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의 대규모 AI 인프라 확장 계획을 둘러싼 부채 조달과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월가의 시각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오라클 주가가 1992년 이후 최고의 일일 상승률(3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이후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하며 해당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11월 중순 현재, 이 종목은 2011년 이후 최악의 월간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1월 1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랠리를 이끌었던 동력은 오픈AI(OpenAI)와의 강화된 협력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급변했다. 투자자들은 AI 시장의 과열 가능성과 더불어 오픈AI가 5년간 오라클에 약속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커밋먼트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키은행 캐피털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 애널리스트 잭슨 애더(Jackson Ader)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 심리는 약화되고 있다.”
애더는 GPU 인프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 가운데서도 오라클의 잉여현금창출력(Free Cash Flow)이 가장 낮을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라클이 필요한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충당하기 위해 “보다 창의적인 금융기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오라클의 자금조달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오라클은 38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며, 이 계획은 지난달 블룸버그가 먼저 보도했다. 이는 오라클의 AI 데이터센터 및 GPU 인프라 확충을 뒷받침할 핵심 재원으로 거론된다.

관련 보도 더 보기로는 다음이 있다. 1) “이 메타 출신 임원은 오픈AI의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국 단위 부지 물색을 10개월째 이끌고 있다” [https://www.cnbc.com/2025/10/05/openai-stargate-data-center-buildout-infrastructure-lead-keith-heyde.html], 2) “AI 샘 올트먼과 소라(Sora) 저작권 도박: ‘닌텐도가 우리를 고소하지 않길 바란다’” [https://www.cnbc.com/2025/10/04/sora-openai-video-app.html], 3) “앤스로픽, 동료에 더 가까운 최신 모델 ‘클로드 소네트 4.5’ 공개” [https://www.cnbc.com/2025/09/29/anthropic-claude-ai-sonnet-4-5.html], 4) “샘 올트먼, 오픈AI의 8,500억 달러 규모 계획된 빌드아웃에 대한 우려에 ‘충분히 이해한다’” [https://www.cnbc.com/2025/09/23/sam-altman-openais-850-billion-in-planned-buildouts-bubble-concern.html].
오라클은 파트너들과 함께 텍사스·뉴멕시코·위스콘신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개발 및 임차하는 동시에, 엔비디아(Nvidia)와 AMD(Advanced Micro Devices)로부터 수십만 개의 GPU를 구매해 AI 모델을 구동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AI 연산 수요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 전략의 일환이다.
10월 열린 오라클의 연례 대형 행사 ‘AI 월드(AI World)’에서 기술 커뮤니티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설계가 손쉽게 확장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당시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오라클이 4,500억 달러를 상회하는 미인식 계약고를 이미 확보했다는 사실이 성장 가시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론은 행사 직후부터 고개를 들었다. 10월 17일 오라클 주가는 7% 급락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된 장기 전망의 현실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2030 회계연도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1,6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2026 회계연도 180억 달러 대비 대폭적인 증가다.
다음 분기 실적 발표는 12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AI 수요 지속성, 계약고의 매출 인식 속도, 그리고 자금조달 계획의 구체성을 핵심 체크포인트로 삼는 분위기다.
신용시장 시각: 오프밸런스·벤더 파이낸싱 가능성
바클레이즈(Barclays)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케치스(Andrew Keches)는 오라클의 선택지로 오프밸런스(off-balance sheet) 부채성 시설과 공급업체 금융(vendor financing)을 거론했다. 그는 최근 오라클의 채무를 하향 조정하며, 회사의 “상당한 자금 조달 필요”를 이유로 들었다. 케치스는 이번 주 고객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오라클의 신용 궤적(credit trajectory)이 개선될 경로를 찾기 어렵다.”
반면 ‘강세파’는 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장기 성과를 지목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CNBC에 “엘리슨은 맞서 베팅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RBC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리시 잘루리아(Rishi Jaluria)는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AI 계약을 통해 오라클이 시장의 모멘텀을 되살릴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현재 주식에 대해서는 ‘보유(hold)’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도 주목된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헤지에 나서면서, 오라클의 5년물 CDS는 최근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신용 애널리스트들은 이 수준이 경계할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추적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CDS는 차입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매수자는 프리미엄(보호비용)을 지불해 손실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바클레이즈는 고객들에게 오라클 5년물 CDS 매수를 추천했다.
오라클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CNBC의 데이비드 페이버(David Faber)는 오라클 공동 CEO 중 한 명인 클레이 마거윅(Clay Magouyrk)에게 오픈AI가 연간 600억 달러를 오라클에 지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마거윅은 “물론이다(of course)”라고 답하며, 오픈AI의 성장 잠재력과 빠른 사용자 확대를 근거로 제시했다 [https://www.cnbc.com/video/2025/10/13/oracle-ceo-magouyrk-of-course-openai-can-pay-60-billion-per-year.html].
오픈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은 지난주 X(옛 트위터)에 올해 연환산 매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히며, 2030년까지 매출을 수천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https://www.cnbc.com/2025/11/06/sam-altman-says-openai-will-top-20-billion-annual-revenue-this-year.html].
한편 D.A. 데이비드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Gil Luria)는 CNBC ‘패스트 머니’에 출연해 오라클이 AI 빌드아웃에서의 ‘나쁜 행태(bad behavior)’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이 빠른 확장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과 고객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고 대비시키며, 오라클은 현금소모가 큰 스타트업인 오픈AI 의존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 GPU 임대형 인프라의 매출총이익률은 오라클의 핵심 사업부문 약 80% 수준의 마진보다 현저히 낮다고 덧붙였다. 루리아 역시 종목에 대해 보유(hold)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에 약 100달러의 상승분이 반영됐던 점을 언급하며, “그 상승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청: “오라클과 코어위브(CoreWeave)는 AI 빌드아웃의 ‘나쁜 행태’를 보여준다” [https://www.cnbc.com/video/2025/11/12/oracle-and-coreweave-represent-bad-behavior-in-the-ai-buildout-says-da-davidsons-gil-luria.html]
용어·개념 해설
• 오프밸런스 부채성 시설: 재무제표 본문(대차대조표)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형태의 금융 약정을 말한다. 데이터센터 리스(lease) 구조나 컨소시엄형 프로젝트 파이낸스 등 다양한 구조가 포함될 수 있어, 표면상 레버리지 지표를 낮춰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나 실질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 공급업체 금융(vendor financing): 장비 공급사(예: GPU 공급업체)가 구매기업에 외상·할부·신용공여 형태로 판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단기 현금유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거래조건이 경직될 경우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신용부도스와프(CDS): 채무 불이행 위험을 보험료(프리미엄)로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프리미엄 상승은 일반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을 높게 본다는 신호다.
• GPU 임대형 인프라의 마진: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과 전력·냉각·운영비가 높아 전통적 소프트웨어·지원 사업 대비 총마진이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기자 분석: 오라클 AI 확장의 ‘속도’와 ‘재무 안전성’의 균형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속도전이 필요한 AI 인프라 시장에서 오라클이 대규모 선(先)투자를 감내할 재무 체력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느냐에 있다. 38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조달 추진설은 이 회사가 자체 잉여현금만으로는 성장 곡선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오픈AI의 5년 3,000억 달러 커밋먼트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오라클의 수요 예측 가시성과 부채 상환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확대된다.
신용시장의 반응은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다. 5년물 CDS의 2년래 최고 수준은 아직 ‘경보’ 단계는 아니지만, 레버리지 상승·금리 환경·현금창출력의 미묘한 균형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프밸런스 구조나 벤더 파이낸싱을 활용하면 단기적 자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지만, 실질적 채무부담을 분산·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위험관리와 투명한 공시가 필요하다.
또한 GPU 임대형 클라우드의 구조적 마진 한계는 오라클의 기존 약 80% 마진에 비해 수익성 저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단가 인상, 장기 계약 확대, 고효율 데이터센터 설계, 에너지비용 최적화 등으로 마진 개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오픈AI 집중 리스크 완화를 위해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계약고의 매출 전환 속도를 시장에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요컨대, 월가의 온도 하락은 성장 스토리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재무적 안전판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12월 중순 실적에서 오라클이 현금흐름 경로·부채 사용계획·수요 가시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AI 서사에 대한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