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일(현지시간) 거세게 밀리며 위험 회피 심리가 금융시장을 덮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1.60% 하락한 5,234.74로, 나스닥100 지수는 -1.96% 밀린 17,511.09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23% 내려 38,022.87을 기록했다. 장중 기준으로 S&P 500과 나스닥100은 2주 만의 최저치, 다우는 5주 만의 최저치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간외에서 거래된 9월물 E-미니 S&P 선물(ESU25)은 -1.67%, E-미니 나스닥 선물(NQU25)은 -2.03% 급락했다. E-미니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소형 지수선물로, 정규 지수선물의 5분의 1 규모다. 개인·기관투자자가 장 중·장 후에도 지수 방향성을 손쉽게 베팅할 수 있어 글로벌 주가지수 변동의 척도로 활용된다.
급락의 직접적 촉매는 전날 늦게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확대안과 기대에 못 미친 미국 경제 지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국’에 최소 15% 관세, 전 세계 국가에 10%의 글로벌 최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캐나다 일부 품목 관세는 25%에서 35%로 상향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뛰어오를 것으로 산출했다.
경제 펀더멘털 역시 흔들렸다.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6월 수치는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4.2%로 0.1%p 올랐고,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8.0으로 9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예상치(49.5)도 하회했다. 6월 건설지출도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지표 쇼크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20%로 1개월 최저치로 밀렸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40% → 93%로, 10월 회의에서는 73%로 반영했다.
물가 안정을 강조해온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고용보다 목표와의 괴리가 더 크다”고 지적했으며,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맥 총재는 “고용 데이터는 실망스럽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정학 리스크도 불안 장세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에 대응해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미·러 간 군사 긴장 고조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경계했다.
글로벌 주식·채권·외환 시장 동향
유럽 시장에서 유로 Stoxx 50 지수는 -2.90% 급락하며 3개월 신저가로 주저앉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7%, 일본 닛케이225는 -0.66%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2.679%로 1주 최저치,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528%로 4주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0% 올라 예상치(1.9%)를 소폭 상회했으나 핵심물가 상승률은 2.3%로 예상과 일치했다.
미국 10년물 T-노트 9월물은 1-4/32포인트 급등했다. 명목금리가 하락하면서 10년물 손익분기(inflation breakeven) 기대인플레이션도 2.316%로 4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관세 인상이 실제 물가를 자극할지 여부, 연준이 성장 둔화를 더 중시할지 여부를 놓고 시나리오를 분주히 수정 중이다.
섹터·종목별 등락
기술·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아마존닷컴은 3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155억~205억 달러(컨센서스 중앙값 194.2억 달러)로 제시하며 -8% 폭락했다. 엔비디아·AMD·인텔·ARM 등 대형 반도체주는 -2% 이상, 마벨(-6%), 마이크론(-4%)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모멘텀 둔화’ 신호가 나온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소재 업종도 부진했다. 플루어는 2분기 조정 EPS 0.43달러(예상 0.56달러)에 그치며 -27% 폭락했고, 이스트만케미컬 역시 실적 부진으로 -19% 급락했다. 코인베이스(-16%), WW 그레인저(-10%), 모더나(-6%) 등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주택 건설주와 일부 성장주는 금리 하락 수혜를 받았다. 10년물 금리가 1개월 저점까지 떨어지자 DR호튼(+5%), 레나·펄티그룹(+3%대), 톨브러더스(+2%대)가 동반 랠리했다. 레딧은 2분기 매출 4억9,960만 달러(컨센서스 4억2,530만 달러)를 발표하며 +17% 급등했다. 모놀리식파워시스템즈(+10%), 킴벌리클라크(+4%), 일라이릴리(+2%대)도 실적·정책 호재로 상승했다.
기업 실적 시즌 현황
이번 주는 S&P 500 구성 종목의 38%가 실적을 내놓는 ‘피크 주간’이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2분기 S&P 500 순이익은 전년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실적 시즌 개막 전 전망치(+2.8%)를 웃돈다. 보고를 마친 55% 기업 가운데 82%가 이익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시장은 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매크로 지표와 견조한 기업 이익 사이의 괴리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관세+경기둔화’ 이중 충격
관세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으나, 동시에 실질 가처분소득을 갉아먹어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용이 기업 마진을 잠식할 경우,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채권금리 하방경직성이 강화돼 위험자산에 단기적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현재 선물시장이 9월 25bp 인하를 90% 이상 반영한 만큼, 향후 지표·연준 커뮤니케이션이 ‘금리 인하 확정’ 또는 ‘인하 재연기’ 중 어떤 시그널을 줄지가 최대 변수다.
핵심 용어 해설
• E-미니 선물: S&P 500·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소형 선물계약. 계약 규모가 작아 증거금 부담이 낮다.
• ISM 제조업지수: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매달 발표하는 제조업 경기선행지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뜻한다.
•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미국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포괄하는 핵심 고용지표. 월 첫 금요일 발표되며 시장 변동성이 크다.
다음 주에는 8월 7일 자정 이후 관세 인상이 발효될 예정이며, 8월 4일 장 마감 후 온세미컨덕터·팔란티어·타이슨푸즈 등 주요 기업 실적이 예고돼 있다. 시장은 관세 시행 초기 물가 동향, 8월 중순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잭슨홀 심포지엄에서의 연준 의사결정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하반기 투자전략을 재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