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브라질 산지의 강우 부족과 미·브라질 통상 갈등 속에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ICE 선물 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장 대비 +1.95센트(+0.57%) 오른 1파운드당 3.4215달러에 마감하며 2개월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동일 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46달러(-1.09%) 떨어진 톤(t)당 4,174달러로 약세 마감했다.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재배지인 미나스제라이스 주가 8월 16일까지 한 주 동안 ‘강우량 0’을 기록했다는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의 발표가 매수세를 자극했다.
“브라질 주요 산지의 평균 이하 강우는 이미 수확 중인 2025/26 작황의 품질 및 공급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소마르 관계자
다만 장중 상승 폭은 브라질 카를루스 파바루 농업장관의 발언 이후 축소됐다. 파바루 장관은 “브라질 커피 수출이 미국의 50% 보복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 발언 이후 로부스타 가격은 음전환했다.
미·브라질 통상 변수와 수출 동향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브라질산 일부 품목 50% 관세에서 커피가 면제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커피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감소→브라질 내 재고 증가라는 약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지난 8월 6일 브라질 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7월 원두(그린 빈)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톤에 그쳤다. 세카페(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도 7월 그린 커피 수출이 -28% 감소한 240만 포대(60㎏ 기준)라고 밝혔다. 이 중 아라비카가 -21%, 로부스타가 -49% 급감했다.
재고와 수확 진행률
ICE가 모니터링하는 인증 아라비카 재고는 8월 14일 72만6,661포대까지 떨어지며 1.25년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18일 73만3,105포대로 소폭 반등했다. 로부스타 재고 역시 7월 28일 2년 만의 최고치(7,029 lot) 이후 6,907 lot로 감소했다.
그러나 사프라스&메르카도에 따르면 2025/26 브라질 커피 전체 수확률은 8월 6일 기준 94%로 전년(92%)을 상회한다. 품목별로는 로부스타 99%, 아라비카 91%가 수확 완료됐다. 최대 조합인 쿠슈페(Coopersug) 회원 농가의 수확률도 80.4%에 달한다.
글로벌 공급 지표
국제커피기구(ICO)는 8월 6일 발표에서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늘어난 1,169만 포대라고 집계했다. 다만 2024/25 회계연도(10월~6월) 누적 수출은 -0.2% 감소한 1억414만 포대에 불과하다.
주요 경쟁국인 베트남은 심각한 가뭄 탓에 2023/24 생산량이 -20% 축소된 147만2,000톤(4년 만의 최저)으로 추산된다. 2024년 베트남 커피 수출도 -17.1% 감소한 135만 톤이다. 베트남 커피·카카오협회는 2024/25 생산 전망을 2,650만 포대로 하향했지만, 베트남 통계청은 올해 1~7월 수출이 오히려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단기 수급 전망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전 세계 커피 생산을 사상 최대 1억7,868만 포대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아라비카는 -1.7% 감소(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8,165만 포대)로 유형별 양극화가 예상된다.
브라질은 +0.5% 증가한 6,500만 포대, 베트남은 +6.9% 증가한 3,100만 포대로 예상된다. 같은 보고서는 2025/26 기말 재고가 2,281만9,000포대로 +4.9%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스위스 무역사 볼카페는 2025/26 아라비카 공급 부족을 -850만 포대로 추정해 USDA 전망과 상반된 시각을 제시했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40%를 차지하는 두 주요 품종이다. 아라비카는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산미와 향미가 뛰어나 프리미엄 원두로 분류된다. 로부스타는 평지·고온에서 잘 자라 카페인 함량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 트레이더들은 두 품종 간 가격 스프레드를 ‘품질 프리미엄’ 지표로 활용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 상품선물·파생상품을 상장·청산하는 글로벌 거래소다. 커피 선물의 표준 단위인 ‘bag(포대)’은 60㎏이며, ‘lot’은 로부스타 10t 또는 아라비카 37,500파운드로 체결한다.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는 미·브라질 관세 변수와 브라질 강우 패턴이 아라비카 가격을 좌우할 전망이다. 35℃ 이상의 고온·건조가 이어질 경우 꽃눈 분화와 체리 성숙이 지연돼 추가 랠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로부스타 증산과 글로벌 재고 증가가 다소 상쇄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볼카페가 제시한 아라비카 ‘5년 연속 공급 적자’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수급 위험 프리미엄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본 기사에 포함된 가격·통계는 2025년 8월 18일 기준 ICE 및 각국 통계기관 발표치를 인용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