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의 재부상 여부는 독일의 경기 회복에 달려 있다. 여름 이후 미국 시장에 가려진 유럽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유럽연합(EU)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대규모 지출이 2026년을 기점으로 판도를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먼저 그 지출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증거를 보고자 한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평화·휴전 합의 또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출된 자금 가운데 유럽 주식으로의 귀환은 이제야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럽 주식이 미국을 앞섰다. 지역이 국방비를 공동으로 확대했고, 독일은 재정 규칙을 개편했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우려가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면서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MEGA(=Make Europe Great Again)’ 모멘트를 경험했다. 그러나 관세 우려가 완화되자 유럽 주식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도 다시 평상시처럼 미국 주식에 비해 상대적 약세로 회귀했다. 이와 함께 유로화는 9월의 4년 만의 고점인 미화 1.20 근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금 유입 측면에서, 2025년 유럽 주식에는 총 86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고 바클레이즈가 추적하는 EPFR 데이터는 집계했다. 다만 최근 6개월 동안의 유입 속도는 둔화되어 23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독일의 지출 집행이 향후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
독일은 28개국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3월 재정 규칙을 개편해 인프라와 국방 지출을 늘릴 여지를 마련했다. 이는 유럽 경제 전반에 잠재적 게임체인저로 여겨진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 여력을 일상적 지출에 일부 사용해 왔으며, 장기적으로 경제와 주식시장 성과를 보다 견인할 수 있는 추가적 인프라 투자보다는 사회지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인프라 지출은 2026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와 내년을 통틀어 보면 사회지출의 증가율이 더 크다고 했다. 취리히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의 유로존 마켓 전략 책임자 로스 허치슨(Ross Hutchison)은 “독일의 예산 계획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야심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허치슨은 전반적 지출 증가는 긍정적이나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프라 투자로의 전환을 더 보고 싶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실행 리스크도 높다고 보고 있다. 독일은 최근 수년간 투자 집행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주 독일의 3개 경제연구소는 2026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지출로 인한 모멘텀이 제한적이고 구조개혁 진전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이미 비관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 주식은 올해 20% 상승했으나 하반기에는 추가 상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유럽 주식은 향후 수익(포워드 이익)을 기준으로 미국 경쟁사 대비 대략 약 35%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독일이 실적을 내고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유입 여지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선이 매우 낮다(‘The bar is very low’).”
슈로더스(Schroders) 펀드매니저 도미니크 브로이니거(Dominique Braeuninger)는 자사 펀드에서 유럽 주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변수와 섹터별 영향
우크라이나의 평화나 휴전은 투자심리에 기여할 수 있다. 시티(Citi)에 따르면 유럽 주식 펀드의 운용자산(AUM)은 전쟁 발발 이후로 14% 감소했으며, 최근의 유입은 유출 자금의 10% 정도만 회복시켰다. 다만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평화의 초기 효과는 섹터별로 제한적으로, 주로 에너지 가격 하락을 통한 수혜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유럽 기업들이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는지도 주시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은 향후 10년간 5천억 달러(500 billion 달러) 이상이 들 수 있다는 추정이 있다. 재건 수요는 건설, 소재, 방위 산업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로화는 달러 움직임에 크게 의존
유로화는 2025년 달러 대비 약 13% 상승해 2017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6월 이후로는 횡보 상태다. 독일의 재정정책,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등이 유로를 움직이는 요인이 되겠지만, 대부분은 달러화의 향방과 안전자산에 대한 우려 재부각 여부에 달려 있다고 투자자들은 본다.
골드만삭스는 로이터 설문에서 유로화가 달러 약세에 힘입어 미화 1.2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이 상승의 주요 동력은 달러 약세이며, 이는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연준(Fed)의 금리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UBS는 달러의 급격한 매도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보며 유로화가 미화 1.1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경우 외환은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연준이 무엇을 하는지에 더 좌우된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의 글로벌 FX 책임자 안드레아스 쾨니히(Andreas Koenig)는 이렇게 말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MEGA(=Make Europe Great Again)는 투자자들이 유럽 시장의 상대적 강세 시기를 축약해 부르는 표현이다. STOXX 600은 유럽 전역의 대형·중형·소형주를 포함한 주요 주가지수로, 유럽 주식시장 전반의 실적을 보는 지표다. EPFR은 Emerging Portfolio Fund Research의 약자처럼 보이는 데이터로, 글로벌 자금 흐름과 펀드 유입·유출을 추적하는 데이터 소스이며 바클레이즈가 해당 자료를 인용해 자금 유입 규모를 제시했다. LSEG I/B/E/S는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 계열의 I/B/E/S 추정치로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전망을 집계한 자료다.
향후 시나리오별 영향과 시장 시사점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독일이 2026년 인프라와 방위 지출을 계획대로 집행하고 구조개혁에서 실질적 진전을 보이면 유럽 주식은 밸류에이션의 할인폭을 좁히며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STOXX 600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주가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지출이 주로 일상적·사회복지성 항목에 머물고 투자 집행이 지연된다면 현재의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며 유입 속도 둔화가 계속될 것이다.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 관련 불확실성의 완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기업 비용 완화와 함께 일부 방위·건설·소재 기업에 대한 수요 회복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초기 효과는 섹터별로 편중되므로 포트폴리오의 섹터 노출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유로의 향방은 상당 부분 달러화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의 둔화와 연준의 금리 경로가 달러 약세로 연결되면 유로화는 추가 상승 여지가 있고, 이는 유럽 자산의 상대적 매력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유럽 자산은 추가적인 상대적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 밸류에이션이 이미 상당한discount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지출의 ‘실행’ 여부가 시장 기대를 초과하면 빠른 리레이팅(re-rating)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는 독일의 예산 집행 계획·진행 상황, ECB·연준의 통화정책 신호, 우크라이나 관련 정치적 진전, 그리고 AI와 같은 미국 시장의 성장 동력에 대한 노출 정도를 종합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결론
요약하면, 유럽의 ‘MEGA’ 모멘트는 이미 일부 나타났지만 지속성과 확대 여부는 독일의 지출 집행력과 국제 정치·통화 환경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뉴스플로우뿐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 집행과 벨류에이션의 정상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포지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