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술기업의 대규모 차입과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압박 신호가 맞물리면서, 최고 신용등급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온 채권 투자자들이 한발 물러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 조달비용 상승을 촉발하고 기업 실적을 압박하며, 이미 예민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I 과열 투자에 대한 긴장과 지연된 미국 경제지표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로스 마켓 급락을 촉발해 이달 들어 세계 주가를 3% 하락시켰고, 암호화폐 비트코인부터 금까지 타격을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등급(IG) 회사채는 여전히 수십 년 만의 낮은 차입비용을 제공하며 상대적으로 직격탄을 피했다.
하지만 10조 달러 이상의 고객 자산을 합산 운용하는 기관들의 투자자들은 IG 채권의 가격메커니즘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최고 등급 회사채 익스포저를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미 해당 자산군을 매도했거나, 적극적인 공매도(숏) 포지션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지난달 JP모간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신용시장에서 ‘바퀴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직후 기술 대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공모·사모 시장에서 대규모 차입에 나섰다. 한편, 대체자산 ‘BWL.N>’이 자금 인출 제한에 나서며 3조 달러 규모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불안을 확산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다수의 자금운용사들은 IG 채권이 여전히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 ‘BWL.N>’은 로이터 표기의 티커로 보이나, 기사 내에서 구체적 사명은 명시되지 않았다.
브랜디와인 글로벌(브랜클린 템플턴 산하, 총운용자산 1.2조 달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언 클로스는 ‘시장엔 두려움이 있고, 모두가 다음에 떨어질 신발을 찾고 있다’며, IG 채권이 그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 중이던 포지션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레드 지표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최우량 기업의 국채 대비 차입 가산금리를 추적하는 ICE-BofA 지수의 스프레드는 10월 초 기록한 27년래 저점 74bp에서 불과 10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의 동종 스프레드는 84bp 안팎으로, 10월 말 75bp 대비 소폭 상승한 상태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매크로·전략적 자산배분 책임자 살만 아메드는,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판단과 함께 경기 둔화 시 ‘본격적인 와이드닝(급격한 스프레드 확대)’이 올 수 있다며 IG 채권에 대한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이 떨어질 여지가 커 지속적 경기 둔화가 현실화할 경우 헤지 전략의 비용 대비 효용(‘bang for buck’) 측면에서 IG 크레딧이 가장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FEEDBACK LOOP: 신용스프레드와 실물·주식의 상호작용
신용스프레드는 경제성장과 주식시장 성과의 선행지표로 자주 해석된다. 자금조달비용은 기업의 이익·주가·투자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인티 원(Ninety One)의 멀티에셋 인컴 총괄 존 스톱포드는 최근 수주일 사이 펀드의 크레딧 익스포저를 ‘제로’로 낮췄다고 밝혔다.
그는 사모대출 펀드에서 현금이 유출되는 가운데, AI 차입 광풍이 가속될 경우,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가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대출의 차입비용이 오르고 신규 발행이 쏟아지면, 차입자는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차입이 비싸질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9~10월에는 AI에 초점을 맞춘 빅테크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750억 달러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Oracle)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한 달 새 44% 급등해 87bp에 달했다고 리피니티브(Refinitiv) 데이터가 보여줬다.
한편, 규제당국의 대출심사 기준 점검이 거세지자, 투자자들은 사모대출 펀드에서 서서히 발길을 돌리는 움직임도 보였다.
지연된 미국 지표, 크레딧 변동성 촉발 요인으로 부상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채권 포트폴리오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퓨리는, 세계 4위 자산운용사인 동사가 당분간은 기업 크레딧에 투자 유지를 하되, 미국 경기 둔화 신호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G 크레딧 가격에는 경기 악화에 대한 ‘완충장치’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크레딧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너선 매닝 역시, 가격 부담과 함께 이번 목요일 발표 예정인 9월 미국 고용보고서 등 ‘지연된’ 지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IG 익스포저를 ‘다소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매도세에도 시장이 비교적 침착하게 거래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셀 인베스트먼츠의 자문을 받는 기관 고객(합산 9,000억 달러 이상 집행)들도 IG 크레딧에 보다 신중해지고 있다. 러셀의 글로벌 채권·외환 솔루션 총괄 밴 루는
‘이 자산군이 가장 걱정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너무 비싸져 상방 여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
라고 말했다.
용어 해설 및 배경
투자등급(IG) 회사채는 신용평가사로부터 BBB- 이상 등급을 받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위험이 낮아 자금조달비용이 저렴하고, 기관투자자의 투자 비중도 높다. 스프레드는 회사채 금리에서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를 뺀 값으로, 신용위험의 가격을 반영한다. bp(베이시스 포인트)는 1bp = 0.01%를 뜻한다. CDS(신용부도스와프)는 채무 불이행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 상승은 부도 위험 인식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사모대출(private credit)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 등이 비상장·중견기업 등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신속한 집행·맞춤형 조건이 장점이지만 투명성·유동성 이슈가 있다.
해설: 현재 국면의 함의
기사의 정량적 사실들이 시사하는 바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대 근방에 머물러 있어, 경기 둔화나 사모대출발 자금경색이 겹칠 경우 재가격(리프라이싱)의 폭이 커질 수 있다. 둘째, AI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구조적 테마가 지속적인 자금수요(발행 급증)를 유발해, 발행금리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셋째, 헤지 관점에서 IG 크레딧의 가격 민감도는, 시장 충격 시 위험 대비 보상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면, 채권 스프레드 확대 → 조달비용 상승 → 이익 압박·투자 축소 → 성장 둔화 → 다시 스프레드 확대의 자기강화가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등급·통화를 아우르는 분산과 유동성 관리가 필수적이며, 스프레드 변동성에 대한 헤지(예: CDS, 듀레이션 조정)의 비용·효용을 점검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