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시장이 기상 변수에 다시 한 번 반응하고 있다. 9월물 ICE 아라비카 커피 선물(KCU25)은 2거래일 연속 상승해 2.67% 오른 파운드당 +7.70센트를 기록했고, 같은 달 로부스타 커피(RMU25)는 -0.12% 하락했다.
2025년 8월 5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재배지 미나스제라이스주에 내린 강수량이 평년의 31%에 그치면서 아라비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민간 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는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해당 지역 강수량이 2.7㎜에 불과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로부스타 시장은 베트남 전역에 예보된 광범위한 강우로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생산성이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가격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1. 재고 동향이 만든 가격 온도차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재고 감소까지 겹치면서 추가 지지를 받았다. ICE 모니터링 기준 아라비카 재고는 8월 4일 760,529포대로 5.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ICE 로부스타 재고는 지난주 7,029로트로 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 약세 요인이 됐다.
또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포지션도 로부스타 가격 변동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 ICE 유럽은 7월 29일 기준 펀드 순쇼트 포지션이 전주 대비 1,226계약 증가한 5,854계약으로 최근 2년 중 최대라고 밝혔다. 쇼트 커버링이 발생할 경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장은 경계하고 있다.
2. 트럼프 행정부 관세 면제설과 수급 전망
지난주 아라비카 가격이 3주 최저치까지 밀렸던 배경에는 미국의 대(對)브라질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었다.
“커피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사 발언
이 전해지자 공급차질 우려가 일시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é)와 미국 내셔널 커피협회(NCA)는 미국 상무부와 면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은 관세 예외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3. 브라질 수확 진행률과 월별 수출
현지 조사기관 사프라스&메르카두에 따르면 7월 30일 기준 브라질 2025/26 커피 수확률은 9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87% 및 5개년 평균 84%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로부스타는 98%, 아라비카는 85% 수확이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인 코옥수페(Cooxupé)도 7월 25일 기준 조합원 수확률이 67%라고 전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6월 생두 수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 아라비카 수출은 27% 줄어든 180만 포대, 로부스타는 42% 감소한 47만 6,334포대로 나타났다. 공급 타이트닝 신호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4. 세계 생산 전망 vs. 구조적 적자
세계 최대 농업 통계기관인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마케팅연도 세계 커피 생산량이 1억 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포대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기말 재고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2,282만 포대로 예측됐다.
대형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그러나 2025/26 아라비카 공급 부족을 -850만 포대로 제시하며 5년 연속 적자를 경고했다. 이는 2024/25 예상치 -550만 포대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지는 수치다.
5. 베트남 가뭄과 작황 변화
베트남에서는 가뭄으로 2023/24 재배연도 생산량이 147만 2,000톤으로 20% 감소해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연간 커피 수출도 17.1% 줄어든 135만 톤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기존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베트남 통계청은 2025년 1~6월 수출이 4.1% 늘어난 94만 3,000톤이라고 발표해, 향후 날씨 변화가 변수로 떠올랐다.
6. 용어·기관 설명
아라비카(Arabica)는 전 세계 커피 품종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며, 고지대에서 재배돼 향과 산미가 뚜렷하다.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고온 다습 지역에서 자라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 용도로 쓰인다.
CECafé는 브라질 커피수출협회로, 월별 수출 실적을 집계·발표한다. Cooxupé는 조합원 1만 명 이상의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이자 최대 수출업체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주요 농산물·에너지·금속 선물을 거래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다.
7. 시장 영향 및 향후 관전 포인트
브라질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아라비카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베트남 강우 회복, 미국 관세 면제 여부, 펀드의 쇼트 포지션 청산 타이밍 등은 로부스타 가격 변동성을 좌우할 변수다. 전문가들은 “생산 증가 전망과 기상 리스크 간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본 기사 저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종목에 직접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기사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