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배당 vs. 브랜드’ 갈림길… 디아지오 신임 CEO 데이브 루이스, 부채와 성장 재점화 과제

디아지오(Diageo)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유명한 별칭 ‘드래스틱 데이브(Drastic Dave)’의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1월 세계 최대 주류업체에 합류해 부채를 낮추고 매출 성장세를 되살리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 그리고 브랜드 투자와 배당 정책 사이에서의 미세한 균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존니 워커(Johnnie Walker) 위스키의 제조사인 디아지오는 월요일,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 출신의 루이스를 새 CEO로 선임했다. 회사는 도전적인 시기에 성장 회복을 위해 외부 인사를 선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내부 승계 대신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6월 기준 디아지오의 순부채/EBITDA 비율은 약 3.4배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루이스가 재무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비용 절감자산 매각을 우선순위로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월에는 피치(Fitch) 레이팅스가 디아지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해,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목

다만 미국의 주류 수입 관세 부과와 젊은 소비층의 음주 소비 후퇴가 겹치며 업계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수준으로 압축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산 매각 가격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브랜드 가치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인 주류 산업 특성상, 단기 유동성 개선을 위한 매각이 중장기적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주식중개사 굿바디(Goodbody)의 애널리스트 핀턴 라이언(Fintan Ryan)은 “지금은 자산을 적극적으로 ‘팔아치우기(flogging)’에 나서기에는 최적의 시점이 아니다”라면서도, “감채(減債) 전략의 일환으로 자산 매각은 여전히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개별 국가 내 사업글로벌 프랜차이즈보다 매각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디아지오가 동아프리카 브루어리스(East African Breweries) 같은 지역 사업, 중국의 바이주(baijiu) 사업, 브라질의 이피오카(Ypióca) 카샤사 브랜드, 터키의 라키(raki) 사업 등을 매각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간판 브랜드 기네스(Guinness)나 프랑스 명품그룹 LVMH 산하 모엣 헤네시(Moet Hennessy)에 대한 지분 34% 처분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AJ 벨(AJ Bell) 마켓 총괄 댄 코츠워스(Dan Coatsworth)는 고객 노트에서 “기네스를 매각할 수 있다는 말이 많지만, 그런 결정은 결코 가볍게 내려질 수 없다”며 “루이스는 일상 운영 문제를 정비한 이후에야 자산 매각을 ‘2단계 전환’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올해 5월 니크 장지아니(Nik Jhangiani) 직무대행(Interim CEO)은 이러한 자산들이 자산 매각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신임 CEO 하에서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범위와 속도를 다시 가늠하고 있다.

디아지오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회사의 성장과 수익의 중심은 북미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지아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더 초점을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는 신임 CEO가 지리적 우선순위자본 배분 원칙을 어떻게 재정렬할지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주목

배당 축소의 유혹: 유연성 vs. 주주 신뢰

M&A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루이스가 주주환원(배당)을 줄여 경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강한 유혹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현금 보전은 단기 재무 여력을 개선하지만, 주가신뢰에 미치는 단기 충격을 동반한다.

루이스는 테스코 합류 직후인 2014~2015 회계연도배당을 전면 중단한 전력이 있다. 이는 영국 대형 유통업체였던 테스코에 성장 재점화의 ‘화력’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시장은 디아지오에서도 유사한 ‘초기 체질개선 패키지’가 검토될지 주목한다.

디아지오 투자사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의 소비재 애널리스트 크리스 베킷(Chris Beckett)은 “이를 ‘키친 싱킹(kitchen sinking)’이라 부르든, 과도한 레버리지 현실을 수용하는 조정이라 부르든, 장기적으로 회사를 돕는 배당 삭감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아지오는 소비 둔화높아진 부채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고전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대열에 합류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복합기업(콩글로머릿) 모델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업 다각화가 안정성을 주는 반면, 할인(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는 딜레마가 재부상했다.

어느 쪽이든 투자자들은 루이스의 구상이 구체화될 시점을 2월 반기 실적 발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가 되어야 시가총액 약 530억 달러 규모의 디아지오를 그는 어떻게 재설계하려는지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

베킷은 “그가 특히 집중해야 할 대목은 브랜드에 어떤 보수가 필요한지, 마케팅 집행을 어떻게 최적화할지, 그리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어떻게 재정렬할지”라고 강조했다.


해석과 시사점: ‘현금 방어’와 ‘브랜드 파워’의 맞교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부채 축소를 위한 현금 창출(비용 절감, 자산 매각, 배당 삭감)과, 둘째, 중장기 성장을 위한 브랜드 투자(마케팅, 포트폴리오 정리, 가격·채널 전략) 간의 교환관계다. 관세수요 부진으로 가치가 눌린 시기엔 매각가가 낮을 수 있어, ‘급매’의 기회비용이 크다. 반대로, 브랜드 지출을 아끼면 프리미엄 주류의 핵심인 가격지배력과 수요 탄력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단기 비용 체계의 재설계(예: 중복 조직·간접비 슬림화), 매각 용이성이 높은 현지 단위 사업선별적 정리, 그리고 핵심 글로벌 브랜드(예: 기네스)에는 집중 투자하는 톱-다운 재배분이다. 이 과정에서 배당 정책현금흐름 상황에 연동해 일시적 조정 가능성을 남기는 절충안이 거론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을 되돌려야 하는 과제와 주주 신뢰 사이에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한편, 북미 이익 중심 구조는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를 시사한다. 북미에서의 수익성 있는 볼륨·가격 관리는 재무완충 역할을 하고, 아시아·아프리카·남미는 성장 옵션으로서 선별 투자 혹은 조정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현지 사업 매각이 글로벌 프랜차이즈보다 용이하다는 시장 시각은, 포트폴리오의 유동성-전략가치 축을 구분해 접근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결국 관건은 시간표다. 1월 취임 직후 운영상 ‘즉시 시정 가능한 항목’을 먼저 정리하고, 2월 반기 실적에서 초기 이행 신호중기 로드맵을 제시하는 2단계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이때 마케팅 효율(투입 대비 브랜드 지표 개선), 포트폴리오 가중치(핵심·비핵심 구분), 재무 레버리지 경로(순부채/EBITDA 하향 트랙) 등이 명확한 KPI로 제시될수록 시장의 신뢰 회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용어와 맥락 설명

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데 널리 쓰인다. 순부채/EBITDA 3.4배는 레버리지(부채의 지렛대 효과)가 높은 편임을 시사한다.

‘키친 싱킹(kitchen sinking)’: 새 경영진이 취임 직후 잠재 리스크를 한꺼번에 드러내고 비용을 선반영해, 이후의 회복 국면을 깔끔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뜻한다. 단기 충격은 크지만, ‘바닥 확인’ 효과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바이주(baijiu)·카샤사(cachaça)·라키(raki): 각각 중국, 브라질, 터키를 대표하는 증류주로, 현지 중심의 수요·브랜드 특성을 가진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대비 매각 실무가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negative)’: 등급사(여기서는 피치)가 향후 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할 때 부여한다. 실제 하향과는 구별되지만, 조달비용재무정책선제적 영향을 미친다.

밸류에이션 압축: 거시 환경 악화, 정책(관세), 수요 둔화 등으로 멀티플(예: PER, EV/EBITDA)이 역사적 하단에 근접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럴 때의 자산 매각은 가격 미스매치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