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률 집중 조명]
북한 경제가 2024년 한 해 동안 3.7% 성장하며 지난 8년 사이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했다. 이 수치는 2016년 3.9% 이후 최고치로, 전년(3.1%) 대비 확대됐으며 2022년(-0.2%)의 역성장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하 BOK)은 이번 성장세가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확대와 국내 제조업·건설업·광업 부문의 정책 강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 간 군수 물자 교역이 대폭 늘어나면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가 차원의 정책 사업 강화와 대외적으로는 북·러 경제협력이 확대된 것이 주 요인”이라고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 중화학공업 10.7% 급등
세부적으로는 중화학공업(heavy chemical sector) 생산이 무려 10.7% 급증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화학공업은 금속·화학·기계·조선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한 산업군을 의미하며, 이번 성장에는 무기류에 사용되는 금속 제품의 러시아 수출 확대가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군사·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평양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군수품과 병력을 러시아로 보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1일각에서는 국제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국제사회가 주시하는 대목*
◼ 광업·건설업 동반 성장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광업 부문도 8.8% 성장해 1999년 이후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건설업 역시 국가주도 인프라 확장 정책에 힘입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무역 규모·수출입 동향
전체 교역 규모는 2.6% 감소한 27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밑돌았지만, 수출은 10.8% 늘어난 3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가발(wigs)과 시계(watches) 등 경공업 제품의 해외 판매가 확대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1인당 국민총소득 격차 여전
북한의 2024년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72만 원(약 1,239달러)으로 추정됐다. 이는 남한의 5,010만 원 대비 3.4% 수준에 그친다. 즉, 성장률이 높아도 절대적 소득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 추정치의 신뢰도와 한계
BOK는 1991년부터 위성사진·정보기관·무역 데이터 등 다양한 출처를 종합해 북한 경제를 추정해 왔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 자료가 사실상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라고 평가하면서도, 제한된 정보 환경으로 인한 오차 가능성 역시 상존함을 지적한다.
◼ 데이터 발표 지연 배경
올해 발표가 예년보다 한 달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한국은행은 “원자료 수집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7월 말 공개되던 보고서가 8월 말로 늦춰진 셈이다.
[전문가 시각]
경제학자들은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의존도가 더욱 커지면 외부 변수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국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또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어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기술 도입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용어 해설: 중화학공업
‘중화학공업(heavy chemical industry)’은 철강·비철금속·석유화학·기계·조선 등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을 통칭한다. 일반 소비재를 생산하는 경공업과 달리, 중화학공업은 군수물자·인프라 건설 등으로 연계돼 국가 전략산업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번 북한 사례처럼 국가 정책·군사 수요와 맞물릴 때 성장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전망]
향후 북한 경제의 관건은 러시아·중국 등 우방국과의 협력 지속 여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다자 외교무대에 나설 예정이며, 같은 자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교 행보가 경제·안보 카드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면서, 그 결과가 향후 북한 경제 지표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북한의 성장률이 단기적 ‘러시아 특수’에 그칠지, 아니면 제재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지는 당분간 국제 정세와 외교적 교류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