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美 통상조사 권한에 정면 반박…”대화로 해결” 촉구

브라질리아/상파울루발(로이터)—브라질 정부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일방적 통상조사에 대한 91쪽 분량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조사 자체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974년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를 발동해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워싱턴이 일방적으로 개시한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 및 관세 정책이 미국 상공(商工)에 “부당‧차별적 부담”을 주는지 여부를 조사한다며 제301조 조사를 착수했다. 제301조는 대통령이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단독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미국 국내법이다. ※해설: 해당 조치는 다자간 분쟁해결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밖에서 미국이 독자 제재에 나설 수 있게 한다.


브라질 정부는 답변서에서 “브라질의 행위, 정책, 관행은 미국 상업에 부당하거나 차별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탄올 시장국민 결제 시스템 ‘픽스(Pix)’를 둘러싼 미국 측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미국이 제시한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브라질은 다자주의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으며, 제301조는 다자간 통상 규범과 양립할 수 없는 일방적 수단”

라고 브라질 정부는 강조했다.

이번 갈등은 양국 간 누적된 무역 마찰 위에서 촉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브라질산 일부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 미국 정부는 브라질 연방대법원(Federal Supreme Court) 대법관 한 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외교적 긴장도 높아진 상태다.

브라질 정부는 이미 WTO에 미국 관세와 관련한 양자 협의를 요청했으며, 제301조 조사 역시 WTO 규범에서 벗어난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Section 301과 WTO—왜 충돌하나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제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관세, 무역 제한, 제재 등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1995년 WTO 출범 이후 다자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보복은 WTO 협정 위반 논란에 시달려 왔다. WTO 회원국 다수는 제301조가 ‘모노레터럴(일방주의)’ 성격을 띤다고 비판하며, 미국과 빈번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정부 역시 “미국이 제301조를 적용한 순간, 다자주의 틀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노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이자 WTO 핵심 당사국인 브라질이 “WTO 차원의 분쟁 해결 절차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힌 기존 입장과 결을 같이한다.


브라질 답변서의 핵심 논거

91쪽 문서에서 브라질은 세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다.
① 디지털 결제 시스템 Pix—브라질 중앙은행이 주도해 도입한 실시간 결제 인프라로, 공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브라질 측은 “외국 기업 진입 장벽이 없으며, 미국 핀테크도 동일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주장했다.
② 에탄올 시장—미국 정부는 브라질이 자국 생산자에게 유리한 보조금 체계를 운용한다고 지적했지만, 브라질은 “모든 수입산과 국산 제품에 동일 요율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브라질은 미국의 조사 개시 통지문에 포함된 “부당·차별·과도한 부담”이라는 표현이 구체적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됐으며, 실증적 자료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 반응—”검토 중”

브라질 정부가 답변서를 공식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로이터의 질의에 즉각적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앞서 조사 개시를 발표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USTR 대표는 “브라질 정책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USTR이 브라질 답변을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 행정부는 관세 인상·투자 제한·서비스 교역 제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브라질이 WTO에 제소하면, 최종 판정까지 1~3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다자주의 시험대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다자주의와 일방주의가 충돌하는 시험대”로 본다. 브라질이 WTO 절차를 중시하는 반면, 미국은 국내법으로 신속 대응을 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통상 정책을 내부 정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브라질 국내에서는 대미 수출 의존도를 고려할 때 “말뿐인 강경 대응보다 실무 협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와, “WTO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원칙론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대화 채널은 열어두되, 필요하면 WTO 분쟁 절차를 적극 활용”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예고했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 USTR이 공청회 및 이해관계자 서면 의견을 접수한 뒤 최대 12개월 내에 최종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 브라질은 WTO 협의 요청 이후 60일 이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 미국이 고율 관세나 서비스 장벽을 실제로 부과할지, 혹은 양국이 중간 단계에서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인 브라질과 1위 경제 대국 미국 간 통상 마찰은 글로벌 농산물·원자재·디지털 서비스 시장에도 파급력이 크다. 특히 디지털 무역 규범이 국제통상 의제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최종 결론은 다자 체제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