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탔다. 9월물 ICE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일 대비 +1.41% (+4.45) 상승 마감했고, 같은 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5.53% (+206) 급등하며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주초 브라질 주요 산지인 세라도 미네이루 지역에 발생한 경미한 서리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 시장 예비 평가에서는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서리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로부스타 가격은 5월부터 7월까지 이어진 가파른 조정 이후 쇼트커버링(short-covering)이 집중되면서 급격히 반등했다. 여기에 8월 13일 공개된 브라질 무역부 자료에서 7월 로부스타 원두 수출이 -49% YoY 감소한 사실이 확인되자, 매도 포지션 청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평가다.
수출·재고 동향이 가격 지지
브라질 수출 지표는 전반적으로 약세 요인이지만, 단기 공급 부족 관측을 강화하며 오히려 가격 방어막이 되고 있다. 브라질 7월 미가공 커피 수출량은 전년 대비 -20.4% 감소한 16만 1,000t으로 집계됐다. 민간 수출단체 세카페(Cecafe)도 같은 달 그린커피(생두) 수출이 -28% YoY인 240만 포대(60㎏ 기준)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아라비카가 -21%, 로부스타가 -49% 급감했으며, 1~7월 누적 수출도 -21%인 2,220만 포대에 그쳤다.
선물거래소 재고도 하락세다. 8월 13일 기준 ICE 공인 아라비카 재고는 73만 6,411포대로 1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로부스타 재고도 6,928로트로 2주 만에 저점을 경신하며 직전 1년 고점(7,029로트)을 소폭 하회했다.
“재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수출까지 위축되면서, 공급 불안 심리가 단기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 시장 참여자 공통 시각 요약
무역 정책·기상 변수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통관 관세 정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산 커피를 아직 50% 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브라질의 대미 수출 감소 및 내부 재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기상 여건은 단기 호재에서 악재로 전환될 조짐도 있다. 브라질 기상기업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는 8월 9일까지 한 주간 미나스제라이스 주에 4.8㎜의 강우(평년 대비 109%)가 기록돼, 건조 우려를 완화했다고 밝혔다.
수확 진행률과 글로벌 공급 전망
브라질 현지 조사기관 사프라스&메르카두는 8월 6일 기준 2025/26 시즌 전체 커피 수확률이 94%라고 발표했다. 이 중 로부스타는 99%, 아라비카는 91%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e) 역시 회원 농가 기준 8월 8일 현재 수확률을 80.4%로 제시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7월 말 6월 글로벌 커피 수출이 +7.3% YoY 증가한 1,169만 포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4년 10월~2025년 6월 누적 수출은 -0.2% 감소한 1억 414만 포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농업통상국(FAS)의 6월 25일 보고서는 다소 비둘기파(약세)적이다. FAS는 2025/26 세계 생산량이 1억 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리라 전망했다. 아라비카는 -1.7% 감소하지만 로부스타가 +7.9% 늘어 균형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기말 재고도 +4.9% 증가한 2,281만 9,000포대로 추정됐다.
시장조사기관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공급 부족(디피시트)을 -850만 포대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550만 포대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5년 연속 부족 상태다.
베트남 측 변수
세계 최대 로부스타 산지 베트남은 가뭄으로 2023/24 년도 생산이 -20% YoY인 147만 2,000t으로 4년 만의 최저를 찍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수출도 -17.1% YoY 감소한 135만 t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5년 1~7월 누적 수출은 +6.9% YoY 반등한 105만 t로 나타났고, 자국 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는 고지대에서 재배돼 향미와 산미가 뛰어난 품종으로, 전 세계 고급 원두 시장의 약 60%를 차지한다.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고온 다습 지역에서 재배되며, 카페인과 쓴맛이 강해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 원료로 사용된다. 가격 변동성은 로부스타가 더 크지만, 기후 스트레스에 강해 생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서리와 수출 급감, 재고 감소가 맞물려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USDA·ICO가 제시한 중장기 공급 증가 시나리오, 그리고 미국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브라질산 재고가 역류할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기상 데이터, 관세 결정, 수확·수출 속도를 종합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특히 9~10월 북반구 휴가철 이후 실수요가 회복될지 여부가 추세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