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2026년 초 다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워싱턴의 약한 달러 기조 표명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달러의 안정적 흐름에 대한 낙관을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최근 며칠간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며 다시 시장의 관심 대상이 됐다.
2026년 1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는 월요일에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해 지난해 4월 이후 최대의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향하고 있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는 미 자산에 대한 전대미문의 매도세를 촉발했었다.
트럼프의 집권 첫 해에는 무질서한 무역·외교 접근, 연준에 대한 공세(독립성 약화 우려), 그리고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가 맞물리며 달러 가치는 약 10% 하락했다. 이번 약세 전개에서도 달러는 유로, 파운드, 스위스 프랑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요인들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최고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Seema Shah)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단순한 ‘미국 매도(Sell America)’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 시마 샤, Principal Asset Management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편입 위협, 유럽 동맹에 대한 추가 관세 경고, 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형사 기소 움직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감독 등 다수의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토요일에는 캐나다에 사실상 무역금수 조치를 위협하기도 했다. 일부 위협은 철회되거나 완화됐지만, 전반적인 정치적·지정학적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시장 변동성 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채권 시장 심리는 취약하다. 특히 일본 국채의 공격적 매도는 미국 국채(Treasuries)로의 파급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다. 동시에 금(금현물)은 연속 신기록을 경신하며 투자자들이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강화가 이번 달에 2명의 미국 시민 사망을 초래하고 시위를 촉발했으며, 이는 또 다른 정부 셧다운(shutdown)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반면,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 동결 혹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는 금리상승 국가로 자금이 이동할 유인을 제공해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금리 인하 압력을 버텨왔으며 임기는 5월에 종료된다. 온라인 베팅 시장은 블랙록(BlackRock)의 릭 리더(Rick Rieder)이 파월의 후임으로 점쳐질 확률을 50%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불과 일주일 전 10% 미만에서 급등한 수치다. 리더는 대통령과 유사하게 완화적 통화정책(낮은 금리)을 선호하는 인사로 분류되며, 후임 선호도의 변화는 달러 약세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포지셔닝 변화와 글로벌 자산 흐름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시현했다. 다만 트럼프 취임 이후 S&P 500의 성과는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S&P 500은 트럼프 취임 이후 약 15% 상승에 그친 반면, 서울 코스피 지수는 약 95% 급등했고, 도쿄 니케이는 40% 상승, 상하이 종합지수도 거의 30% 상승을 기록했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시클루나(Chris Scicluna)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미국 비중을 계속 줄이고 다각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많은 이들이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overweight) 노출돼 있었다고 느껴온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관세를 강력히 주장해 왔으며 특히 대미 무역적자가 큰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 주목해 왔다. 금요일에는 일본은행(BOJ)이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함께 엔화에 대한 일련의 환율 점검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과 미국의 공동 개입 가능성의 전조일 수 있다. 이후 엔화는 급등했지만 지난 1년간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13% 하락한 상태다.
무역가중 달러(Trade-weighted dollar) 기준으로 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지수를 기준으로 최근 12개월간 달러는 약 5.3% 하락에 그쳤다. 이는 달러의 지역·국가별 다양성을 반영한 수치로, 달러가 일부 통화에 대해 더 큰 낙폭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보다 완만한 약세라는 점을 시사한다.
노무라(Nomura)의 G10 외환 전략 책임자 도미닉 버닝(Dominic Bunning)은 지난해의 달러 하락은 주로 경기 둔화와 같은 주기적 요인에 기인했으나, “올해는 대미 정책들이 경제적 관세 중심을 넘어 더욱 적대적이고 지정학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자주 언급된 몇몇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무역가중 달러 지수(Trade-weighted dollar)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별 무역 비중을 반영해 달러 가치를 산출한 지수로, 특정 통화 대비 달러 강약을 보다 광범위하게 보여준다. 변동성 지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옵션 시장의 프리미엄 등을 통해 측정된다. 정부 셧다운(shutdown)은 의회 예산 합의 실패로 연방정부 일부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현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시장에 미칠 영향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된 이유는 첫째, 연준의 예상 금리 인하(올해 최소 두 차례)가 달러의 상대적 금리 매력을 약화시키는 점;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외교 정책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대시켜 안전자산 및 비미국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하는 점; 셋째, 일본 국채 매도에서의 파급 가능성 등 채권시장 불안이 글로벌 자본흐름을 재편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실무자 관점에서 보면, 투자 포지셔닝 재조정이 가속화될 경우 달러화 약세는 추가적인 자본 유출과 타 통화의 상대적 강세를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에너지·원자재 수입국의 실물 경제에 환율 측면의 파급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충격이 심화되면 달러가 아닌 금·스위스 프랑·엔화 등으로의 안전 자산 이동이 촉발될 수 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통화 노출, 듀레이션(채권 민감도), 금 보유 비중 등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연준 의장 교체와 관련해 릭 리더와 같은 완화적 성향의 인사가 실제로 부각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 및 장단기 금리 전망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달러 추가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유지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단기적 안전자산 선호를 촉발하면 달러가 일시 반등할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책 변수와 지정학적 이벤트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기사 정보
원문 출처: Amanda Cooper, Dhara Ranasinghe, Samuel Indyk 작성, 런던발(Reuters). 게재일: 2026-01-26 16:4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