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코코아 선물가격이 19일(현지시간) 급등하며 공매도(short) 포지션 청산 랠리를 연출했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CE 뉴욕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일 대비 +6.72%(+491달러) 오른 톤당 7,818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9월물(CAU25)도 +5.10%(+245파운드) 상승한 톤당 5,059파운드에 종료됐다.
이번 급등의 도화선은 북미 2분기 코코아 분쇄량(grindings)이 시장 예상만큼 부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 분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든 101,865톤으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유럽(-7.2%)과 아시아(-16.3%)의 감소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요를 시사했다. 코코아 가격은 주 초반 유럽·아시아 수요 부진 과 우호적인 서아프리카 기상 여건에 압박받아 뉴욕물 8개월 만의 최저치, 런던물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북미 지표 발표를 기점으로 매도세가 급격히 되돌려졌다.
■ ‘공매도 포지션 과다’가 만든 급반등
ICE 선물시장 커머디티 펀드들은 최근 코코아 가격 하락에 베팅하며 숏 포지션을 크게 늘려 왔다. ICE Futures Europe 자료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펀드 순매도 잔고는 전주보다 1,010계약 늘어난 6,361계약으로 2년여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숏 잔고 위에서 호재(북미 분쇄량)가 등장하자 시장은 강한 short covering rally에 돌입했다.
“숏 포지션이 쌓인 가운데 수요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 가격 급반등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시카고 소재 원자재 헤지펀드 매니저)
■ 수요 둔화 압력은 여전
다만 장기 추세를 결정짓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18일 2분기 유럽 분쇄량이 331,762톤으로 작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를 크게 밑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도 8년 만에 가장 적은 176,644톤(-16.3%)을 보고했다.
가격 급등이 초콜릿 제조업체의 원재료 부담을 자극하자, 세계 1위 초콜릿 원료업체 배리 칼리바우트 AG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3~5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 생산 변수: 서아프리카 기상ㆍ재고ㆍ품질
공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복합적인 신호가 공존한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6월 18일 2,363,861포대로 10개월 만의 고점을 찍은 뒤 2,337,085포대(19일 기준)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의 규제기관 가나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65만 톤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공급 과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코트디부아르 중간작물(mid-crop, 4~9월 수확)은 품질 악화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 중 5~6%가 불량이라고 토로하며, 불량률이 주작물(main-crop) 시기의 1% 대비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농산물 전문은행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 탓에 열매 성숙이 지연돼 중간작 수량이 작년 대비 9% 줄어든 4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 국제코코아기구(ICCO) 수급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올해 생산량은 4.38백만 톤으로 13.1% 감소했고, 재고/분쇄 비율은 27%로 46년 만의 최저치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 14만2,000톤 흑자(공급 과잉)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며, 생산량은 7.8% 늘어난 4.84백만 톤으로 예측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회복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용어설명: 코코아 ‘그라인딩’과 ‘숏 커버링’
그라인딩(grindings)은 코코아 원두(카카오빈)를 분쇄해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 반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역별 분쇄량은 실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은 가격 하락에 베팅해 공매도(Short)했던 투자자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되사듯, 선물을 되사는 행위다. 숏 커버링이 집중되면 매수세로 전환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 기자 관전평
비록 하루 급반등이 투자심리를 되살렸지만, 유럽·아시아 수요 위축, 향후 작황 회복 기대, 높은 항만 재고 등 하방 압력이 명확하다. 단, “품질 불량”이란 변수가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더해 실제 수급 균형은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8개월래 저점에서 기술적 반등에 나선 현재, 중기적 방향성은 9~10월 주요 생산지의 강수 패턴과 크리스마스 시즌 전 가공업체 주문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