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채권 투자자, 영국 리브스 재무장관에 재정 여력 두 배 확대 촉구

런던(로이터) — 5조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에게 11월 26일 예산안에서 경기 충격에 대비한 국가 재정 버퍼(재정 여력·fiscal headroom)두 배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Amundi)를 비롯해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프랭클린 템플턴 등은 리브스 장관이 자체 예산 규정 충족을 위해 남겨둘 재정 여력약 200억 파운드(미화 27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다. 이들 중 세 곳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경로라고 밝혔다다.

리브스 장관은 화요일 해당 세율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총선에서 약속한 ‘주요 세율 동결’ 공약을 어길 때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단행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고 여겨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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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정부 지출계획과 자체 재정목표 사이의 완충 여지—즉 정책 유연성과 신뢰도를 받쳐줄 여유 폭—를 늘리지 않으면, 리브스가 내년 세 번째 연속으로 추가 증세에 내몰릴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다.

이는 영국 국채(gilts) 시장에서의 영국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10월 차입비용약 2년 만에 최대 월간 하락을 기록했음에도, 영국의 시장 취약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다.

노동당 정부재정건전화를 중시한다는 신호가 시장 심리에 긍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나, 리브스가 시장의 호의적 시선을 당연시할 수는 없다다. 야당이었던 보수당2022년 ‘미니예산(mini-budget)’ 사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다.

“우리는 그 약속이 실제 정책으로 번역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아문디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구아르 페스크(Grégoire Pesques)는 최근 가장 선호하는 거래 중 하나로 영국 국채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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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리브스가 발표할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일부 지출 절감까지 제시해 차입비용을 추가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다.

소득세 인상

리브스의 재정 규칙에는 2029-30 회계연도까지 비투자성 지출조세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조항과, 공공부문 순금융부채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에서 감소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다.

이들 규칙을 충족하려면,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추정에 따르면 리브스는 200억~300억 파운드절감 재원을 찾아야 한다다.

2024년 리브스가 400억 파운드 규모의 증세를 단행한 뒤에도 남겨둔 99억 파운드역사적으로 얇은 재정 여지는 이미 소진됐다는 평가다다. 이는 차입비용 상승, 노동당 내 의원들의 압박 속에 단행된 복지 축소안 철회(유턴), 그리고 정부 예산감시기구과도하게 낙관적이었던 생산성 전망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다.

투자자들은 재정 여지두 배로 늘려두면 이런 상황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

리브스가 소득세 과표구간 동결을 통해 ‘물가상승에 따른 과세표준 자동 상승’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는 80억 파운드 확보에 그쳐 필요한 규모를 메우거나 여지를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다.

소득세율 인상이 가장 쉽고 동시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니콜라 트린다데(Nicolas Trindade)는 최근 영국 채권 비중 선호 포지션을 줄였다며 이렇게 말했다다.

프랭클린 템플턴(운용자산 1.5조 달러)의 유럽 채권 헤드인 데이비드 자안(David Zahn)은 정부가 기본 소득세 구간(main band)의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기본 구간 세율을 1%포인트 올릴 경우 연 80억 파운드가 추가로 걷히는 반면, 상위·최고 구간은 각각 20억2억3천만 파운드에 그친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고문 마이클 손더스(Michael Saunders)는, 이론적으로는 여러 소규모 증세를 ‘살라미 슬라이싱’ 방식으로 조합해 재정 여지를 두 배로 만들 수 있지만, 현재 동원 가능한 미세 조정 카드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다.

영란은행(BoE) 전 정책위원인 그는, 가능한 모든 미세 증세를 총동원할 경우 시장은 추가 재정긴축 여력제한적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고, 이는 향후 충격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다.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유발 조치 금물

투자자들은 영국의 물가상승률3.8%로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 가운데, 리브스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다.

도이체방크의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산제이 라자(Sanjay Raja)는 지난해 예산에서의 최저임금 인상고용주 사회보장 부담금 상향 등이 인플레이션을 0.6~1.0%p가량 추가로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다.

투자자들은 증세의 성장 둔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도록, 그 영향이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겨 차입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다다.

“어떤 정책을 도입하든 인플레이션을 높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가로막힐 수 있다.”

라고 AXA의 트린다데는 말했다다.

부가가치세(VAT) 인상은 물가 상승 효과가 커 가능성이 낮은 조치로 거론된다다. 반면 최저임금2019년 이후 거의 50% 상승한 만큼, 추가 인상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다다.

지출 삭감의 불확실성

리브스는 화요일, 올해 초 약속한 140억 파운드 규모의 효율화에 더해 추가 절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며, 복지 지출 개혁 포기도 아직 아니다라고 밝혔다다.

투자자들은 유의미한 지출 삭감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삭감이 있다면 복지 부문에서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며 이는 차입비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

생산연령층 장애급여 지출은 올해 4년 전 전망 대비 약 40% 상회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지출 역시 조세부담률이 더 높은 유럽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다.

아문디의 페스크50억 파운드상회하는 지출 삭감을 보고 싶다고 밝히며,

“너무 먼 미래로 미뤄진 조치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고 경고했다다.

프랭클린 템플턴자안장기물 영국 국채에 대해 언더웨이트를 유지하고 있다며, 리브스가 지출을 삭감하지 않으면 내년 다시 증세에 나서야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다.

“하지만 (노동당) 당내 상황을 고려할 때, 그녀가 그걸 실현가능성은 꽤 낮아 보인다.”

($1 = £0.7451)


용어 설명 및 배경시장 이해를 위한 부연

재정 여력(Fiscal headroom)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재정규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경기 충격 등에 대응해 추가 지출 또는 감세를 단행할 수 있는 예산상 여유 폭을 뜻한다다. 여력이 클수록 정책 유연성시장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다.

영국 국채(Gilts)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통칭으로, 차입비용은 통상 국채 금리로 가늠한다다. 미니예산(mini-budget)은 2022년 보수당 정부가 제시한 대규모 감세 패키지로, 시장 혼란을 초래했던 사건을 일컫는다다.

소득세 과표구간 동결은 명목 구간을 그대로 두어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늘 때 실질적으로 과세 강화 효과를 내는 조치다다. 부가가치세(VAT) 인상은 물가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는 성격이 강하다다.


분석: 시장이 요구하는 ‘신뢰의 숫자’는 200억 파운드

이번 보도에서 드러나듯, 채권 투자자들은 단순히 적자 규모보다 규칙 준수 여지를 더 면밀히 본다다. 200억 파운드라는 헤드라인 숫자영란은행의 완화 전환과 맞물려 차입비용 하향 경로를 공고히 할 ‘신뢰의 기준’으로 읽힌다다. 반대로, 과도하게 분산된 소규모 증세먼 미래로 미루는 지출절감재정권한의 여지가 협소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향후 충격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다. 요컨대 단호하고 단순하며 신뢰 가능한 재정 조합선별적 증세가시적 지출개혁—이 국채시장 신뢰를 되살리는 열쇠로 보인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