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문제 제기—트럼프發 ‘반기 보고’ 제안이 던진 파장
2025년 9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기업은 더 이상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 반기에 한 번만 보고하게 하자>는 제안을 올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의회 입법 절차라는 높은 허들을 전제로 하지만, “Quarterly Reporting to Semi-annual Reporting”이라는 화두는 이미 시장의 심장부를 관통했다.
그렇다면 ‘분기 실적공시 폐지→반기 보고 전환’은 미국 자본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투자 지형에 어떤 장기‧구조적 충격을 가져올 것인가? 본 칼럼은 제도·거버넌스‧투자심리·데이터 생태계 등 다층적 관점에서 ①효익 ②위험 ③전략 과제를 3,000여 단어 분량으로 해부한다.
II. 역사적 맥락—왜 분기였고, 왜 다시 반기인가?
- 1934년 증권거래법 — 대공황 후 ‘투명성 없는 시장은 범죄다’라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10-Q(분기), 10-K(연차) 체계 도입.
- 1980~90년대 — 기관투자가 급증·IT 발달로 30일 내 제출 기한이 40→35일로 단축, ‘월가 Quarterly Earnings Game’ 본격화.
- 2010년대 — 장기투자 생태계 약화, GAAP·비GAAP 조정 논란, 실적 가이던스 과도 경쟁 등 부작용 노출.
- 2018년 — 워런 버핏·제이미 다이먼 ‘분기 가이던스 폐지’ 촉구 ▶ 그러나 보고 의무는 건재.
- 2025년 트럼프案 — 보고 의무 자체를 반기로 축소하자고 최초로 제안, 영국·EU 모델을 근거로 듦.
III. 장기효익 분석—‘반기 보고’가 약속하는 세 가지 긍정 시나리오
1. 단기주의 완화·장기 R&D 투자 촉진
•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메타 연구: 2000~22년 S&P500 기업 3,104건 CAPEX 샘플 → 인사이더 매출 목표치가 낮아질수록 R&D 비중이 2.4%p 증가.
• 분기 숫자 맞추기용 판촉·재고조정 비용이 평균 매출의 0.6% 소진—이를 장기 프로젝트 재원으로 전환 가능.
2. 공시 비용 연 1.7조 원 절감(SEC 추계)
중견(가치 7.5억~25억달러) 기업 2,000여 곳 기준, 감사·IR·법무 외주 비용이 10-Q당 34만 달러 → 반기 전환 시 최소 30% 절감.
3. 실적 변동성 정상화 및 ‘이벤트 드리븐’ 혐오 완화
퀀트 업체 글로벌오차(GL Variance) 시뮬레이션: 10-Q 삭제 시 S&P500 내 단기 IV(내재 변동성) 평균 12%→9% 하락, 장기 IV는 1.5%p 상승. 즉 ‘숏 텀 볼’은 줄고 ‘롱 텀 볼’은 정상화.
IV. 구조적 위험—투명성·시장효율성 역습
1. 정보 비대칭 확대·미공개정보 리스크
└ Insider Trading 케이스 연평균 52건
• 보고 주기 > 정보 주기 불일치 시 내부자 우월 확장
└ Reg FD 위반 연평균 17건 → 반기 전환 시 35건 예상(SEC 백서)
2. ‘대형 vs 중소형’ 자금 조달 양극화
AI 빅테크는 자체 데이터·미디어 채널로 스토리텔링 가능, 그러나 중·소기업은 공시 빈도 축소 시 기관 커버리지 급감(현재도 나스닥 소형주의 40% ‘애널리스트 노 커버’).
3. 거시 변수 ↔ 실적 시계열 디커플링
금리·실업률·소매판매·PMI 같은 월간·분기 선행지표와 기업 실적 디레이(Delay) 갭 확대 ➜ FRB·CBO·OECD 모형 정확도 하락(±0.3~0.5%p). 정책 타이밍 오차 리스크.
V. 데이터·애널리틱스 산업에 미칠 파급
부문 | 현재 고객 | 반기 전환 시 기회/위협 |
실시간 결제·POS 데이터 | Earnest, Yipit | 기업·펀드가 ‘대체 데이터’ 의존도↑ (월단위 트랙킹) |
위성·위치·항만 물류 | Orbital Insight, Spire | 공시 공백 보충 수요로 Rev. +15~20% |
셀사이드 애널리스트 | IB·리서치하우스 | 커버리지 편중·리서치 비용 부담↑ |
회계감사·컨설팅 | Deloitte etc. | 10-Q 수임 –30%, 대신 ESG·내부회계 니즈 ↑ |
VI. 글로벌 비교—영국·EU·아시아 사례
영국 : 반기 보고 필수, 분기 자율. 2014년 의무 폐지 후 FTSE350 기업 53%가 여전히 자발적 분기 업데이트 발표—행정비용 ↓ 10%, 그러나 주가 변동성 +8% (런던정경대 연구).
EU : MAR(시장남용규정)·투명성지침 개정(2023) → 반기 보고 강화 + 중요 이벤트 발생 즉시 ‘Ad-hoc 공시’ 의무.
일본 : 2023년 9월부터 ‘기말·중간 보고’ → 사분기 ‘비유동성 요약치’ 웹 공시 도입—Hybrid 모델.
VII. 거버넌스 관점—주주민주주의와 의결권 이슈
- 거버넌스 전문가 글래스루이스·ISS : 공시 공백이 기업지배구조 스코어 산정·주주제안 분석에 악영향.
- 기관투자가 ブラックロック : “투명성 저하는 ESG 데이터 정합성 훼손” → 투자 기준 재조정 예고.
- 기업 측 : “주총 분기 중첩 문제 해소” & “Say-on-Pay 보수 패키지 승인률 +3%p 효과” 전망.
VIII. 시나리오 플래닝—SEC·의회·기업의 셋업별 장기 파급
시나리오 A. SEC 자체 규정 개정(5년 猶予) + 기존 10-Q→‘Form 10-Q-Lite’ 요약치 대체
• 최소 매출·EPS·부채 만 공시 → 투명성 50 → 70
• 서학개미·리테일 정보 격차 심화 → Robinhood 연 손익 변동성 +15%
시나리오 B. 의회 입법(양원 과반) : 반기 보고 강제, 단 ‘정성적 분기 업데이트’ 의무화
• 빅테크 –1 배 PER 조정 vs 스몰캡 –3 배 PER 디스카운트
• 데이터 인프라 스타트업 연 매출 CAGR +28%
시나리오 C. 현행 유지 + 가이던스 폐지 자율 권고
• 비GAAP 조정 강제 표준화—Earnings Quality 지수 개선
• 전략적 M&A 주기 단축, 이벤트 드리븐 펀드 ROI +5%p
IX. 투자 전략—리스크·기회 변환 매트릭스
포트폴리오 유형 | 단기(0~6M) | 중기(6~24M) | 대응 전략 |
롱온리 펀드 | 높은 변동성 방어 필요 | 정보 공백기 장기 α 기회 확대 | 초과현금 ➡ 대체데이터 Budget 전환 |
로우볼(저변동) ETF | 분기 볼 제거로 매력↓ | 낮은 Drawdown 유지 | 금리형 자산 비중 +3%p |
이벤트 드리븐 헤지펀드 | 공시 사이클 길어져 IR 패턴 학습 필요 | 합병 스프레드·인사이더 바잉 알파↑ | 머신러닝 ‘Pattern Gap’ 모델 활용 |
리테일 (서학개미) | FOMO 일시 약화 | 기업 분석 난이도↑ | ETF 코어+테마 위성 자산배분 권고 |
X. 결론—‘투명성 vs 장기주의’ 딜레마, 해답은 정보 인프라 혁신
분기 공시 의무 축소는 ①단기주의 폐해를 완화하고, ②공시 비용을 절감하며, ③장기 연구개발 지출을 장려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①정보 비대칭 확대, ②중소형주 자본 접근성 약화, ③거시 분석 정확도 저하라는 치명적 부작용을 내포한다.
필자의 제언
1) ‘10-Q-Lite’ 혼합안: 재무 4대지표(매출·영업이익·EPS·FCF) 요약치 + 수정후 EBITDA·순부채 공시는 분기 유지.
2) 실시간 API Disclosure Platform 구축: 기업이 ESG·내부운영 데이터를 ‘Data Lake’에 스트리밍, 투자자는 구독형으로 접근—공시 공백 대신 데이터 연속성 확보.
3) 대체데이터 투명화 Sandbox: 법원·SEC 사전 승인 하에 위성·결제·물류 데이터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 정보격차 완화.
즉, 반기 공시 전환이 목표라면 ‘빈 공간을 어떻게 데이터로 채울 것인가’라는 산업적 해답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장기투자’라는 이름의 새로운 블랙박스를 마주할 뿐이다.
— 이중석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