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La Paz) — 볼리비아의 대통령 당선인 로드리고 파스(Rodrigo Paz)가 토요일 취임할 예정이며, 혼란에 빠진 경제와 함께 재정 안정을 위한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복잡한 의회 협상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 조달과 보조금 축소, 환율 제도 유연화 같은 비인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2025년 11월 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기독민주당(PDC) 출신 전 상원의원인 파스는 10월 19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는 사회주의운동(MAS)이 주도한 약 20년에 가까운 좌파 집권 이후 볼리비아 정치 지형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파스의 정당은 입법부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했지만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에는 미달한다. 이에 따라 연정을 꾸려야 하는데, 2030년까지 임기가 예정된 새 의회는 전반적으로 친기업적이고 우파 성향이 강해, 시장 친화적 정책 추진의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관측이다.
취임식과 외교적 주목 — 파스의 취임식은 11월 8일 라파스에서 열리며, 아르헨티나의 자유지상주의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칠레의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목은 볼리비아가 이념을 가로지르는 외교적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시 과제: 외부자금과 구조개혁 — 파스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외 자금 조달과 함께, 에너지 보조금 축소와 환율 유연화 같은 민감한 정책을 실행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BancTrust & Co.의 경제학자 후안 솔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스가 집권하면, 연료 수입에 쓸 중앙은행의 가용 외환보유액이 사실상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자 금융기관들은 이 새로운 전환기에 있는 볼리비아를 기꺼이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 상황의 심각성 — 천연가스와 곡물 생산국이자 내륙국인 볼리비아는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과거 전략 산업 국유화 정책은 해외 직접투자를 위축시켜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를 상회하고, 에너지 생산과 수출의 정체로 외화보유액이 줄면서 연료와 미국 달러의 급격한 부족이 나타났다.
차기 정부의 경제 고문인 가브리엘 에스피노사는 의학적 비유를 들어 상황의 위중함을 설명했다.
“의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경제는 사망 직전에 있다.”
파스의 정책 구상 — 파스는 취임 직후 농업 및 기업 부문에 제공되는 디젤 보조금 축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중교통에 적용되는 휘발유 보조금은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다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대외 협의와 국제금융 — 파스는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다자 채권단과 회동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DB)은 새 행정부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모든 대출은 볼리비아 입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파스는 민간 주도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사회보장 프로그램 유지를 약속해왔다. 초기에 IMF 지원 요청에 난색을 표했으나, 행정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팀이 이미 IMF에 프로그램을 제시해 신규 신용 한도 개설을 타진했다. BancTrust & Co.의 솔라는 정치적 안정을 좌우할 핵심이 국민적 지지 확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는 IMF 요구 이행에만 매달린다는 인식을 피할 수 있다.”
부상하는 연합구도(Emerging Alliances) — 분열된 의회 지형을 헤쳐 나가는 일은 파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그는 친기업 성향의 유니티 얼라이언스(Unity Alliance) 인사들을 영입했는데, 이 연합은 하원 의석의 약 20%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유니티 얼라이언스와 기독민주당(PDC)은 상‧하원 모두에서 작동 가능한 과반을 형성하게 됐다.
유니티 얼라이언스의 대변인 마르코 푸엔테스는 로이터에 “우리 블록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모든 이니셔티브를 지지할 것이며, 동시에 자체 우선과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수 성향 프리 얼라이언스(Free Alliance) 소속 상원의원 엘레나 파차쿠테는 인터뷰에서 파스가 자신들의 연합과 유사한 경제 구제 계획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성도에 대한 물음표는 남아 있다. 특히 MAS 및 창립자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과거 인연이 있던 일부 파스 계열 의원들이 끝내 그를 지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솔라는 “파스는 MAS와 연결고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MAS 계 의원)이 최종적으로 그를 지지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과 맥락
사회주의운동(MAS)은 볼리비아에서 장기간 집권했던 좌파 정당으로, 국유화 정책과 사회보장 강화를 핵심 기조로 해왔다. 반면 기독민주당(PDC)과 유니티 얼라이언스는 친시장 및 민간 주도 성장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프리 얼라이언스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며, 재정건전화와 규제 완화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에너지 보조금은 디젤이나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제도로, 물가 안정과 생계비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재정 부담과 왜곡된 가격 신호라는 부작용이 있다. 환율 유연화는 통화 가치를 시장에 더 많이 맡기는 제도로, 외환 부족이나 충격 흡수에 유리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다자 금융기관인 IMF와 IDB는 위기 시점의 유동성과 정책 자문을 제공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재정 긴축과 구조개혁 등 조건부 지원을 전제로 한다.
전문적 분석: 정책 시퀀싱과 정치적 리스크
현재 볼리비아의 핵심 리스크는 외환 유동성 고갈과 보조금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외부 자금이 신속히 확보되면 환율 정상화와 연료 수급 안정을 위한 완충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디젤 보조금을 먼저 다루고 대중교통 휘발유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접근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전형적 방식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20%를 넘는 환경에서는 보조금 축소가 생활물가에 미치는 파급을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의회 연합 측면에서, 작동 가능한 과반이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개혁 법안의 세부 조항을 둘러싼 이해 조정은 불가피하다. 파스가 유니티 얼라이언스와 PDC의 축을 공고히 하면서도, MAS 계열 일부 의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정책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충성의 균열이 심화하면 대외자금 승인을 포함한 입법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정책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IMF와 IDB의 의향 표명은 긍정적이지만, 대외 의존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을 완화하려면 파스 정부가 자체 개혁 로드맵과 사회적 완충 장치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이는 솔라가 지적했듯, 정부가 단지 IMF 요구를 따르는 정부라는 인식을 피하고 정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망 — 파스 행정부의 단기 지표는 연료 수급 안정, 달러 현물 가용성, 그리고 환율 기대의 변화다. 법제화 속도와 사회적 반응이 상호작용하며 개혁의 폭과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의회 내 연합 공학과 국제금융과의 신뢰 구축이 맞물릴 때, 볼리비아는 재정 안정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반대로, 보조금 조정과 환율 유연화가 충분한 완충 없이 진행될 경우 물가 불안과 사회적 마찰이 확대될 수 있어 단계적 이행과 촘촘한 소통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