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강우 부족 우려에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 급등

커피 선물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9월물 ICE 아라비카 커피(KCU25)는 5일(현지 시각) 파운드(ℓb)당 10.15센트(+3.52%) 급등하며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 갔다. 반면 같은 달물 ICE 로부스타 커피(RMU25)는 톤(t)당 9달러(-0.26%) 하락해 혼조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브라질 주요 산지에 불어닥친 ‘극심한 강우 부족’에 주목하고 있다. 민간 기상조사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지난주(7월 27일~8월 2일)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재배지인 미나스제라이스주의 평균 강수량이 2.7㎜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역사적 평균의 31% 수준에 불과해 생육기 수분 스트레스를 키운다.

반면 로부스타 시장은 베트남 기상 호전에 눌렸다. 이번 주 베트남 전역에 광범위한 소나기 예보가 발표되면서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의 작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퍼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아라비카를 매수하고 로부스타를 매도하는 ‘스프레드 거래’를 확대했다.


재고 흐름이 가격 키워드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인증 재고는 5일 기준 75만4,516포대로, 14.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감소는 즉각적인 공급 불안을 자극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로부스타 인증 재고는 지난주 7,029 lot(1년 만의 최고치)로 늘어나 약세 재료가 됐다.

투기적 포지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ICE 선물거래소 유럽부문 데이터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펀드(헤지펀드 등)의 순쇼트 포지션5,854건으로 2년 만의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도 포지션이 과도할 경우 가격이 반등할 때 ‘쇼트 커버링(손실 회피 매수)’이 급격히 발생해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브라질·미국 통상 변수

지난주 아라비카 가격이 한때 3주 저점으로 밀린 배경에는 미국의 대(對)브라질 커피 관세 완화 가능성이 있었다.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e)와 미국내 전국커피협회(NCA)는 미 상무부와 ‘커피 관세 면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윌보어 로스 전 상무장관을 이은 하워드 루트닉 장관은 “미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 수확도 공급압력을 가중한다. 최대 수출협동조합 코옥슈페(Cooxupé)는 8월 1일 기준 조합원 수확률 74%를 보고했다. 또 컨설팅업체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30일 브라질 2025/26년산 전체 커피 수확률을 90%로 추정했다. 품목별로는 로부스타 98%, 아라비카 85%가 끝난 상태다.


공급 여건 ‘풍부’ vs 기상 리스크 ‘심화’

지난 3개월간 커피 선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였다. 7월 중순, 아라비카는 8개월 신저가를,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의 저점을 찍었다.

미 농무부(USDA) 산하 외국농업서비스국(FAS)은 6월 25일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하지만, 로부스타는 7.9% 증가해 균형을 맞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영국 상업무역사 볼카페(Volcafe)는 같은 기간 2025/26년 아라비카 공급 부족 규모를 850만 포대로 확대 전망하며, ‘5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즉 ▶통계상 공급 증가는 주로 로부스타에서 비롯되고 ▶고급품종인 아라비카는 여전히 구조적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수출국 동향

브라질 – Cecafe는 7월 16일 발표에서 6월 녹색커피(생두)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라비카 수출은 27% 줄어든 180만 포대, 로부스타 수출은 42% 급감한 47만6,334포대에 그쳤다.

베트남 – 가뭄으로 2023/24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147만2,000t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2024년 수출이 17.1% 줄어든 135만t라고 발표했다. 이어 3월 12일 베트남 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년 생산 전망치를 종전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했다. 다만 7월 7일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1~6월 누적 수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94만3,000t으로 회복세 조짐도 보인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아라비카(Arabica)는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맛과 향이 뛰어나 전 세계 커피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에서 자라 병충해에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은 품종으로, 인스턴트커피 원료로 주로 쓰인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금융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미국 기반 글로벌 거래소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인증 재고’는 브로커·상업 참여자가 실제 인도할 수 있도록 보관된 물량을 의미한다.

또한 쇼트커버링은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가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급히 되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가격이 급등하기 쉬워 변동성이 확대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변수

기자 해석에 따르면, 당분간 커피 가격은 ‘브라질 강우 패턴’과 ‘베트남 강수 복원력’이 좌우할 공산이 크다. 브라질 건기(6~9월)가 예년보다 길어지면 아라비카 생육 및 다음 작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베트남이 전통 우기(5~11월)에 평년 이상의 비를 확보하면 로부스타 공급 공백은 빠르게 해소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펀드 포지션 재조정이다. 로부스타에 쏠린 과도한 순매도 물량이 갑자기 청산될 경우, ‘쇼트 스퀴즈’가 발생해 반등폭이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두 사용 기업과 투자자는 포지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