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중국 판매 부진에 흔들린 AB인베브, 물량 회복 총력

AB 인베브(AB InBev)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부터 중국 상하이의 네온 바(Bar)까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버드와이저와 코로나 맥주를 주문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 인베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5% 급락하며 2020년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판매 물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특히 핵심 시장인 브라질과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의 급격한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서 네덜란드 맥주업체 하이네켄(Heineken)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물량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연간 이익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서 월요일 주가가 8% 이상 빠졌다. 하이네켄은 미국발 무역 관세와 같은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들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알코올 업계 전반이 직면한 광범위한 도전 과제 속에서 두 선두 업체가 보여 준 견고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장’과 ‘물량’ 부진이 모든 긍정적인 요소를 가려버렸다고 평가한다.

물량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AB 인베브 CEO 미셸 두케리스(Michel Doukeris)는 목요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익과 매출 등 다른 성과 지표는 일관되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라질 판매 감소의 배경으로 악천후를 지목하며, 하반기에는 성장을 위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고가 맥주 포트폴리오가 경쟁사 대비 열세를 보였고, 가정 내 소비 확대를 통해 바·레스토랑 중심의 판매망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내 경기 둔화와 공무원의 단체 회식 금지 등 새로운 정부 규제가 겹치면서, AB 인베브가 집중해 온 현장 술집 판매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물량 성장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물량 확장은 맥주 회사들의 투자 논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지만, 최근 몇 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는 가격 인상으로 인한 2~3년간의 판매 감소를 뒤로하고 2024년 물량 회복을 기대했으나, 악천후와 인플레이션이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2025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관세 강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내년 이후 다시 정체 위험이 거론된다.


VOLUME GAME(물량 게임) 집중 분석

Siphelele Mdudu 매트릭스 펀드 매니저스(Matrix Fund Managers) 투자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방식만으로 성장을 계속 이끌 수 없다”며, 결국 맥주는 ‘물량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인상만 반복하면 소비자를 다른 주류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Mdudu와 36ONE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이작스(Daniel Isaacs)는 AB 인베브가 브라질에서 가격을 너무 빨리 올린 것이 물량 감소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하이네켄은 늦은 가격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두케리스 CEO는 “현재 시장이 가격 조정 과정에 적응 중”이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하이네켄은 유럽에서 소매업체와의 가격 협상 지연이 길어지면서 부담을 겪었고, 미국 대륙 전역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물량 성장이 가로막힐 가능성을 경고했다.

버스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 트레버 스털링(Trevor Stirling)은

“미국 관세 위협이 도사리는 멕시코 같은 시장에서도 여전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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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향후 비슷한 주가 급락을 피하려면, 경영진이 물량 확장 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량 성장 스토리에 대한 견고함이 의심받을 때,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스털링은 이렇게 덧붙였다.


용어 해설 & 배경 지식*

* ‘물량 게임’(Volume Game)단가(가격) 인상이 아닌 판매 물량 확대로 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의미한다. 맥주처럼 상대적으로 저가·고빈도 소비재는 가격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다른 대체 음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 무역 관세(Trade Tariff)는 특정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미·중 무역 분쟁이나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맥주 업계는 알루미늄 캔, 보리, 홉 등 원·부자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세가 상승하면 제조원가와 소비자가격이 동시에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 악천후는 야외 행사 및 경기 관람 수요를 위축시켜 주류 판매량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브라질 축구 시즌과 리우 카니발 같은 대형 이벤트가 우천으로 축소되면, 현지 맥주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