장에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커피를 관세 면제 품목으로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 브라질산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선물거래소(ICE)가 관리하는 아라비카 커피 재고도 가격 상승 재료다. 31일 기준 ICE 인증 아라비카 재고는 770,621포대로 감소해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ICE 로부스타 재고는 7월 28일 7,029로트로 1년 만의 최고치에 올라 로부스타 가격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베트남 기상 악재도 로부스타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최신 예보에서 베트남 중남부 커피 벨트에 예정됐던 비 소식이 사라지자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의 수확량 감소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과도한 숏 포지션에 몰려 있던 펀드들이 언제든지 숏커버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ICE 유럽은 7월 22일 기준 펀드 순숏 규모가 전주 대비 3,334계약 늘어난 4,628계약으로, 2년 만의 최대치라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의 본격적인 수확 진행은 전반적인 커피 가격을 억누르고 있다. 브라질 최대 생산·수출 협동조합인 Cooxupé는 7월 25일 자사 회원 농가의 수확률이 67%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23일 기준 브라질 2025/26년 작황이 84% 완료돼 전년 동기 81%와 5년 평균 77%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로부스타 수확이 96%, 아라비카 수확이 76% 진행됐다.
“공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하반기 커피 시장의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 브라질 현지 애널리스트
지난 3개월간 커피 선물가격은 공급 확대 전망에 밀려 급락했다. 이달 초 아라비카는 8개월래, 로부스타는 1년 3개월래 최저가로 후퇴했다.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브라질 커피 생산이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 베트남 생산은 6.9% 늘어난 3,100만 포대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주요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 주가 7월 셋째 주 3.5㎜의 강우를 받으면서 가뭄 우려가 완화된 점도 가격에 부정적이다. 이는 평년 대비 20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수출지표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Cecafé)는 6월 브라질산 원두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였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아라비카는 27% 줄어든 180만 포대, 로부스타는 42% 급감한 47만 6,334포대였다.
반면 베트남 통계총국(GSO)은 2025년 1~6월 베트남 커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94만 3,000톤이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 탓에 2023/24년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47만 2,000톤으로 4년 만의 최저치였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올해 3월 12일 2024/25년 생산 전망치를 종전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수급 전망과 구조적 적자
USDA FAS는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을 2.5% 늘어난 1억 7,868만 포대로 예상했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줄어들 것으로, 로부스타는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기말 재고는 2,181만 9,000포대로 4.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스위스 커피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글로벌 3대 원두 무역사는 2025/26년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25년 -550만 포대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지는 것으로, 5년 연속 공급 부족이다.
전문가 해설 – 관세가 불러올 파급 효과
만약 미국이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현물 시장과 선물 시장 모두 급격한 가격 변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연간 약 250만 포대의 브라질산 아라비카를 수입하는데,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로스팅 업계의 원가 상승 → 소매가 인상 → 대체 블렌드 수요 증가 → 로부스타 소비 확대라는 연쇄 반응이 예상된다. 또한 현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소 로스터는 조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커피 벨트가 엘니뇨·라니냐 같은 기후 변수에 취약한 만큼, 관세 이슈는 물류 차질·환율 변동과 결합해 복합적 가격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커피 원두의 대표 품종이다. 아라비카는 고지대에서 재배돼 향미가 섬세하고 가격이 높지만, 병충해와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로부스타는 저지대 재배로 수확량이 많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 비교적 저렴하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과 런던 등에 상장된 선물·옵션 거래소로, 커피·코코아·설탕 등 농산물 선물 가격의 글로벌 기준 역할을 한다. 이곳의 인증 재고는 실제 원두를 창고에 보관하며 품질 검증을 거친 뒤 시장에 보고되는 것으로, 선물 가격의 공급지표로 활용된다.
펀드 순숏(Net Short)은 자산운용사·헤지펀드 등이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순숏이 확대되면 향후 악재가 소멸될 때 숏커버링(포지션 청산)에 따른 급등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커피 시장은 정책 변수(브라질 관세), 기상 변수(베트남 강수), 펀드 포지션이라는 삼중구조 속에서 고변동성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투자자와 업계는 재고 관리 및 헤지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