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개요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까지 단 9명으로 운영되는 헤지펀드 홀드코 애셋 매니지먼트(HoldCo Asset Management)가 자산 2,0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 지역은행들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이사회 해임·은행 매각을 요구하며 위임장 대결(proxy battle)을 예고했다.
2025년 10월 2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홀드코는 이미 코메리카(Comerica)에 압박을 가해 109억 달러 규모의 피프스 서드(Fifth Third) 인수합병을 성사시켰으며, 동부의 이스턴 뱅크(Eastern Bank)·서부의 퍼스트 인터스테이트(First Interstate)를 연이어 공격한 뒤, 네 번째 표적 은행으로 콜롬비아 뱅크(Columbia Bank)를 공개 지목했다.
보도 시점 기준으로 자산 70억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뱅크는 서부 5개 주에 35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홀드코가 “합리적 합의가 없을 경우 위임장 대결로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 행동주의의 부활과 배경
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풍지대’였던 은행권 행동주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관련 전업 헤지펀드 다수가 사라지고, 규제 장벽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이에 따라 경영이 부실해져도 최고경영자(CEO)들이 징계를 받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홀드코 설립자 빅 게이(43)와 미샤 자이체프(42)는 지적한다.
② 2023년 실리콘밸리뱅크(SVB)·퍼스트리퍼블릭 파산 이후
SVB 사태로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악화되자, 자본비용이 높아진 지역은행들은 ‘저평가·저PER’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교적 완화된 감독 기조로 규제 당국 승인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판단도 행동주의를 부추겼다.
2. 홀드코의 전략과 성과
홀드코는 운용자산(AUM) 26억 달러 규모지만, 1년 새 지역은행 주식만 10억 달러 이상을 매입했다. 첫 승전보는 2025년 10월 6일 발표된 109억 달러 규모 코메리카 매각이었다. 피인수 은행 주가가 급등하면서 홀드코는 막대한 평가이익을 확보했고, 월스트리트 일부에서는 “소규모 펀드가 거인들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는 다음 달 열리는 지역은행 콘퍼런스에서 홀드코 출입을 금지했다. 업계가 행동주의 확산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3. ‘잘못된 인센티브’ 문제 제기
“우리는 그들을 공개적으로 부끄럽게 만들어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 빅 게이, 홀드코 공동설립자
게이·자이체프는 CEO들이 무리한 M&A로 은행 규모만 키운 뒤, 주가가 폭락해도 수백만 달러 보너스를 챙기는 구조를 ‘잘못된 인센티브’로 규정했다. 그들은 “은행 이사회가 CEO가 지명한 이사들로 채워져 러버스탬프(형식적 승인) 역할에 머문다”고 비판했다.
위임장 대결(proxy battle)이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보유 의결권(위임장)을 모아 이사 선임·해임안을 제출해 경영권을 흔드는 전략을 말한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주로 사용하는 전술이며, 과반 의결권 확보 시 CEO 해임까지 가능하다.
4. 콜롬비아 뱅크 사례
홀드코는 콜롬비아 주식 약 1억5,000만 달러어치(의결권 1.9%)를 보유하고 있다. 71쪽짜리 프레젠테이션에서 CEO 클린트 스타인(Clint Stein)이 2020년 취임 후 두 차례 인수로 자산을 4배 늘렸지만, 주가는 36%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스타인 CEO 연봉은 630만 달러로 80% 상승했다.
홀드코는 ▲5년간 추가 인수·합병 금지 ▲잉여현금으로 자사주 매입 ▲5년 후 매각 검토를 요구했다. 9월 말, 두 공동설립자는 줌(Zoom)으로 콜롬비아 이사회에 이를 제시했으며,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사 전원 교체안’을 주총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5. 용어 해설: CDO·FDIC·단기매도
서브프라임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저신용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모아 만든 파생상품이다. 2008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자이체프는 브라운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헤지펀드 트리카디아(Tricadia)에서 CDO를 모델링했다.
FDIC(연방예금보험공사)는 미국에서 은행이 파산했을 때 예금을 보호·관리하는 정부기관이다. 홀드코는 파산은행 지주회사(holdco)의 채권을 저가 매입한 뒤, 세금환급 등 잔여 자산 회수 소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며 ‘저돌적 파이터’ 이미지를 구축했다.
공매도(Short)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되사 이익을 얻는 전략이다. 홀드코는 2016년 뉴올리언스 지역은행 퍼스트 NBC의 자본잠식 가능성을 보고 공매도 후 경영 문제를 공개했으며, 은행은 결국 FDIC에 의해 폐쇄됐다.
6. 업계 반응 및 파급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 충격으로 4월 은행주가 급락했을 때, 홀드코는 콜롬비아·시티즌스 파이낸셜·키코프 등 3개 은행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시장조사업체 고든 해스켓의 애널리스트 돈 빌슨은 10월 21일 리포트에서 “홀드코는 지역은행과 행동주의 양쪽에서 급속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C 취재에 응한 무명의 업계 컨설턴트들은 “여러 지역은행이 자본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CEO·이사진 교체 압력은 향후 M&A ‘빅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7. 창업자 프로필과 투자 철학
게이는 골드만삭스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 자이체프는 서브프라임 CDO 정량모델을 설계한 ‘고수’로 불렸다. 두 사람은 2011년 뉴욕 월가 허름한 사무실에서 홀드코를 창업한 뒤 14년간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며 투자 아이디어를 토론해 왔다.
“은행 CEO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 주주는 나타나지 않고, 이사회는 CEO를 위해 일한다.”
— 빅 게이
이들의 핵심 전략은 ‘시장 비정상 구간에서 가치를 찾는다’는 것이다. 2008년 파산은행 지주채권, 2016년 퍼스트 NBC 공매도, 2025년 지역은행 행동주의까지 ‘비주류’ 투자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알파를 창출했다.
8. 향후 계획
홀드코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레이크스 소재 자산 355억 달러 규모의 뱅크유나이티드(BankUnited) 주식 5%에 육박하는 비중을 이미 매집했다. 아직 경영진과 대면하지 않았지만, “합의가 없으면 위임장 대결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설립자는 앞으로 ‘가치 파괴 은행 리스트’를 정기 발간해 지분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경영 실패 사례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게이는 “수년간 책임이 부재한 탓에 은행 생태계가 비정상적 구조로 굳어졌다”며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콕 집어내고, 올바른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