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디펜스 노조, 더 나은 임금안 요구하며 파업 지속…전투기 생산 전면 중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인근 보잉 디펜스 공장에서 3천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면서 F-15 및 F/A-18 전투기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기계·항공우주노동자연합(IAM) 837지부는 사측이 제시한 새 임금·복리후생안을 8월 4일 부결한 뒤 즉각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써 공장은 3주 넘게 멈춰 서 있으며, F-15 ‘이글’과 F/A-18 ‘슈퍼 호넷’ 등 미국 공군·해군의 핵심 전력 생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시애틀 공장에서 체결한 계약 수준의 대우를 세인트루이스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라”고 IAM 인터내셔널 브라이언 브라이언트 회장은 파업 현장에서 강조했다. 그는 미주리주를 지역구로 둔 웨슬리 벨 민주당 하원의원, IAM 고위 간부들과 함께 피켓 라인에 동참하며 사측에 추가 협상을 촉구했다.


사측·노측 입장차…협상 재개 일정 ‘안갯속’

보잉 세인트루이스 최고경영자인 댄 길리언 부사장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제시한 계약은 평균 40% 임금 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제안”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20% 일반 임금 인상 △5,000달러 서명 보너스 △휴가·병가 확대 등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 시점에서 양측 모두 재협상 일정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노조는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사측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도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제안을 이미 내놓았다”는 입장을 고수,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비교 대상이 된 ‘시애틀 계약’…38% 인상·1만2천 달러 보너스

노조가 기준점으로 삼은 지난해 11월 시애틀 IAM 751지부 계약은 4년간 38% 일반 임금 인상, 연간 성과급 부활, 1만2,000달러 서명 보너스, 퇴직연금(401(k)) 사측 부담금 인상 및 ‘차세대 상업용 항공기’ 시애틀 생산 우선권 명시 등을 담았다. 노조는 이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사례로 제시하며, 세인트루이스 공장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생산성 역시 뒤처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401(k)는 미국 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로, 종업원과 회사가 세전(稅前) 혹은 세후(稅後) 소득 중 일정 비율을 적립한다. 사측 매칭 비율이 높을수록 은퇴 후 수령액이 불어나므로,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전투기 생산 차질이 가져올 파급 효과

세인트루이스 공장은 미 공군·해군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호주·캐나다 등 해외 고객에게도 F-15EX·F/A-18E/F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28년까지 조달 목표로 잡은 F-15EX 104대, 해군이 추진 중인 ‘블록 III’ 슈퍼 호넷 업그레이드 일정이 지연될 경우, 군 전력 공백과 예산 초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산업 애널리스트들은 “보잉 방산부문은 이미 KC-46 공중급유기 결함 문제와 차세대 트레이너(T-7A) 개발 지연으로 실적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생산 중단이 한 달을 넘길 경우 연간 약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1

“노동쟁의로 발생하는 납기 지연은 페널티, 인플레이션, 후속 계약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레이먼드 제임스 방산 담당 애널리스트


배경: 美 제조업 현장 확산되는 임금 인상 요구

최근 미국 제조업계에서는 높은 물가와 인력난을 배경으로 대규모 임금 교섭이 잇따르고 있다. 2023년 UAW(전미자동차노조)는 GM·포드·스텔란티스와 4년간 최대 33% 임금 인상 계약을 이끌어냈고, 2024년 UPS·월마트 물류창고 노동자들도 두 자릿수 인상에 합의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IAM 837지부는 “40% 인상”이라는 보잉 제안을 평균치가 아닌 ‘일반 임금(General Wage Increase)’의 절대값으로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16년인 임금 호봉 정점 도달 기간을 12년 이하로 단축해야 신규·중견 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 시각

산업노동정책연구원(INPI)의 김도현 연구위원은 “방산 부문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 납품 일정국가 안보가 걸려 있어 협상 타결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시애틀과 동일한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임금 인상률을 30%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리는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노조 조직률이 낮은 미 중서부 지역에서 3,000명 이상이 동참한 이번 파업은 노조 세 확산의 시험대”라며, 결과에 따라 항공우주·방산 전반으로 교섭 전략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향후 전망

미 국방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생산 라인 가동 또는 긴급 예산 투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8월 말 또는 9월 초에 재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사측이 기존안을 고수할 경우 노조가 무기한 파업으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타결 지점은 ‘임금 인상률·승급 기간·퇴직연금 매칭률’ 세 항목에서 얼마나 간극을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방산 부문 신뢰 회복이 시급한 만큼, 9월 이전에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과 “대규모 비용 부담 탓에 연말까지 교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엇갈린 시각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