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취임…투스크 총리의 EU 친화 노선에 제동

바르샤바발(Reuters)—폴란드의 보수 역사학자이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 지지자로 알려진 카롤 나브로츠키가 7일(현지시간) 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로써 중도 성향 정부를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의 권력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나브로츠키는 제1야당법과 정의당(PiS)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번 결과는 유럽연합(EU)과 더욱 긴밀한 관계 구축에 주력해 온 투스크 총리에게 뼈아픈 패배로 평가된다.

폴란드 정치권은 이미 전임 안제이 두다 대통령 재임 시기 경험한 ‘입법 교착’이 재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상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가 추진하는 법안을 막을 수 있는데, 나브로츠키 역시 PiS가 단행했던 사법개혁을 되돌리려는 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나브로츠키 측 대변인 라팔 레스키에비치는 “미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폴란드의 최우선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투스크 총리가 주장하는 ‘EU 방위 역량 강화’ 구상과 달리, 나브로츠키가 미·폴 안보 동맹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그는 또 “현 단계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EU에 즉각 가입할 자리는 없다”고 밝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던 두다 대통령 시절과는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폴란드 국회가 NATO 신규 회원국 가입안을 비준하려면 대통령 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브로츠키의 발언은 향후 동맹 확장에 변수가 될 수 있다.

PiS와의 관계·독자 행보 두 갈래 시나리오
나브로츠키는 국립기억연구소(IPN) 소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지만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사회학자 안제이 리하르트(폴란드과학원)는 “그가 PiS 노선을 그대로 따를지, 아니면 독자 정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며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의 대선 캠페인은 파란만장했다. 노인에게 양육·간병을 약속한 대가로 부동산을 넘겨받았다는 의혹, 과거 축구 훌리건 간 조직 난투에 가담했던 사실이 잇달아 보도됐다. 나브로츠키는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아마추어 복서로서 ‘터프 가이’ 이미지를 스스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선거 불복 움직임과 길거리 갈등
자유주의 성향의 패배 후보 라팔 트샤스코프스키를 지지한 시민들은 대법원에 수천 건의 부정선거 항의를 접수했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 일부 투표소에서 규정 미비가 발견됐지만 당락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투스크 총리 지지자들은 “민의 왜곡”을 주장하며 거리 시위를 예고했고, PiS 의원 미하우 보이치크X(옛 트위터)에 “애국자들은 모두 7일 바르샤바로 모여 새 대통령 취임을 지켜보라”고 촉구했다. 취임식 당일 수도 곳곳에서 대규모 맞불 집회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용어 해설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구호로, 보수·민족주의적 가치를 강조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법과 정의당(PiS): 2001년 창당된 폴란드 우파 민족주의 정당. 2015~2023년 집권하며 사법·언론 개혁을 추진해 EU와 잦은 갈등을 빚었다.
국립기억연구소(IPN): 20세기 폴란드 현대사 연구와 공산정권 범죄 조사·기소를 담당하는 독립 정부기관.

전망
재정적자 압박 속에서도 나브로츠키가 제시한 감세안 등 포퓰리즘 공약이 입법화된다면 투스크 정부의 예산 운용은 더욱 곤란해질 수 있다. 동시에 NATO·EU, 나아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서 폴란드 외교 정책이 친EU-친미 균형 대신 친미 우선 노선으로 기울면 역내 긴장도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