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부담에 짓눌린 ‘클레어스’, 7년 만에 두 번째 파산보호 신청

틴·청소년 액세서리 전문 소매업체 ‘클레어스(Claire’s)’7년 만에 두 번째로 파산보호(Chapter 11) 절차를 밟는다. 귀 뚫기(ear-piercing) 서비스와 다양한 잡화로 잘 알려진 이 쇼핑몰 기반 체인점은, 부채 압박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사업 재편을 통한 생존을 노리고 있다.

2025년 8월 6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클레어스는 약 5억 달러의 부채와 오프라인 매장 매출 둔화를 감당하지 못해 미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2018년 첫 번째 파산 이후 불과 7년 만이다.

샌라파엘 매장 전경

회사 측은 “매장 운영은 당분간 정상 유지”한다고 밝혔으며, 자산 매각·전략적 대안 검토를 통해 투자자 또는 인수자를 찾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자산 및 부채 규모는 각각 10억~100억 달러 범위로 기재됐다.


크리스 크레이머(Chris Cramer) CEO는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쟁 심화, 소비지출 패턴 변화,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 약화에 [1]현재 부채까지 더해지면서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우리는 잠재적 전략·재무적 파트너와 적극 협의 중이며,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의 대안을 찾겠다.”

클레어스는 1974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출발해 북미·유럽·아시아 등 17개국 2,700여 개 매장을 운영해 왔다. 특히 귀 뚫기 시장에서 ‘첫 경험의 공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들어 숯즈(Studs)·로비사(Lovisa)트렌디한 신규 체인이 안전성과 스타일을 내세우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클레어스는 이미 2018년에도 과도한 차입 부담으로 한 차례 파산보호를 신청해 19억 달러의 부채를 털어내고 5억7,500만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모나크 얼터너티브 캐피털(Monarch Alternative Capital) 등 채권단이 회사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 공급망 차질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관세(타리프) 부담이 비용 구조를 악화시켰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마이크로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쇼핑몰 기반 매장은 발길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닐 손더스(Neil Saunders) 전무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로비사 같은 신규 브랜드는 젊은 층이 원하는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을 겸비했다. 반면 클레어스는 과거의 색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최신 트렌드와 괴리가 생겼다. 더구나 대다수 매장이 위치한 2급 쇼핑몰의 방문객 자체가 줄어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 더욱 밀리고 있다.”


파산보호(Chapter 11)란 무엇인가

미국 파산법 11장(Chapter 11)은 기업이 채무를 동결한 채 자율적으로 경영을 계속하며 채권단과 재무구조를 재협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회사정리절차에 해당한다.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산(liquidation)으로 직행하는 Chapter 7과 구분된다.

클레어스가 두 차례나 Chapter 11을 선택한 것은 매장 운영과 브랜드 파워를 완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부채 구조를 합리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투자 유치 또는 인수전 가능성이다. 2018년 사례처럼 사모펀드와 채권단이 추가 유동성을 투입해 매장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경쟁사 또는 글로벌 패션 그룹이 ‘턴어라운드(회생)’를 노리고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둘째, 매장 구조조정 속도가 주목된다. 오프라인 축소 없이 온라인·모바일 역량을 강화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미국·유럽 리테일 업계는 “리사이즈·리로케이트” 전략으로 매출당 임차료 비중을 낮추고 있으며, 클레어스 역시 저효율 매장 정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셋째, 브랜드 리포지셔닝도 과제다. 중·고등학생 중심 구색에서 벗어나 젠지(Gen Z)의 지속가능성·개성 표현 욕구를 충족하는 ‘신규 컬렉션·콜라보’가 절실하다. 이는 기존 ‘저가·간편 액세서리’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력 카드다.

넷째, 공급망 재편이다. 관세·운송비 상승을 상쇄하려면 동남아·중남미 생산기지 다변화가 필요하며, 최근 리쇼어링(Reshoring)·니어쇼어링(Near-shoring) 트렌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심리 변수가 크다.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추이, 고용시장 등이 청소년 의류·액세서리 지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기·졸업 시즌에 쏠린 매출 구조는 거시경제 충격에 취약하다.


주석
[1]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오프라인 패션·액세서리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6.3 %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