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당·백설탕 선물가격이 소폭 하락하며 5주 만의 저점 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BOT) 기준 10월 인도 분 뉴욕 ICE 원당 #11(SBV25)은 전일 대비 0.25% 내린 16.11센트/lb, 같은 월물 런던 ICE 백설탕 #5(SWV25)는 0.19% 하락한 531.40달러/t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브라질과 인도의 생산·수출 확대 전망이 가격을 누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인용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유니카‧Unica)는 7월 1~15일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t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분 중 설탕용 비중은 54%로 1년 전 50%에서 상승했다. 이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설탕 생산으로 가공 비중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품조사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최근 보고서에서 “건조한 날씨가 수확·분쇄 작업을 앞당겨 설탕 생산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공급회사 코납(Conab) 역시 2024/25년도 브라질 설탕 생산이 가뭄과 폭염에도 불구하고 4,411만8,000t(전년 대비 ‑3.4%)으로 집계됐다고 보고하면서도, 2025/26년에는 2.3% 증가한 4,47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발(發) 추가 공급 가능성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우기) 강우로 인해 2025/26년(10월~다음해 9월) 인도 사탕수수 작황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자, 인도 정부가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누적 우기 강수량은 500.8㎜로 ‘평년 대비 4% 상회’ 수준이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년 설탕 200만t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2일 인도 협동조합연맹(NFCSF)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량이 3,500만t으로 전년도(2,620만t) 대비 19%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과잉 우려는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다. 원당 선물은 지난달 4년 3개월 만의 저점을, 런던 백설탕은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상품 트레이더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잉여가 750만t에 달해 8년 만의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반기 보고서를 통해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4.7% 증가한 1억8,931만8,000t, 기말 재고가 7.5% 늘어난 4,118만8,000t에 이르리라 예측했다.
다만 가격 하락이 수요를 자극하는 조짐도 나타난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으로 집계됐다. 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코카콜라가 미국 내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국 설탕 소비가 연간 1,100만t에서 1,150만t으로 4.4%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탕 선물가격은 공급 과잉-수요 반등이라는 상반된 재료가 혼재된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 글로벌 설탕 부족 규모를 -547만t으로 상향 조정해 9년 만의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2024/25년 생산 전망은 1억7,480만t으로 2월 예측치를 하향하면서도, 2023/24년 잉여(131만t)를 이미 흡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당 #11 계약은 뉴욕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결정되지 않은 비정제 설탕) 선물의 대표 지표로, 112,000파운드(약 50.8t)를 1계약 단위로 한다. 백설탕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설탕 선물로, 50t을 1계약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작황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며 “특히 북반구 몬순·엘니뇨 변동성, 에탄올 가격 추세, 중국·미국 수요 회복 속도가 향후 가격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