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소나루 측 “소셜미디어 금지령 위반 없다”…브라질 대법원에 해명 제출

브라질리아—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볼소나루(Jair Bolsonaro)의 변호인단이 2025년 7월 22일(현지 시각) 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 STF)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소셜미디어 금지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앞서 대법원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 대법관은 볼소나루가 해당 명령을 어겼다며 24시간 내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지난 18일(금) 볼소나루에게 소셜미디어 전면 사용 금지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했다. 이는 그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진행 중인 수사에서 증거 인멸이나 공공 질서 교란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21일(월) 추가 명령을 내려 “볼소나루가 제3자를 통해서라도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고 명확히 했다. 그런데 같은 날 볼소나루가 기자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고, 해당 발언 영상이 언론사의 공식 X(前 트위터)·유튜브 계정 등에 게시되자 대법관은 이를 즉각 위반으로 간주했다.

“해당 인터뷰 클립이 소셜 플랫폼에 유통된 이상, 피의자는 명령을 어겼다.” —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 결정문 중

이에 대해 볼소나루 측은 22일 제출한 11쪽짜리 의견서에서 “언론사가 자체 판단으로 영상을 온라인에 업로드한 것은 통제 불가능한 3자 행위이며, 피의자 본인이 직접 게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한 “정확한 금지 범위가 불명확하니 인터뷰 자체까지 금하는지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 소셜미디어 금지령의 배경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2023년 1월 8일 발생한 브라질 의회·대법원·대통령궁 습격 사건 이후, 볼소나루가 쿠데타를 사전 모의·선동했다는 혐의로 다수의 조사와 제재 조치를 단행해 왔다. 이번 금지령은 그 연장선상에서 내려졌으며, 대법관은 “피의자가 온라인을 통해 추종 세력을 선동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자발찌(ankle bracelet)는 위치 추적용 GPS 장치로 범죄 피의자 혹은 가택연금 대상자의 이동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사법 도구다. 브라질 사법부가 전직 대통령에게 이 장치를 부착토록 명령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 도널드 트럼프 ‘관세 카드’ 언급이 변수로
모라이스 대법관은 결정문에서 “볼소나루가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정치적 개입을 요청했다”는 의혹에도 주목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Truth Social 계정에서 “브라질 정부가 볼소나루에게 마녀사냥을 벌이면, 미국은 브라질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브라질 정부·의회·언론은 이를 ‘외교적 압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정치·통상 변수까지 얽히면서, 볼소나루 사건은 단순 사법 이슈를 넘어 브라질·미국 간 무역 관계, 내년 지방선거 국면, 나아가 남미 지역 정치 지형까지 흔들 잠재력을 갖는다.

◇ 법률 전문가 시각
브라질 연방대학(UFRJ) 헌법학자 아나 파울라 덤라스 교수는 “제3자 게시까지 금지 범위에 포함하면 언론 자유·표현 자유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파울루대(USP) 형사법학자 호드리고 마샤두 교수는 “피의자가 언론을 빌미로 사실상 지지층과 소통하는 통로를 열어두는 것 자체가 증거 인멸·재범 위험”이라며 대법관의 조치를 옹호했다.

전망
모라이스 대법관이 이번 해명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볼소나루에게 체포영장 발부라는 초강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2030년까지 공직 출마 금지 판결을 받은 상태라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극우 지지층은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결집 중이다.

볼소나루 측은 “STF가 금지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기 전까지 전 대통령은 어떠한 공개 발언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침묵 전략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법원과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방어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용어 설명
브라질 대법원은 11인의 종신제 판사(정년 75세)로 구성돼 있으며, 개별 판사가 수사 지휘·보석 조건 결정을 포함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는 한국의 헌법재판소·대법원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특징이다.


기자의 시각
볼소나루 사건은 ‘정치적 극화(Polarization)’가 사법 영역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사법적 중립성이 흔들릴 경우 시장·외교·사회 전반에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된다. 특히 브라질 증권거래소(B3)와 통화시장에서는 이미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결정이 내려지는 시점마다 환율·채권금리가 출렁일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기업들도 현지 투자·수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