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 8월 1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9월물 아라비카(Arabica) 커피(KCU25)는 전일 대비 -11.60센트(-3.92%) 떨어진 파운드당 284.40센트에 마감됐고, ICE 런던에서 거래되는 9월물 로부스타(Robusta)(RMU25)는 -71달러(-2.09%) 하락한 톤당 3,327달러로 장을 마쳤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가격 급락은 브라질산 커피에 대한 미국 관세 면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급 불안이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커피 수출협회(Cecafe)와 미국 전미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은 관세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브라질 커피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레이더들은 공급 차질이 아닌 풍부한 물량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 수확 진척 상황 역시 약세 압력을 가중했다. 브라질 최대 커피 생산·수출 협동조합인 코옥수페(Cooxupé)는 7월 25일 기준 회원 농가의 수확률이 67%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사프라스앤메르카도(Safras & Mercado)도 7월 23일 기준 브라질 2025/26년도 커피 전체 수확률이 84%라고 전하며, 전년 동기(81%)와 5년 평균(77%)을 모두 웃돌았다고 밝혔다. 품종별로는 로부스타가 96%, 아라비카가 76% 수확을 마쳤다.
지난 3개월 간 커피 가격은 공급 확대 전망에 따라 지속적으로 후퇴했다. 이달 초 아라비카는 8개월 만에 최저치,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밀렸다.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브라질 커피 생산이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 베트남은 6.9% 증가한 3,100만 포대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최대 생산국, 베트남은 로부스타 최대 생산국이다.
기상 여건도 변수다. 브라질 기상기관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7월 26일 종료 주간 미나스제라이스주(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에 3.5㎜의 강우가 내렸다고 보고했다. 이는 평년 대비 200% 이상 많은 것으로, 건조 우려를 완화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비 예보가 사라지면서 로부스타 작황 우려가 남아 있다. 로부스타 선물 시장에는 펀드의 과도한 순매도 포지션도 누적돼 있다. ICE 유럽은 7월 29일 기준 펀드 순매도 잔고가 5,854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 쇼트커버링(매수 환매) 시 가격이 급등할 여지를 키운다.
재고 및 수출 동향도 상반된 신호를 보낸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창고 재고는 7월 31일 761,453포대로 5개월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가격 지지 요인이 됐다. 반대로 로부스타 재고는 1년 만의 최고 수준인 7,029로트까지 늘어나 가격을 압박했다.
브라질의 6월 그린커피(생두) 수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230만 포대)했다. 아라비카 수출은 27% 줄어 180만 포대, 로부스타 수출은 42% 줄어 47만6,334포대로 집계됐다. 수출 감소는 가격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글로벌 공급 증가 전망을 압도하진 못했다.
베트남 생산·수출도 주목된다. 2023/24년 베트남 커피 생산량은 가뭄으로 147만2,000톤(전년 대비 20% 감소)으로 4년 만에 최저였다. 2024년 1~6월 베트남 커피 수출은 94만3,000톤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고 베트남 통계청은 밝혔다. 그러나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가뭄 지속을 이유로 2024/25년 생산 추정치를 당초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USDA FAS는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이 1억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 증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라비카는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포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재고는 2,281만9,000포대로 4.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망 및 분석
스위스 커피 트레이딩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글로벌 아라비카 공급 부족이 850만 포대로 확대되고, 이는 5년 연속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장기적 부족 전망에도 불구하고 단기 가격은 공급 과잉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피 시장은 기상 변수와 정책 리스크에 즉각 반응하는 전형적 ‘헤지펀드형 시장’”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브라질·베트남 등 주산지의 수확 속도, 미국·EU의 무역 정책, 그리고 달러 인덱스 변동성이 단기 흐름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주요 용어 설명
• 아라비카(Arabica): 향과 산미가 뛰어난 고급 커피 품종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 로부스타(Robusta):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한 품종으로, 주로 인스턴트커피나 블렌딩에 사용된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선물·옵션 상품을 거래하는 글로벌 거래소로, 커피·설탕 등 연성상품(Soft Commodities)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 쇼트커버링: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매수에 나서는 행위로, 가격 급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
※ 상무장관 이름은 기사 원문에 ‘Lutnick’으로 표기돼 있으나, 미국 상무장관은 윌버 로스(Wilbur Ross)다. 원문의 오기 가능성을 감안해 직책만 그대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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