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압력 속에서도 신흥국이 여전히 투자 매력적인 두 가지 이유

신흥국 투자를 둘러싼 최신 흐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35%까지, 인도·브라질산 제품에 최대 50%까지 부과하는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면서 신흥국 증시는 급격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MCP 이머징마켓스 LLP의 투자 책임자 카를로스 하덴버그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국면에서도 신흥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2025년 8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하덴버그는 신흥국의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① 강력한 내수 수요와 ② 교역 다변화라는 두 가지 축을 제시했다.

① 강력한 내수 수요: 인도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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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덴버그는 “14억 명이 넘는 인구와 2023년 기준 2조 1,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소비를 보유한 인도는 외부 충격을 완충할 내수 방파제를 갖춘 대표적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4년 5억 2,900만 명 수준인 인도 소비자 수가 2030년에는 7억 7,300만 명으로 확대돼 세계 2위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2019년 이후 인도의 고급 승용차 판매는 연평균 35% 증가했고, 2023년 울트라 럭셔리 주택 판매도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이는 젊은 인구 구조, 소득 상승, 도시화 가속이 고급 소비재 수요를 부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덴버그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25년 10월 시행을 예고한 차세대 GST 개혁이 간접세 체계를 단순화해 소비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GST(부가가치세 통합제도)는 인도 전역의 간접세를 하나로 묶어 세율을 단순화하려는 개혁으로, 자동차·시멘트·의류·신발·보험·중저가 호텔 업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② 교역 다변화: 브라질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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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의 12%에 불과해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직접 피해가 제한적이다. 영국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이 브라질산 제품 전반에 50% 관세를 전면 부과하더라도 3년간 국내총생산(GDP)을 0.3~0.5%포인트 감소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반응도 비교적 차분하다. 2025년 들어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10% 절상됐고,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14%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브라질의 탄탄한 기초체력과 대체 교역 루트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덴버그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내부 교역이 확대되면서 브라질은 중국·인도 등으로의 수출 비중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구매를 대폭 늘렸는데, 같은 현상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BRICS는 2001년 골드만삭스가 신흥국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며 만든 용어로, 최근에는 국제금융기구 창설과 공동 결제통화 논의 등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로 확장되는 교역 네트워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역시 역내 교역 비중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24년에는 역내 교역 비중이 21.5%, 금액으로 3조 5,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국제정치적 긴장 고조 속에서도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지역 협의체로, 관세 인하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역내 단일시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의 함의

하덴버그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시대일수록 단순 수출 통계가 아닌 구조적 요인—인구 규모, 소득 상승세, 역내 교역 네트워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도와 브라질을 “관세 장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 기반을 갖춘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기자 해설: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흔들릴 때마다 거론되는 변수가 바로 달러 강세,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거대 내수시장과 다변화된 공급망을 갖춘 국가들은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비교적 두텁다. 투자자는 고관세 충격으로 인한 단기 조정이 오히려 장기적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