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농민들, 수익성 악화에 농기계 지출 대폭 축소…봄 파종 앞두고 고가 장비 기피

농기계 판매사들이 북미 일대의 농업 박람회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농민들이 새 장비 구입을 크게 줄이고 있다.

2026년 4월 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레지나에서 열린 박람회 현장에서는 농기계 구매를 망설이는 농민들이 많았으며, 많은 이들이 이번 봄 파종을 앞두고 새 장비 대신 기존 장비를 오래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람회 현장에서 제조업체 Degelman Industries의 채드 존스는 “그들은 백만 달러짜리 콤바인을 사지는 않겠지만, 10만 달러짜리 작업기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바위 골라내기기(rockpicker), 쟁기(harrow), 리퍼(ripper) 등 노란색으로 칠해진 장비들 사이에 서 있었다.

농민들이 완전히 지출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비싼 기계·비료·연료 가격과 세계적 곡물 과잉 공급으로 인한 작물 가격 하락으로 인해 지출을 대폭 줄이고 고가 품목을 회피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장비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Association of Equipment Manufacturers(이하 AEM)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트랙터와 콤바인 같은 고가 장비의 판매는 미국에서 작년 동기 대비 3월에 30%~40% 감소했다.

농기계 판매 감소는 농민들의 재정 압박으로 인한 것으로, 이 압박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관세로 인해 심화되었다. 트랙터와 콤바인과 같은 이른바 빅아이언(big iron) 장비는 대량의 강철과 수입 부품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완제품에 포함된 강철·알루미늄의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 가치의 25%를 관세로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며, 이는 단순히 금속 함량에 대한 기존의 관세(금속 함량 기준 50%)와는 다른 방식이다. 다만, 트랙터와 콤바인처럼 주로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거의 1년 가까이 적용되어 온 50% 관세의 적용 대상에 남아 있을 전망이다.

존디어(John Deere)의 최근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한 관계자는 관세가 2026년에 12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하며, 2025년의 관세 비용 전부가 농민에게 전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금요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조업체들에게 농민을 돕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AEM의 킵 아이더버그는

“제조업체에 타격을 주는 관세와 농민에게 보복성 관세가 철회되는 것이 기계 가격을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

이라고 말했다.

무역 갈등은 미국의 곡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이 수개월 동안 미국산 대두 수입 시장에서 사실상 빠져 있으면서 북미의 곡물 가격을 끌어내리고 대규모 재고를 초래했다.

Farm Credit Canada의 이코노미스트 리 이 앤더슨(Leigh Anderson)은 이번 농사철의 수익성이 매우 빡빡하거나 잠재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어 장비 교체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민들이 예정된 구매를 연기하고 노후 장비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레지나의 박람회 현장에서는 트랙터와 대형 기계의 타이어를 확인하는 농민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5,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있었음에도 다수의 장비 전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AEM의 아이더버그는 이를 구매 행태가 욕구에서 필요로의 이동(purchasing behavior shifting from wants to needs)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료와 기계의 생산비가 한 번 상승하면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관세가 철폐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농민과 제조업체에 즉각적인 완화를 제공할 것이며 상당한 차이를 만들 것”


용어 설명

빅아이언(big iron): 트랙터·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를 지칭하는 업계 용어로, 대량의 강철과 복잡한 구성품을 포함해 생산단가가 높다. 이러한 장비는 수입 부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 민감도가 크다.

콤바인(combine): 수확과 탈곡을 동시에 수행하는 농기계로, 대규모 곡물 수확에 필수적이다.

Rockpicker, Harrow, Ripper: 각각 밭의 돌을 고르는 장비, 밭을 다지고 잡초 관리를 돕는 갈퀴형 장비, 토양을 깊게 갈아올리는 장비를 뜻한다. 작업기(implement)는 트랙터에 부착하거나 끌어서 사용하는 부속 장비들을 총칭한다.


정책 및 시장 전망 분석

단기적으로는 관세와 국제 수출 시장의 약세로 농기계 수요가 억제되면서 제조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랙터와 콤바인 같은 고가 장비의 판매가 30%~40% 감소한 점은 공급망과 제조 라인 조정, 인력 운용, 재고 관리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존디어가 2026년에 관세로 12억 달러의 비용을 예상한 점은 대형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중기적으로는 농민들의 장비 교체 연기와 노후 장비 사용 연장은 농업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노후 장비는 연료 효율성과 작업 속도에서 열세이므로 작물 수확 시점과 비용구조에 영향을 미쳐 농가의 단위당 생산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곡물 공급 측의 비용 상승 요인이 되어 장기적으로는 작물 가격 구조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관세 부담이 지속되면 제조업체들은 해외 생산 전환, 부품 조달처 다변화,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경우 단가 전가가 일부 이루어질 것이지만, 농가의 구매력 약화로 인해 판매량 감소가 계속될 경우 제조업체의 매출 성장에는 제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분쟁의 완화나 관세 인하가 이뤄질 경우에는 기계 가격 하락으로 구매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북미 농업 장비 시장의 구조적 수요 감소와 제조업체의 이익률 저하가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와 산업계는 관세 정책, 수출 시장 다변화, 농민 대상 비용 완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 고려사항

농민들은 고가 장비 구매 대신 중고장비 시장, 장비 리스(lease) 또는 공동사용(co-operative ownership) 모델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제품 라인업 재조정, 농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수요 둔화를 완화하려는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정책 당국은 관세와 무역정책의 농업 부문 영향을 재평가하고, 필요 시 보조금·금융 지원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의 장비 판매 부진은 단순한 수요 정체를 넘어 농업 생산성·제조업 수익성·무역 구조 전반에 파급되는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향후 관세 정책의 변화와 국제 곡물 수요 회복 여부가 북미 농기계 시장의 회복 시점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