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로이터)—보잉 최고경영자(CEO)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는 자사의 차세대 광동체 여객기 777-9(통칭 777X)에 대한 형식증명(인증) 일정이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이 전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777X의 첫 인도 시점을 2026년으로 제시했다. 이는 2013년 프로그램 출범 당시 목표했던 2020년 대비 무려 6년 늦은 일정이다.
오트버그 CEO는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서 열린 Morgan Stanley Laguna Conference 연설에서 “인증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새로운 기술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정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충격도 만만치 않다. 그는 “777 프로그램은 이미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1
“아주 작은 일정 미스도 회사에는 상당한 재무적 타격을 준다”
라고 말했다.
공급망 부담과 생산 확대 전략
오트버그는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사적 공급망을 짓누르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737 MAX 생산 확대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연말까지 737 MAX 월간 생산량을 42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는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설정한 임시 상한선 38대를 넘어서는 수치다.
다만 그는 “6대 핵심 성과 지표(KPI) 중 1개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증산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부채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보잉은 737 MAX 추락 사고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규모 차입을 진행해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오트버그 CEO는 “회사가 다시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 부채 상환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위기 대응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용어·배경 설명
형식증명(인증, Certification)은 항공기가 상업 운항에 투입되기 전 각국 규제 당국(미국은 FAA)으로부터 설계·안전 기준 충족 여부를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절차다. 777X처럼 동체·날개 재설계, 신기술 장착 비중이 큰 기종은 시험 비행과 문서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777X(777-9)는 기존 777-300ER 후속 모델로, 복합재 폴더블 윙팁, GE9X 신형 엔진을 적용해 연료 효율을 10% 이상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737 MAX는 보잉의 단일 통로(협동체)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2018~2019년 잇따른 추락 사고 후 20개월간 운항이 중단되면서 생산도 멈췄고, 현재 FAA가 정한 일정한 수준 이상의 품질 관리가 확인돼야만 증산이 허용된다.
전문가 관점
시장 분석가들은 777X 지연이 보잉의 광동체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에어버스 A350 계열에 수주를 빼앗길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보잉이 철저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737 MAX 사태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리스크 관리가 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이 장기화될 경우, 목표한 월 42대 생산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방부·우주 사업부 등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전사 차원의 자금 압박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전망
현재 보잉은 777X, 737 MAX, 787 드림라이너 등 핵심 기종의 생산 정상화와 재무 건전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상황이다. 업계는 FAA·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규제 당국의 검증 속도를 주시하며, 777X 시험 비행 데이터 공개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