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 2029년까지 최대 1,100명 감원…뤼틀링겐 공장 재편해 반도체 집중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로버트 보쉬(Robert Bosch GmbH)가 뤼틀링겐(Reutlingen) 공장에서 최대 1,100명을 감원하고 생산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보쉬는 해당 공장의 주력을 기존 전자제어장치(ECU)에서 반도체 생산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전자제어장치 생산은 더 이상 비용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디르크 크레스(Dirk Kress) 부사장보쉬 반도체 사업부 총괄은 성명을 통해 “유럽의 ECU 시장은 가격 경쟁이 극심하며 신규 진입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본사 차원에서도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공장의 장기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구조조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현장과 지역 사회의 미래를 지키려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 디르크 크레스 보쉬 반도체사업부 부사장

현재 뤼틀링겐 공장은 약 1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제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제조 허브로 꼽힌다. 보쉬설립 1886년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해 나갈 방침이다.

● 용어 해설: 전자제어장치(ECU)

ECU(Electronic Control Unit)는 엔진·변속기·제동장치 등 자동차 내 각종 시스템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컴퓨터 모듈이다. 차량 1대당 수십~수백 개가 들어가며, 반도체 칩·센서·소프트웨어가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최근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으로 ECU 수요가 급등했지만, 가격 경쟁 심화와 해외 저가 업체의 시장 진입으로 유럽 제조사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 용어 해설: 관세 전쟁(Tariff War)

‘관세 전쟁’은 국가 간 무역 마찰로 관세를 올려 상대국 제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미국중국·EU 사이 갈등이 대표적이며, 자동차·부품 산업도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높은 관세는 생산비 증가, 수출 둔화,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유럽 제조사들이 직면한 복합적 위협 요인 중 하나다.

● 산업·지역경제 파장

전문가들은 독일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 ‘연쇄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중소 부품사와 지역 하청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예상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보쉬는 “재교육·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감원 대상 인력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 기자 시각

보쉬의 전략은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과 전장(電裝) 경쟁 심화 속에서, ‘고부가가치 반도체 내재화’는 독일 제조업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돌파구다. 그러나 대규모 감원이 노동 시장과 지역 사회에 남길 상흔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조와 지방정부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감원 속도와 규모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 전망 및 과제

향후 보쉬는 자동차용 전력반도체·센서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유럽·아시아·북미 등지에 다각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국·역내 생산 회귀(Reshoring)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어 정책 대응역량 또한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2029년 이후에도 자동차 전장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보쉬가 인력 감축 이후에도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이어가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변모하는 만큼, 향후 발표될 보쉬의 후속 투자 계획지역사회 상생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