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런던 로이터] 미국 보잉(NYSE: BA)과 스웨덴 사브가 영국 BAE 시스템즈(LON: BAES)와 손잡고 영국 공군의 차세대 제트 훈련기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세 명의 소식통이 밝혔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보잉과 사브는 현재 미 공군용으로 공동 개발한 T-7 ‘레드호크’ 고등훈련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생산이 중단된 호크(Hawk) 훈련기 대체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호크 일부 기체는 영국 공군 곡예비행팀 ‘레드 애로즈’의 상징적인 붉은 도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부 조건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최종 합의가 반드시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루머와 추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라고 BAE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이어 “훈련 체계는 우리 항공 부문 전략의 핵심 축이며, 실제 훈련과 시뮬레이션(합성) 훈련 역량 모두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브 대변인 역시 “보잉과 T-7 공동 개발이라는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루머나 추측에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잉 측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영국 전략국방검토가 촉발한 시장 재편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전략국방검토(SDSR)에서 수십 년간 주력 훈련기로 사용돼 온 호크를 대체하겠다고 공식 명시했다. 정부는 ‘영국 내 기반을 둔 공급업체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BAE-보잉-사브 3자 연합이 성사될 경우 호크 생산이 종료된 이후에도 영국 내 항공 제조 ‧ 정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호크와 T-7, 그리고 차세대 훈련기 시장
호크는 1976년 초도 비행 이후 전 세계 18개국 1,000여 대 이상 납품된 대표적 고등훈련기다. 반면 T-7 ‘레드호크’는 디지털 설계·제조 공정을 도입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한 5세대 훈련기로, 미 공군이 351대를 발주했다. 고등훈련기(Advanced Jet Trainer)는 전투기 조종사가 실전 배치 전 마스터해야 하는 고난도 기동·무장 운용을 교육하며, 최근에는 가상·증강현실 기반의 통합 훈련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국제 방산 협력의 새 흐름
BAE는 영국 방위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현재 6세대 전투기 사업 ‘템피스트(Tempest)’를 주도하고 있다. 보잉은 세계 2위 방산업체이며, 사브는 스웨덴 전투기 그리펜(Gripen)으로 알려져 있다. 세 기업이 손을 잡을 경우 영국·미국·스웨덴 3국 협력 모델이 형성돼 기술력·예산·시장 접근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현 단계에서 영국 국방부는 구체적인 사업 일정과 입찰 요건을 아직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대 후반까지는 노후한 호크 훈련기 전량을 교체해야 한다는 내부 목표가 거론된다. 실제 사업 공고가 뜨면 레오나르도(이탈리아), 롤스로이스 등 유럽 방산업체들도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으며, KAI ‘T-50’ 등 한국·아시아 기체들의 수출 전략과도 맞물려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 호크(Hawk) : BAE가 1970년대 개발한 1,000마력급 터보팬 제트훈련기로, 조종사 양성뿐 아니라 곡예비행에도 사용된다.
- 레드 애로즈(Red Arrows) : 영국 공군 소속 9대의 호크로 구성된 곡예비행대. 붉은색 도장과 연막으로 유명하다.
- 전략국방검토(SDSR) : 영국 정부가 5년 단위로 수행하는 국방 중장기 전략 보고서.
- T-7 레드호크 : 보잉·사브가 공동 설계한 최신 훈련기. 디지털 트윈과 모듈형 설계로 유지비와 훈련 시간을 줄였다.
업계 시각(분석)
방산 컨설팅 기업 ‘테쉴럼 어드바이저리’의 추정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글로벌 고등훈련기 시장은 약 400억~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차세대 훈련기 입찰은 유럽·북미 방산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시뮬레이션 통합 능력과 평생주기 비용이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라고 분석한다.
한편, 영국 정부는 최근 국산화 및 동맹국 간 공급망 강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어, 보잉·사브가 BAE와 연결 고리를 마련했다는 점이 시장 반응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