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브라질 벨렝 COP30, 유엔 기후협상 ‘형식’에서 ‘이행’으로 전환 요구 고조

COP30 내부에서 커지는 개편 요구: 합의 중심 의사결정, 이제는 실행으로?

브라질 파라주 벨렝에서 열리는 올해 COP30(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존재론적 질문이 드리운다. 바로, 매년 반복되는 유엔 기후협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전 지구적 협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기금 증액이라는 성과를 내왔으나, 배출은 여전히 누적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2025년 11월 1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목표 합의와 점검’에 설계 초점이 맞춰진 기존 협상 틀을 넘어, 현장에서의 이행 가속까지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해 외교관·전 유엔 협상가·정부 장관·활동가·투자자·개발은행 임원 등 3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다수의 인터뷰이는 유엔 주도의 COP 프로세스가 “현실 세계에서 약속을 실행하는 체계”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유럽 측 협상가는 “이제는 협상 잔치(jamboree)에서 벗어나, 이행을 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번 회의는 ‘옛 COP’의 사실상 마지막이자 ‘새 COP’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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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필요성에는 공감, 해법에는 이견

개편론에 공감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두고는 시각차가 컸다. 개편에 신중한 진영은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반(反)기후 정서가 확산되고, 일부 정부가 녹색정책을 후퇴시키는 흐름 속에 대수술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누엘 풀가르 비달 전 페루 환경장관은 “논쟁이 취약한 이때 개편을 열면, 기후부정론자들에게 포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도 변화에 나섰다. 시몬 스틸 유엔기후변화사무국(UNFCCC) 사무총장은 전직 정상·외교관·장관·기업 및 원주민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자문그룹을 발족해 ‘향후 10년의 COP’에 맞는 개편안을 주문했다. 자문단의 권고안은 수주 내 제출될 예정이라고 두 명의 구성원이 전했다. 스틸은 로이터에 “COP 과정이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왔다”며, 각국의 최신 공약이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전 세계 배출을 12% 줄이는 첫 ‘안정적 감소’ 궤적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대에는 가속을 위해 진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누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자문단 일원인 기후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다수결 도입에서 연례 정상회의의 형식 재설계까지 “테이블 위에서 제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합의한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기 시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제의 한계와 ‘다수결’ 가능성

개편 요구의 핵심 불만전원 합의제다. COP에서는 약 200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결론이 난다. 이 과정에서 더 야심찬 문구와 조치가 종종 단 한 국가의 이의 제기로 완화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COP26(2021년, 글래스고)의 석탄 관련 문구다. 당초 “석탄의 전면 중단(phase out)” 합의가 추진됐으나, 인도의 막판 이의 제기로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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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다수결 전환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규칙 변경을 위해서도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즉, 변화의 가장 큰 장애물 또한 합의제 그 자체라는 점이 확인된다. 몇몇 정부는 격년제 개최나, 일부 의제를 소규모 이행 중심 회의로 분리하는 방안을 타진했다는 전언도 있다. 다만 아비나시 페르사우드 미주개발은행(IDB) 총재 특별고문은 “COP를 격년으로 돌리면, 지금까지의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람회화’된 현장 vs. 효율성 요구

최근 COP 현장은 수만 명의 대표단과 대규모 기업이 몰려들며, 정책 협상장이라기보다 무역 박람회에 가깝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부와 금융·기업을 연결해 이행에 필요한 자본·기술을 동원한다는 순기능을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회의의 방만화를 지적하며 대폭 슬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파나마 협상가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는 “세상은 타오르는데, 일부는 COP에서 COP로, 칵테일에서 칵테일로, 사이드 이벤트만 전전하며 이익을 본다”고 비판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유엔 내부 문서 초안에는, 유엔 기후기구를 다른 부서에 통합하고 “현행 형태의 COP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채택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지만, 한 유럽 국가 협상가는 이를 “정신 차리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대해진 의제과도한 기술·행정 절차를 과감히 줄이려는 필요성이 거론된다. 몬테레이는 “우리는 문자 그대로 서류더미에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해상충 논란과 ‘약속 이행 점검’ 구상

활동가들은 최근 화석연료 산업과의 이해상충 논란에도 주목한다. 화석연료 지지 성향의 국가가 COP 의장국을 맡는 사례에 비판을 제기하고, 화석연료 확대를 추진하는 일부 석유기업 임원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인사의 참가를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브라질은 진전이 더딘 데 대한 좌절감을 인정하며, 올해 COP30에서는 새로운 공약 제시를 자제하고 대신 기존 약속의 이행을 구체화·관리하는 데 집중하자고 각국에 요청했다. 아울러 브라질은 유엔 후원이행 점검위원회 신설을 제안해, 각국이 COP에서 한 약속을 실제로 따르는지 방문·확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협상에서 이행으로’… 외교의 방향 전환 모색

COP30 협상장 내부에서도 글로벌 기후외교진화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COP30 의장이 일요일에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각국은 이번 최종 합의문에 협상에서 이행으로의 전환이라는 의향을 명시하는 방안을 사상 처음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목표 합의→진척 점검 위주였던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 이행 중심의 COP로의 정체성 변화를 시사한다.

핵심 인용
• “우리는 협상 잔치에서 벗어나 이행 가속에 집중해야 한다.” — 유럽 측 협상가
• “개편 국면을 열면 기후부정론자들에게 포획될 수 있다.” — 마누엘 풀가르 비달 전 페루 환경장관
• “테이블 위에서 제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요한 록스트룀, 기후과학자
• “격년 COP는 동력을 잃게 할 수 있다.” — 아비나시 페르사우드, IDB 특별고문
• “우리는 서류더미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파나마 협상가


해석과 함의: 무엇이 바뀌어야 ‘실행’이 시작되는가

분석해보면, 이번 COP30의 핵심 쟁점은 의사결정 방식(전원 합의제 vs. 다수결), 회의 구조(연례 대형 박람회형 vs. 목적별 소규모·이행형), 그리고 책임 메커니즘(자발적 공약 vs. 점검·검증)의 세 축으로 요약된다. 합의제는 포용성과 정당성의 장점을 갖지만, 단 한 국가의 반대로도 야심 수준이 희석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내왔다. 반면 다수결은 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으나, 정치적 분열합의의 구속력 논란을 수반한다. 결국 관건은, 어떤 조정이든 현장의 배출 감축과 기후적응 투자직결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브라질이 제안한 유엔 후원 점검위원회 구상은, ‘약속 대비 이행’의 검증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최종 합의문에 “협상→이행” 전환 의향을 담을 경우, 향후 COP의 평가 기준도 문안 협상 성과가 아니라 국가별 이행률현장 투자·정책 집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금융기관·기업·지방정부 등 비국가행위자의 역할을 공식 논의 구조 안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는 관문이 될 수 있다.


용어 설명Guide

COP(Conference of the Parties):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뜻한다. 매년 각국이 모여 기후목표를 논의·합의한다.
전원 합의제(consensus): 공식 표결 없이, 모든 당사국의 이의 없음을 전제로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다. 반대가 제기되면 문안이 완화되거나 협상이 지연되기 쉽다.
phase out vs. phase down: 전자는 완전한 중단, 후자는 단계적 감축을 의미한다. 2021년 COP26글래스고에서는 석탄 관련 문구가 ‘phase out’에서 ‘phase down’으로 조정됐다.


요약하자면, 올해 COP30 벨렝은 과거와 결별을 모색하는 분기점으로 부각됐다. 유엔과 회원국, 시민사회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실행 가능한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단일한 목표로 수렴한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규칙 변경, 회의 구조 개편, 이행 점검 강화—을 둘러싼 정치적·외교적 난제는 적지 않다. 향후 수주 내 공개될 자문단 권고와 브라질 의장단의 문안은, COP가 목표 선언의 장을 넘어 실행 설계의 플랫폼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지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