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소나루 측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아르헨티나 망명 초안, 도주 우려 증거 아냐”

브라질리아·상파울루발 — 자이르 볼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2025년 8월 22일 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STF)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아르헨티나 망명(Asylum) 요청서 초안도주 위험(flight risk)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해당 문건이 2024년 작성구(舊) 초안에 불과하며, “현재 시점에서 해외로 도피하려는 의사를 보여 주는 자료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초안 존재만으로는 망명 신청 절차를 개시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사실상 어떤 외교적 행동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은 작성 시점이 1년도 더 지난 문서를 근거로 도주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법적·논리적 비약이다” — 볼소나루 공동변호인단 성명


▶ ‘도주 위험’ 논점
STF는 피의자가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출국하거나 잠적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여권 보관, 통신 차단, 주거지 제한 등 여러 형태의 ‘접근·거주 제한 명령’(restraining order)을 내릴 수 있다. 볼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5년 8월 초부터 자택 연금(하우스 어레스트) 상태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은 법원이 부과한 거주·접근 제한 의무를 어긴 사례가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그 근거로, 1) 정기적으로 전자발찌 신호를 전송했고, 2) 법원이 지정한 지역구(상파울루주) 밖으로 이동한 기록이 없으며, 3) 사법 경찰과 검찰의 사전 허가 없이 외국 공관에도 접근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의 요구
STF의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 대법관은 8월 중순 ‘제한명령 불이행 및 도주 가능성’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에 대해 변호인단에 서면 소명(petição)을 요구했다. 이는 연방경찰(PF)이 최근 수집·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보고서에서 방대한 메시지와 문서가 추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포렌식 자료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카사 로사다) 제출용’이라고 적힌 PDF 초안이 포함돼 있었는데, 볼소나루 측은 “이 문건은 2024년 9월, 즉 브라질 대선 부정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작성된 참고 자료”라고 밝혔다. 그들은 “실제 서명·날인·접수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부각했다.


전문가 해설: ‘망명’과 ‘피난처’의 차이
브라질법에서 ‘망명’(Asilo político)은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외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는 절차다. 한편 ‘피난처’(Refúgio)는 인종·종교·성적 지향 등 개인적 박해를 사유로 한다. 두 제도 모두 1951년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 의정서를 기반으로 하지만, 망명은 명백한 정치색이 있고 국가 간 외교 마찰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신청 시점·동기·경로가 도주 의도 판단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 경찰 보고서의 ‘핵심 논거’
1) 외교적 경로를 통해 망명 허가를 타진했다는 정황
2) 볼소나루 측근과의 메시지에서 “출국 시점”·“보안팀 동선”이 언급
3) 초안 파일 제목이 ‘final_draft’로 저장
변호인단은 “파일 제목만으로 ‘최종본’ 단정은 과장”이라며, 당시 법률 자문 검토용 초안이 여러 버전으로 존재했다고 반박했다.

▶ ‘도주 위험’ 기준
브라질 사법절차상 피의자의 ‘도주 위험’은 ① 출국 준비 여부, ② 실제 이동 경로, ③ 타국 보호 요청 사실 등 ‘현재진행형’ 요소를 통해 판단된다. 변호인단은 “과거 문서 하나만으로는 지금의 위험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 정치·사회적 파장
볼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3년 1월 브라질리아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꾸준히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왔다. 그의 지지층은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거리 시위를 이어가는 반면, 반대 진영은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본다. 이번 망명 초안 논란은 양측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기자 시각·전망
저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ST​F가 도주 위험을 어떻게 정의·적용하느냐에 따라, 볼소나루의 구속 형태(자택 연금 vs. 구치소 수감)와 향후 재판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라이스 대법관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향후 증거보전 청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실제 망명 신청을 공식 접수했는지 여부는 외교적 파급력을 감안할 때 중남미 정세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안은 브라질 국내 정치뿐 아니라, 남미 우파 연대지역 다자외교 지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호인단이 제출한 서면은 “망명 초안이 재판 불출석, 증거 인멸, 외국 도피 계획과 연결된다는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촉구하고 있다.

▶ 향후 절차
1) 모라이스 대법관은 검찰연방경찰로부터 추가 보충자료를 받을 예정이다.
2) 그 뒤 36시간 내 임시조치를 유지하거나 변경할지를 결정한다.
3) 변호인단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 전원합의체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볼소나루 사건은 브라질 사법·정치 시스템의 권력분립 원칙민주적 책임성이 시험대에 오른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 ‘도주 위험’(flight risk) : 피의자가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원의 호출을 피하거나 abroad로 도망칠 가능성을 뜻하는 미국·영국계 형사절차 용어. 브라질 형사소송법은 이를 ‘risco de fuga’로 번역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