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지형이 우향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워싱턴의 정치적 지원이 이념적으로 정렬된 정부에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외교적 수렴이 지역 자산의 리스크 프라이싱(위험 반영 방식)을 재편하기 시작했다고 투자자들이 말한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념적 우파 리더들은 이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를 이끌고 있으며, 볼리비아도 이달 들어 시장친화적 노선에 합류했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정치적·재정적 후원은 deregulation(규제 완화), crime-busting(강경 범죄 대응), budget-cutting(예산 절감) 등 우파적 정책 방향을 취하는 정부에 더욱 우호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칠레에서는 이달 초 의회 선거에서 우파 블록이 단순 과반에 근접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피노체트 군사정권 이래 첫 극우 성향 대통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페루와 콜롬비아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재임 제한으로 콜롬비아에서 재출마가 불가능한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퇴장과도 맞물린다. 페트로는 공개적으로 미국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이러한 행보로 인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라틴 지역에서 지목한 핵심 견제 대상 중 하나로 꼽혀 왔다.
10월 중간선거 기간에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는 가운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동맹을 확대할 ‘세대적 기회’가 있다고 언급하며, 칠레와 이후 콜롬비아의 선거를 지목했다.
베센트 장관은 ‘칠레와 콜롬비아 등 향후 선거가 예정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이념적으로 정렬된 동맹을 새롭게 구성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 브라질, 특히 베네수엘라와 갈등을 빚어왔지만, 반면에 규제 완화, 강경 치안, 재정 긴축을 추진하는 정부와는 밀착하며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이러한 지원이 이미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트럼프의 조치들이 ‘정권 변화’에 대한 거대한 베팅을 촉발하며 시장 관심을 끌어올렸다.
그랜트 웹스터 Ninety One 신흥국 고정수익팀의 EM FX·소버린 공동책임자는 ‘미국에 중요도가 높은 국가들의 리스크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전개가 나타났고, 특히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2025년 들어 라틴 금융자산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브라질 헤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는 각각 달러 대비 15%,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는 선진국 통화 바스켓 대비 약 8% 약세를 기록했다.
성과는 자산군 전반에 걸쳤다. 현지통화 표시채(local-currency bonds)는 지수 기준 15% 상승했고, 달러 등 경화표시 채권(hard-currency bonds)은 16% 상승해 모두 글로벌 동종 자산을 아웃퍼폼했다. 주식 역시 달러 기준 연초 이후 40% 이상 랠리했지만, P/E(주가수익비율)로 볼 때 여전히 신흥국·선진국 대비 저평가 상태라는 점이 강조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접근법이 앞으로 국가별 차별화 요인으로 더욱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대표 사례로 아르헨티나가 꼽힌다.
워싱턴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자유지상주의(리버테리언)식 구조개혁’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고,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지원을 통해 경제 안정과 정부 뒷받침에 나섰다. 피치(Fitch)는 이러한 미국의 개입이 외환보유액이 개입 직전 수주 동안 빠르게 소진되던 아르헨티나를 추가 신용등급 강등에서 ‘구해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념적 정렬이 재정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웹스터는 ‘아르헨티나의 경우가 그랬다. 이는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에도 도움이 됐다’며 ‘우리는 사안을 개별적으로 보지만, 대체로 미국이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다른 국가들을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채는 여전히 액면 1달러당 약 30센트 수준의 심각한 부실 상태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이 거의 100%에 근접해 JPMorgan의 벤치마크 기준 글로벌 경화채 가운데 최고 성과를 냈다.
칠레의 정치적 재정렬은 지역에서 가장 강한 주식 랠리 중 하나를 이끌었다. S&P IPSA 지수는 48% 급등해, 멕시코·브라질의 현지 벤치마크(각각 약 30% 상승)보다 훨씬 앞섰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우파 정당들이 최근 하원·상원 선거에서 단순 과반을 단 한 표 차로 남겨둔 상태여서, 성장·투자 친화적 개혁에 대해 의회 지지가 강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실무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내년 초부터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칠레를 넘어 보수 후보들의 선전은 규제 간소화와 긴축적 예산 운용에 대한 기대를 지탱하고 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츠의 빅토르 사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칠레 선거 결과가 ‘시장 친화적 추세를 확증했다’고 평가했다.
사보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서 보았듯 우향화가 진행 중이며, 이는 중요하다. 내년에는 특히 콜롬비아,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질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며 ‘시장은 우파 정부를 선호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동맹은 때때로 가변적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거시 안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칠레보다 페루, 그리고 특히 아르헨티나보다 거시 신뢰도가 높은 국가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PIMCO 신흥국 운용 총괄 프라몰 드완은 ‘워싱턴과의 정렬은 아직 1차적 가격 변수로 보지 않는다’며 ‘시장과 투자자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믿을 만한 거시정책을 선호한다. 관건은 정책 집행과 제도적 역량이며, 우리는 국가별 펀더멘털을 먼저, 지정학을 그다음에 가격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과 맥락해설
– ‘리스크 프라이싱’이란 특정 국가나 자산의 정치·재정·대외환경 리스크를 가격(금리·스프레드·밸류에이션)에 반영하는 과정을 뜻한다. 미국의 정치적 후원이 커질수록 해당 국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 ‘local-currency bonds’는 발행국 통화로 발행된 채권을, ‘hard-currency bonds’는 달러 등 경화로 발행된 채권을 말한다. 경화채는 통상 외화 조달비용과 대외 신용리스크에 민감하다.
– S&P IPSA는 칠레 주요 상장사의 대표 주가지수로, 국내 정책 변화와 해외 자금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P/E’는 주가가 당기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낮을수록 상대적 저평가로 해석되곤 한다.
– ‘이념적 정렬’은 워싱턴의 정책 방향과 현지 정부의 정책 성향이 조응하는 상태를 뜻하며, 이는 재정·금융 지원 채널을 넓혀 시장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석 포인트심화
첫째, 미국의 지원이 실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층적이다. 직접 재정 지원이나 보증,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영향력 행사, 제재·완화 시그널, 무역·투자 유인 등의 결합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빠르게 재평가하게 만든다. 아르헨티나의 사례에서 보듯, 최대 200억 달러 지원 프레임은 단기 유동성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신용등급 하방을 제어하는 ‘백스톱’으로 기능했다.
둘째, 우향화 정치가 곧바로 지속 가능한 수익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실행력, 제도 신뢰,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지 않으면 ‘과도한 낙관’의 되돌림이 발생한다. PIMCO의 견해처럼, 펀더멘털 퍼스트 원칙은 장기 성과를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다.
셋째, 칠레와 베네수엘라의 대비는 시사적이다. 칠레는 정책 연속성 기대 속에서 IPSA 48% 급등을 기록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 여전히 부실 가격대(30센트)라는 낮은 기준선에서 ‘리커버리 베팅’이 올해 근 100% 수익으로 확산됐다. 이는 기대 경로가 다르더라도, 정책 변화 확률에 대한 시장의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넷째, 내년 콜롬비아와 ‘특히 브라질’의 선거는 라틴 자산의 2차 재평가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선거 전후로 정책 공약의 구체성, 재정 규율, 중앙은행 독립성을 가늠하는 체크리스트가 스프레드와 환율, 주가수익비율에 빠르게 반영될 공산이 크다.
핵심 정리
라틴아메리카의 우향화와 미국의 정치적 지원이 맞물리며 국가별 리스크 프라이싱의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억 달러 지원 프레임과 피치의 강등 회피 평가로 ‘대표 사례’가 됐고, 칠레는 IPSA 48% 랠리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부실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경화채가 연중 근 100% 수익률을 내며 글로벌 톱티어 성과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PIMCO는 ‘워싱턴 정렬’보다 펀더멘털과 정책 집행을 우선 가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