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77-9, 약 5년 만에 첫 시험비행 임박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NYSE:BA)이 차세대 대형 여객기 ‘777-9’의 첫 시험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륙은 이르면 이번 주 화요일로 예상되며, 마지막 비행 이후 약 5년 만에 다시 하늘로 오르는 셈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어 커런트』(Air Current)의 편집장 존 오스트라우어(Jon Ostrower)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이 777-9의 이륙 준비가 사실상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는 내용을 X(옛 트위터)에 올렸다. 다만 구체적인 이륙 시각이나 비행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777-9는 보잉의 와이드바디(widebody)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종으로, 회사의 상업용 항공 프로그램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이번 시험비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장기 지연을 겪어 온 개발 일정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와이드바디 항공기는 동체 직경이 5m 내외로 비교적 넓어 동시 탑승객 250~400명 이상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를 의미한다. 좁은 통로를 가진 내로바디(narrowbody) 항공기에 비해 좌석 배열이 7열 이상으로 넓은 것이 특징이며, 장거리 노선 운항에 주로 투입된다.

777-9는 777 시리즈를 재설계한 모델로 알려져 있다. 당초 2020년 초 인증 및 상업 서비스 투입이 목표였으나, 설계 변경·엔진 테스트 문제·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락 등 복합적인 변수로 일정이 대폭 미뤄졌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시제기의 실제 비행 기록은 전무하다.

이번 시험비행은 보잉 내부뿐 아니라 항공사와 투자자에게도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항공 시장에서는 친환경 엔진 효율대량 수송 능력을 동시에 충족할 새로운 장거리 기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국제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777-9가 제공할 ‘확장 좌석·연료 효율’ 조합은 항공사 운용비 절감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에어 커런트』의 오스트라우어 편집장은

“5년 만의 비행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아직 인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첫걸음을 떼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 전체의 모멘텀이 회복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비행이 상업 운항 개시로 직결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형식증명(Type Certification) 획득 과정이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사 고객사는 시험·인증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될 때까지 신규 기체 인도를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경향이 있어, 보잉의 현금 흐름에 즉각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 시각

시장조사업체 및 항공 분석가들은 777-9의 여파가 두 갈래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기술 신뢰 회복: 737 MAX 사고 이후 흔들린 보잉의 엔지니어링 신뢰도가 이번 시험비행 성공으로 개선될 수 있다. 둘째, 주가 모멘텀: 상업용 항공기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가시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매출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높은 변동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투자은행들의 기본 시나리오는 777-9가 향후 18~24개월 내 FAA 인증을 확보하고 2027년 이전 주요 항공사에 첫 인도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엔진 제조사 및 부품 공급망의 안정적 협업을 전제로 한다. 최근 항공산업 전반에서 드러난 레이버 쇼티지(숙련인력 부족)부품 지연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에너지·환경 규제 강화도 변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 기준 등장이후, 탄소배출량 저감 성능이 기체 구매 결정의 핵심 척도가 되고 있다. 777-9는 연료 소모율을 기존 777-300ER 대비 최대 10% 이상 절감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증 데이터가 뒷받침돼야만 ‘친환경 기종’이라는 시장 인식을 굳힐 수 있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보잉은 아직 정확한 시험비행 루트·고도·비행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통상 첫 비행은 미국 시애틀 에버렛(Washington State) 인근 페인필드(Paine Field)에서 이뤄진 뒤 태평양 북서부 상공을 선회하는 경로가 관례다. 첫 시험 이후 엔진·비행제어·시스템 통합 테스트가 수백 시간에 걸쳐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병행 심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첫 비행은 전 세계 항공사 견본주문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실제 이륙 장면이 생중계될 경우 마케팅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777-9가 예정대로 이륙해 안정적인 시험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보잉은 팬데믹·기술 리스크·규제 등 복합 악재로 인한 ‘지연 리스크 낙인’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반대로 또다시 일정이 미뤄질 경우, 경쟁사 에어버스의 A350 시리즈가 장거리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FAA 인증 진척도, 엔진 신뢰성, 공급망 안전성이 777-9의 상업적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