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외환 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재차 심화될 경우, 과거와 달리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해 엔/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60엔 선에 접근함에 따라 전통적으로 개입의 신호로 여겨졌던 기준점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관계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약세의 성격이 이전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2026년 3월 1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과거보다 통화시장 개입의 여지가 제한적인 상태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엔화 약세가 2022년과 2024년의 대규모 엔 매수 개입을 촉발했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와 같은 투기적 포지션 축적과는 달리,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와 유가 상승에 따른 펀더멘털 우려에 더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전쟁의 향방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운로가 얼마나 오랫동안 교란될지 지켜봐야 한다. 이번은 엔화 매도라기보다는 달러 매수의 문제다.”
— 익명의 정부 관계자
다른 시기와 다른 요인
전통적으로 통화 당국의 개입은 대규모 투기적 포지션을 해소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도쿄는 2022년과 2024년에 걸쳐 대규모 엔 매수 개입을 통해 캐리 트레이드에서 기인한 엔화 약세를 반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투기적 매도 포지션 축적을 나타내는 징후가 크지 않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3월 초 기준 엔화 순공매도 포지션은 16,575 계약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7월의 약 180,000 계약과 비교하면 훨씬 작은 규모다.
일본 재무장관인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는 금요일 기자 질문에 대해 개입 가능성에 관해 직접 답변을 피하면서도, 정부는 “언제든지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환율 변동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통적 의미의 ‘투기적 엔 매도’ 언급을 자제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정부가 개입을 정당화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문구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FX 전략가 류 쇼타(竜 翔太)는 “만약 지금 개입을 한다면 안전자산 성향의 달러 매수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중동 사태가 지속되면 달러 수요가 더 강해져 개입이 오히려 엔화 반등 후 투기적 매도를 재촉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아오조라은행의 수석 시장전략가 모로가 아키라(諸賀 章)는 금리정책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7월 금리인상이 가장 자연스러운 시점으로 보이지만, 엔저 압력이 심화될 경우 물가 상승 우려로 4월 인상 전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은행(BOJ)의 정책 움직임이 엔화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 공조와 유가 안정화 노력
일본은 엔화 약세가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단독 개입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G7 선진국 간의 합의는 통상적으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투기적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개입을 허용하지만, 유가 급등과 같은 실물경제 요인이 주된 원인이라면 G7 차원의 지원을 얻기 힘들다.
이에 따라 도쿄는 우선 국제적 유가 안정화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타야마 장관은 이번 주 의회에서 G7 동료들에게 유가 급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상 석유비축(Emergency oil stockpile) 방출 논의로 이어졌으며, 일본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전략비축유 일부를 방출해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의 협력 움직임에 탄력을 주었다.
용어 설명: 인터벤션과 캐리 트레이드
여기서 본문에 등장한 주요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벤션(개입)은 중앙은행이나 재무당국이 환율 급변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단기간에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거나 투기적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된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차입해 금리가 높은 통화에 투자함으로써 금리차에서 이익을 얻는 전략으로,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해당 통화의 급격한 매도가 발생해 환율을 흔들 수 있다.
향후 전망과 파급효과
전문가들은 향후 시나리오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전망한다. 첫째, 중동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고 유가가 안정된다면 달러 안전자산 수요가 완화되어 엔화가 다시 반등할 여지가 있다. 둘째, 유가 상승이 지속돼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엔저가 실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셋째, 국제공조가 실패하거나 실물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은 시장개입 대신 금리정책(BOJ의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금리정책을 통한 대응은 미국과의 금리차를 축소해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정부와 중앙은행은 신중한 판단을 요구받는다. 모로가 아키라의 발언을 인용하면, 기본 시나리오는 7월의 금리인상이지만, 통화가치 하락이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명백한 위험 신호를 보일 경우 4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
정책 선택의 딜레마
요약하면, 일본 당국은 이번 엔화 약세를 단순한 투기적 매도에 따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독 개입의 효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대신 유가 안정화를 위한 국제 공조, 전략비축유 방출과 같은 외교·에너지 분야의 다자적 대응을 우선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통화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더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통화정책 전환은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결정이므로 향후 시장의 변동성과 정책 당국의 발언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2026년 3월 1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인용과 자료를 정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