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시장 동향] 세계 커피 가격이 다시 한번 급등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4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 거래일 대비 +1.53%(+4.35¢) 오른 파운드당 289.20¢에 마감했으며, 런던 ICE의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도 +2.73%(+91달러) 상승한 톤당 3,428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주요 산지에 예상보다 적은 비가 내렸다는 뉴스가 촉매로 작용해 공매도 환매(쇼트 커버링)이 대거 유입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민간 기상조사기관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에 따르면, 최대 아라비카 재배지인 미나스제라이스주는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일주일간 평년 대비 31%에 불과한 2.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후 변수와 더불어 외환 시장에서도 가격 지지 요인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아닌 브라질 헤알화 환율(USDBRL)이 달러화 대비 3.5주 만에 최고치로 강세를 보이자, 헤알 강세가 수출업자의 달러화 수취 가격을 낮추게 되면서 브라질 생산자들의 선물 매도(현물 수출)를 억제했다.
국제선물거래소(ICE) 재고 흐름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커피 재고는 8월 4일 기준 760,529포대(60㎏ 기준)로 5.5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로부스타 재고는 7,029계약(약 42,000t)으로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해 종목별로 상반된 흐름이 확인됐다.
투기적 포지션도 중요한 촉매다. ICE 유럽이 7월 29일 기준 발표한 펀드 포지션 보고서에 따르면, 로부스타 선물에 대한 순매도 잔고가 5,854계약으로 2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도 물량이 과도하게 쌓이면 작은 재료에도 급격한 쇼트 커버링 랠리가 촉발될 수 있다.
그러나 커피 가격은 단기 변동성 외에도 구조적 공급 전망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 6월 25일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연도 세계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하지만, 로부스타 생산이 +7.9% 늘어 총공급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라질의 2025/26 생산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 베트남은 4년 만의 최대치인 3,100만 포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 USDA FAS 6월 보고서
최근 관세 이슈도 가격 변수다.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산 커피에 대해 관세 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투자자는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매도에 나서면서 8월 1일 아라비카 선물이 3주 내 최저치까지 밀리기도 했다.
현장의 수확 진척률도 무시할 수 없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사 살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30일 기준 2025/26 브라질 커피 수확이 90%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로부스타는 98%, 아라비카는 85%가 각각 끝난 상태다. ※평년 5년 평균 84%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인 코옥수페(Cooxupé) 역시 7월 25일 기준 조합원 수확률 67%라고 밝혔다. 핵심 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와 상파울루 주 일대를 아우르는 코옥수페는 브라질 최대 민간 수출 그룹으로, 국내외 거래자들이 주간 수확 속도를 예의주시한다.
수출 흐름도 주목된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 세카페(Cecafé)에 따르면, 6월 브라질산 생두(그린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머물렀다. 아라비카는 -27%, 로부스타는 -42%로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한편, 세계 2위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은 가뭄에 따른 피해가 지속됐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2024년 베트남 커피 수출량이 135만 톤으로 전년 대비 17.1% 감소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3월 12일 2024/25 베트남 생산 전망치를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시황 전문가들은 “재고·환율·기후라는 세 가지 축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좌우하는 만큼, 헤알화 강세와 브라질·베트남 기상 상황, 그리고 ICE 재고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옵션 만기와 펀드 포지션 조정이 겹치는 8월 중순에는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어 설명
- 아라비카(Arabica) :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며, 고지대에서 재배돼 풍부한 산미와 복합적인 향미가 특징이다.
- 로부스타(Robusta) : 저지대에서 재배되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쓰인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 뉴욕·런던 등에 거래소를 둔 세계 최대 선물거래 그룹으로, 커피·설탕·코코아 등 소프트(soft) 상품 가격의 벤치마크를 제공한다.
-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 선물·주식 등을 공매도한 투자자가 가격 상승 위험을 피하기 위해 포지션을 되사서 상환하는 행위다.
전문가 시각 – 기자 해설: 현재 시장의 핵심 화두는 ‘생산 회복 vs. 단기 재고 부족’의 힘겨루기다. USDA와 Vicofa, Safras&Mercado가 제출한 데이터는 향후 12개월간 공급 재개를 가리키지만, 당장 ICE 창고 재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 상승이 실제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브라질·베트남 기상 이변, 그리고 환율 변동이라는 변수가 오버슈팅을 일으킬 경우, 4분기까지도 커피 가격이 고점 부근에서 상·하단이 모두 열린 박스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매도 포지션이 누적된 로부스타 시장에서는 작은 공급 차질에도 가격이 급등할 수 있으며, 이는 아라비카 시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단기 트레이더라면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헤지 전략을 병행하고, 실수요 업체는 물리적 재고 확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