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장 연루 의혹에 이볼루션 주가 11% 급락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온라인 카지노 소프트웨어 기업 이볼루션 AB(티커: EVOG) 주가가 14일 장중 한때 11% 급락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제출된 소장 속 블랙 큐브(Black Cube)의 비밀 녹취록이 이번 급락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블랙 큐브는 이스라엘 출신 전직 정보기관 요원들이 설립한 사설 정보기업이다. 해당 기업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이볼루션 현·전직 임원진과의 대화 장면을 은밀히 촬영·녹음했다. 녹취 파일에는 이볼루션의 카지노 게임이 이란·수단 등 미국 제재 대상국, 그리고 도박이 전면 금지된 중국으로 유통됐다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


■ 소송 배경 및 주요 쟁점

블랙 큐브 측은 해당 자료를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의 증빙으로 뉴저지 법원에 제출했다. 이 소송은 본래 이볼루션이 신원 미공개 고객을 대리하는 미국 로펌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파생됐다. 블랙 큐브는 “영상과 녹취록은 이볼루션이 불법·제재 시장에 게임을 공급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볼루션은 공식 성명을 통해 “블랙 큐브가 고객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또다시 허위 자료를 유포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회사 측은 2021년에 이미 블랙 큐브 분석이 “사실무근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투자자 반응과 시장 영향

11% 급락은 이볼루션 시가총액에서 약 30억 달러(추정) 이상의 증발을 의미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의혹이 현실화될 경우 각국 규제기관이 대규모 벌금, 라이선스 취소, 형사제재 등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이볼루션 매출의 상당 비중이 B2B 라이브 카지노 스트리밍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특성상, 제재 리스크가 매출 차단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 투자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볼루션이 미 연방·주정부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기업가치 할인률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발언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인용


■ 용어·배경 설명

블랙 큐브(Black Cube)는 복잡한 민·형사 소송 지원을 위해 정보 수집, 잠입 조사, 디지털 포렌식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2010년대 후반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대응 과정에도 등장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제재 대상국(OFAC 리스트)은 금융·무역·서비스 제공이 제한되며, 미국 기업·시민과 직접 또는 간접 거래가 금지된다. 라이브 카지노 콘텐츠 배포 역시 ‘서비스 공급’으로 간주돼 심각한 제재 위반으로 구분된다.


■ 향후 전망

법원은 향후 블랙 큐브가 보유한 영상·음성 원본의 증거 능력, 편집 여부, 맥락 왜곡 여부 등을 심리할 예정이다. 만약 녹취 내용이 실질적 증거로 인정되면, 이볼루션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자체가 역공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스웨덴 금융감독청(FI)과 몰타 게이밍 규제당국(MGA) 같은 유럽 규제기관이 독자 조사에 착수할 경우, 라이선스 재검토 혹은 과징금 부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규제 및 소송 리스크를 프라이싱(가격 반영)하기 전까지 추가 매도에 나설 여지가 크다.

반면 일부 장기 투자자는 “불확실성 확대 국면에서 저가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실제로 이볼루션은 2020~2024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35%를 웃돌며, 압도적 마진(EBITDA 70% 내외) 구조를 보여왔다.


■ 기자 관전평

본 사안을 둘러싼 핵심은 의도성(intention) 여부다. 기술적 지리 차단(Geo-Blocking)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구현됐는지, 제3국 브로커가 개입했는지, 이볼루션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했는지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규제 당국과 사법기관은 ‘최소 고의(negligence)’라도 확인될 경우 처벌 강도를 높여 왔다. 이볼루션 사례는 기술 기업이 글로벌 서비스 확장 과정에서 규제 맹점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최신 리스크 관리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