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2023년 이후 처음으로 현금흐름 흑자 전환했지만 777X 지연 탓에 대규모 충당금 발생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이 2025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약 2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형 기종 777X 프로그램의 추가 지연으로 인한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순손실 폭이 커진 사실도 공개됐다.

2025년 10월 2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3분기에 737 맥스(MAX) 등 주력 기종의 인도 물량 증가 덕분에 현금 유입을 기록했으나, 777X 관련 개발·인증 일정이 다시 미뤄지면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Boeing 737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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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하이라이트

보잉이 애널리스트 전망치와 비교해 발표한 3분기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Loss per share(조정 주당손실): 7.47달러(예상 –4.59달러)
Revenue(매출): 232억7,000만 달러(예상 219억7,000만 달러)

매출은 전년 동기(178억4,000만 달러) 대비 30% 급증했다. 하지만 777X 관련 충당금 반영으로 인해 주당 7.47달러의 조정 손실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인도 대수·현금흐름 개선 배경

Kelly Ortberg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인증 프로그램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나, 전사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사내 메모에서 밝혔다. Ortberg는 2024년 8월 퇴임 후 복귀해 혼란스러웠던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생산 라인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보잉은 2025년 1~9월 총 440대를 고객사에 인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91대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항공사들은 통상 기체를 인도받을 때 대금 대부분을 지불하기 때문에, 인도 속도가 곧 보잉의 현금 창출 능력을 좌우한다. 2024년 초부터 2025년 6월까지 누적 현금유출이 약 170억 달러에 달했던 회사로서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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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ing assembly line


규제 환경 완화…그러나 과제 산적

2024년 1월 737 맥스 도어 패널이 비행 중 이탈한 사고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생산 상한을 38대/월로 제한했다. 그러나 FAA는 2025년 10월, 월 42대로 상한선을 높이며 보잉의 생산 확대를 허용했다. 또한 일부 기종의 최종 인증 절차를 보잉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는 규제 당국의 신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맥스7·맥스10·777X 등 핵심 신규 기종은 여전히 인증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777X는 초장거리·대형 여객기로, 에미레이트항공 등 고객사들이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소 5년 이상 일정이 밀려 있다. FAA의 최종 안전 인증이 완료돼야 상업 운항이 가능하다.

방위 부문도 문제다. F-15 전투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생산하는 세인트루이스 공장 노동자 약 3,200명이 2025년 여름부터 파업에 돌입해, 노사협약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 해설: 777X란 무엇인가?

777X는 777-300ER과 777-200LR의 후속 기종으로, 복합재로 제작한 접이식 날개와 최대 426석(3등급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쌍발 광동체(wide-body) 여객기다. 보잉은 이 기종을 통해 에어버스 A350-1000과 경쟁하려 하나, 개발 중 수차례 일정 변경과 비용 초과를 겪었다. 접이식 날개는 공항 게이트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 주는 혁신이지만, 1새로운 설계·인증 절차로 인해 복잡성이 크게 높아졌다.


항공사 고객 반응

델타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주요 고객사는 최근 “보잉이 인도 일정 예측 정확도를 눈에 띄게 개선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팬데믹 기간과 이후 제조결함 사태를 거치며 누적됐던 불만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산 차질이 사그라들 경우,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세 속에서 보잉이 손익분기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한다.


향후 전망과 과제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현금흐름의 지속 가능성이다. 737 맥스 생산 확대와 787 드림라이너 안정적 인도가 유지된다면, 2026~2027년까지 연간 수십억 달러의 잉여현금 실현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777X 추가 지연과 방위 부문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손실·현금유출 위험이 남아 있다.

아울러 국제 항공시장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도 변수다. 차세대 항공기 효율성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발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고객 발주가 에어버스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SEG(구 톰슨로이터·리피니티브) 컨센서스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