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분석) — 일본은행(BOJ)의 카즈오 우에다 총재가 제시한 모호한 향후 전망은 투자자들에게 엔화에 대한 약세 베팅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했다. 이는 정부가 이미 엔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는 우려를 가진 상황에서 일본 통화의 추가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베팅 증가는 주로 유로화와 호주달러에 집중되어 있으며,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예고된 금리 인상 이후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긴박감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한다.
금리 인상과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일본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0.75%로 끌어올려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조정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들에게 앞으로의 정책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이며 회의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립금리(일본의 자연스러운 정책 금리 수준)가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구체적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발언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엔을 저렴하게 차입해(=약한 금리로 엔화를 빌리고) 다른 통화로 전환해 수익이 나는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포지션(carry positions)’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안도감을 주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나 자산에 투자해 금리 차익을 얻는 전략을 의미한다.
시장 반응과 통화 가치 변동
영국 런던 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약 1% 하락해 157엔 수준을 기록했고, 유로당 엔화 환율은 사상 최저치인 183.99엔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일본 내 금리가 상승해 새로운 고점을 찍었음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말레이시아 실사람가(시티/회사)에서 근무하는 매이뱅크 시큐리티즈 싱가포르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딜링 책임자 Tareck Horchani는 “시장 참여자들은 추가 인상이 올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빠르거나 공격적인 경로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역학에 얽히지 않기 위해 달러가 아닌 교차통화(crosses) 대비 엔화 매도 전략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주달러(AUD)와 남아프리카 랜드(ZAR)는 매력적인 캐리(금리 차익)를 제공한다고 언급했으며, 유로화 매도 전략은 정책 방향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포지셔닝 변화와 자금 흐름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4월 기록적 엔화 ‘롱'(강세) 포지션은 12월 초까지 거의 중립 수준으로 축소됐다. 다만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달러/엔의 투기적 포지셔닝 관련 데이터가 지연되어 최신화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 도쿄 지점의 지점장 Bart Wakabayashi는 고객들이 엔화 관련 포지션을 다른 통화로 가져가기로 선택하고 있다며, AUD/JPY와 EUR/JPY의 비중 과잉(long·overweight) 포지션이 최근 5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는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책 당국의 우려와 대응 가능성
이번 매도세는 엔화가 연초 수준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었고, 이는 기업과 일본 정부가 불편함을 느끼는 환율 구간이다. 카타야마 사츠키(카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지난달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효과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으며, 달러/엔 환율이 158엔에 접근할 때마다 당국은 반복적으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상공리서치(Tokyo Shoko Research)가 6,00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1.3%가 엔화가 너무 싸다고 응답했으며, 국내 기업들은 대략 달러당 133.5엔 수준을 바란다고 답했다. 이는 당시 수준보다 약 18% 강한 환율을 의미한다.
시장 전략가들은 5년간 비교적 꾸준히 하락해온 통화를 되돌리는 일은 중앙은행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무라(Nomura)의 일본 거시 전략가 Naka Matsuzawa는 “약한 엔화는 우에다 총재 취임 이전의 지난 10년간 과도한 완화의 지연된 효과에 더 가깝기 때문에 몇 번의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개혁, 규제 완화 및 성장을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는 조치와 같은 정부 차원의 추가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재무성이 달러를 매도해 엔화 하락을 막고 투기세력을 위협할 수 있지만, 많은 분석가는 그러한 외환시장 개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전 노출된 톤(언급 방식)의 변화가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개입만으로 지속 가능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시장 전망과 실무자 의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Peiqian Liu는 “나는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강경하거나 강경 성향의 신호가 많이 보인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책임자는 엔화에 특별한 놀라움이 없었던 이번 금리 결정이 캐리 트레이더들에게는 고무적인 신호였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캐리 포지션을 보유한 경우, 안심하고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었다.
용어 설명: 캐리 포지션과 중립금리
캐리 포지션(carry positions)은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두 금리 간의 차이로 수익을 얻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엔화가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을 때 엔화를 빌려 호주달러나 남아프리카 랜드처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로 투자하면 이자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중립금리(neutral rate)는 통화정책이 확장적도 수축적도 아닌 균형 상태를 만드는 이론적 금리를 의미하며, 중앙은행이 공개적으로 명확한 숫자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전망
엔화의 추가 약세는 에너지 및 식료품 같은 민감한 수입품의 국내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의 추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달러 매도)을 선택할 수 있으나, 개입은 대체로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경제 전반에 걸친 안정적 환율 형성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외에도 구조개혁,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유인책 등 성장 관련 정책의 병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될 경우 외국인 투자 유입이 늘어나 엔화에 대한 수요가 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캐리 포지션이 확대되면서 자본유출이 지속될 위험이 있어 수입물가 상승 및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결론
일본은행의 최근 결정과 우에다 총재의 신중한 메시지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엔화 약세 전략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엔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기록 중이며, 정부와 당국은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는 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의 구조적 조치와 성장 촉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