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선물시장】 브라질 중서부 주요 산지에 비(雨) 예보가 나오자 30일(현지 시각) ICE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커피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화요일 기록한 2주 만의 저점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 공급 불안과 기상 변수가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는 모습이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전일 대비 -0.59% 하락한 파운드당 2.30센트를 기록했고, 2026년 1월물 ICE 로부스타 커피(RMF26)는 -0.15%(-7달러) 떨어진 톤당 4,677달러에 마감했다.
주요 산지인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는 지난주(10월 24일 종료) 강수량이 0.3㎜에 그쳐 평년 대비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번 주에는 비가 예보돼 한때 고조됐던 가뭄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가격 약세 요인은 기후뿐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브라질산 커피에 부과한 50% 관세를 조만간 해제할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미국 시장의 수입 장벽 완화 기대가 커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예상외로 좋은 진전이 있었고, 며칠 내 미·브라질 통상 문제의 ‘결정적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라고 밝혀 관세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당장은 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미국 내 ICE 커피 재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29일 기준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재고는 44만6,475포대로 1.5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고, 로부스타 재고도 6,111로트로 3.25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미국이 수입 커피 원두의 약 3분의 1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관세가 유지되는 동안 재고 부족 현상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주 아라비카 선물가격이 8.5개월 만의 근월물 고점까지 치솟았던 배경에는 브라질 개화기(9~10월)의 극심한 건조가 있었다. 블룸버그 브라질 기상 분석 보고서는 미나스제라이스 주가 평년의 70% 수준밖에 비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커피나무의 꽃이 충분히 피지 못하면 2026/27 시즌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9월 16일 발표에서 남반구 라니냐(La Niña) 발생 확률을 71%로 상향 조정했다. 라니냐는 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열대 산지에 가뭄을,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에 폭우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어, 2026/27 브라질 커피 작황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부스타 가격은 베트남 공급 확대로 추가 압력을 받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은 10월 13일 발표에서 2025년 1~9월 커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123만 톤이라고 밝혔으며, 2025/26 시즌 생산량은 4년 만의 최고치인 176만 톤(2,940만 포대)으로 +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도 2025/26 공급이 전년 대비 10%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10월 6일 2024/25 마케팅연도(10월~다음 해 8월) 글로벌 수출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1억2,792만 포대라고 발표해, 수출 여건이 양호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커피 가격에 단기 공급 과잉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브라질 국영 농업통계기관 코나브(Conab)는 9월 4일 2025년 브라질 아라비카 생산 전망치를 3520만 포대로 -4.9% 하향 조정했으며, 전체 커피(아라비카+로부스타) 생산도 5520만 포대로 소폭(-0.9%) 낮췄다.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2025/26 글로벌 생산을 1억7,868만 포대(+2.5% y/y)로 사상 최대치로 전망했다. 이 중 아라비카는 -1.7% 감소하나, 로부스타는 +7.9% 증가할 것으로 제시했으며 2025/26 말 재고는 2,281만 포대(+4.9%)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설명: 아라비카·로부스타·라니냐란 무엇인가?
아라비카(Arabica)는 고지대에서 자라는 고급 품종으로 부드러운 산미와 향이 특징이다. 전 세계 커피 음용량의 약 60%를 차지하지만, 병충해·기상 변동에 취약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에서 재배되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다. 인스턴트·블렌드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공급 확대 시 가격 압박이 자주 나타난다.
라니냐(La Niña)는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질 때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다. 남미·호주·동남아 강우 패턴을 좌우해 농산물·에너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브라질 곡물·커피, 호주 밀, 동남아 팜오일 수급 전망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기자 해설 및 시장 전망
비 예보로 단기 조정이 나왔으나, 가을 개화기의 가뭄에 따른 생육 손상 가능성, 미국 관세 변동성, 라니냐 확률 71%라는 대형 기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가 로부스타로 시장을 채우더라도, 아라비카 수급 불균형은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물 스프레드(아라비카 프리미엄) 확대와 옵션 변동성 상승에 대비한 헤지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대형 로스터·음료 기업은 브라질산 비중을 줄이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 투자자는 포지션 규모 관리가 필수적이다. 다만 관세 해제 시 미국 내 재고 보충 속도가 빨라져 단기 급락이 나타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