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FOMO에서 마진콜 공포로, 변동성 국면에 진입한 금 가격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며 변동성의 새 국면에 들어섰다. 정치적 긴장, 미‧중 관세 불확실성, 서구 투기자금 유입이 맞물려 금값을 떠받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의 상승 전망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금 가격은 연초 대비 54% 급등했다. 이는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으로, 3월 3,000달러, 10월 4,00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잇따라 돌파하며 기록적인 랠리를 연출했다.

최근 상승세의 동력은 FOMO(Fear of Missing Out·실기 공포)로 불리는 추격 매수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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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의 성격이 신흥국 중앙은행보다는 서구권 투자자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선임 시장전략가는 설명했다. “이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키우지만, 금을 떠받치는 배경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상 최고치와 급락이 공존

금은 10월 21일 온스당 4,381달러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년 전 런던 금시장연합회(LBMA)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2,941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다음 날 5% 급락하며 5년 만의 최대 일중 낙폭을 보였다. 이로써 과매수 구간이던 RSI(상대강도지수)는 7주 만에 “정상” 범위로 복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율리우스베어의 카스텐 멘케 애널리스트는 “가파른 랠리 이후 조정(consolidation)은 건강한 현상”이라며 “금의 펀더멘털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에브리싱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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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20% 추가 상승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번 랠리가 최근 연준 완화 사이클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고 분석했다.

MKS 팸프의 니키 실스 금속전략본부장은 “이번 사이클은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진행되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며,

“‘에브리싱 버블(everything bubble)’이 더 확장될 수 있으며, 금이 4,500달러를 돌파하면 개인투자자의 FOMO가 한층 가속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금 가격은 최근 2년 사이 두 배로 뛰어 1980년 인플레이션 조정 고점(MKS 팸프 기준 3,590달러, 당시 명목 850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주식시장과의 동반 상승이 불안 요인

전문가들은 S&P 500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핀다. HSBC의 제임스 스틸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급락 위험에 대비해 금을 헤지로 매수했다”며,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현금 마련이나 마진콜 대응을 위해 금이 매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의 전략 변화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 분산을 위해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해 왔지만, 가격 자체가 폭등하면서 추가 매입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실스 본부장은 “가격 급등은 장기 투자기관이 포트폴리오 한도를 넘겨 리스크 축소(디레버리징)에 나설 가능성도 높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 실수요의 한 축인 보석·장신구 수요는 부진하다. 무역데이터모니터(TDM)에 따르면 1~9월 중국 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인도의 1~7월 수입도 25% 줄었다. 2026년 이후 투자 모멘텀이 둔화될 경우, 물리적 공급 과잉이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어‧지표 해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상승장을 놓칠까 두려워 성급히 매수하는 심리를 뜻한다. 마진콜은 증거금이 부족해 추가 자금을 납입하라는 중개기관의 요구로, 응하지 못하면 보유 자산이 강제 청산될 수 있다. RSI(상대강도지수)는 특정 자산이 과매수·과매도 구간에 있는지를 0~100 범위로 나타내는 기술적 지표다. 에브리싱 버블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동시에 고평가됐다는 시장의 과열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위 설명은 생소한 금융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