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총리, 크리스마스까지 연방 예산 합의 최후통첩…불발 시 정부 붕괴 경고

브뤼셀 — 벨기에 총리 바르트 더 베버연정 파트너들에게 크리스마스까지 연방 예산에 합의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 붕괴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경고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5개 정당 연립으로 구성된 현 정부의 예산 협상은 수개월째 지지부진했고 이번 주 들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더 베버 총리는 협상 난항을 국왕에게 공식 보고했고, 의회에서 “그래서 제가 요청했다. ‘전하, 50일을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최대 기간’에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핵심 재정 지표도 압박을 키우고 있다. 벨기에 중앙은행에 따르면 유로존 6위 규모 경제인 벨기에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 달할 전망이며, 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4.7%로 예상된다. 이는 EU 예산 규율에서 합의된 상한을 명백히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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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버 총리는 적자와 부채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100억 유로(약 116.6억 달러)에 달하는 지출 삭감과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재정 트랙을 조기에 명확히 함으로써 거시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프랑스어권 자유당(MR)이 특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MR은 제시된 부가가치세(VAT)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았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을 올리는 다음 차수의 임금 자동 인상(인플레이션 연동)을 건너뛰는 방안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요청했다. ‘전하, 50일을 주십시오.’ 이 ‘최대 기간’에 연장은 없다.”
— 바르트 더 베버 벨기에 총리, 의회 발언

한편, 벨기에 정부는 이번 주 드론 목격으로 인해 공항과 군사 기지가 일시 폐쇄되는 사태를 겪은 뒤, 안보 위험 대응에 분주했다. 정부는 초기 조치로 자국 영공 감시 능력을 우선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용어 설명과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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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연립정부): 다당제가 보편적인 벨기에에서는 단일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러 정당이 정권을 구성해 국정 과제를 협의로 추진하는데, 핵심 정책인 예산 편성에서 이해가 충돌하면 합의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EU 예산 규율: 회원국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자와 부채에 상한을 두는 규범적 틀을 말한다. 로이터 보도에서 벨기에의 적자·부채 수준이 이 상한을 상회한다고 지적됐다. 구체 수치의 법정 기준은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으나, 해당 규율은 회원국의 지출·세입 정책 결정에 실질적 제약을 가한다.

임금 자동 인상(인덱세이션):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임금이 일정 주기마다 자동 조정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지키는 장점이 있으나, 높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기업 비용 증가와 추가적인 물가 압력(이른바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촉발할 수 있다는 논쟁이 따른다.

부가가치세(VAT): 재화·용역의 각 생산·유통 단계에서 부가된 가치에 매겨지는 소비세다. 세수 확대에 비교적 신속히 기여할 수 있으나, 역진성 논란과 물가 자극 우려가 뒤따른다.


정치·정책 일정의 분수령: 크리스마스 데드라인의 의미

크리스마스까지로 명확히 특정된 마감은 연정 내부의 협상 압력을 크게 높인다. 예산안은 정부 기능 유지의 핵심이므로, 데드라인을 넘겨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붕괴재구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 이는 행정부의 정책 집행 지연과 규제·세제 의사결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정책 가시성 저하라는 형태의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제시한 적자 4.5%/부채 104.7%라는 수치는, 향후 EU 차원의 재정 감시 강화와 국내 긴축 논의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총리가 언급한 10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축소·세입 확충 패키지는 규모 면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담고 있으나, VAT 인상임금 인덱세이션 조정처럼 정치적 비용이 큰 선택지를 포함해 연정 합의가 난항을 겪는 양상이다.

특히 MR당의 반대는 연정 내 정책 선호의 균열을 보여준다. 소비세 증세는 단기 세수 확충에 유효하지만 생활물가 상승 우려를 키울 수 있고, 임금 자동 인상의 스킵은 기업 비용 부담을 낮추는 대신 가계 소득 경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분배·성장·물가 간 균형 선택이 얽힌 쟁점은 기술적 타협을 넘어 정치적 교환(trade-off)을 요구한다.


안보 변수: 드론 위협이 던진 과제

이번 주 드론 목격으로 인한 공항·군사기지 폐쇄는, 재정 논의와 별개로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에 대한 시험대가 됐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영공 감시 강화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공공안전과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한 기초 체계를 보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보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예산 협상이 지연될 경우, 관련 투자와 대응 예산의 배분도 함께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


전망과 관전 포인트

시간표: 총리가 제시한 50일의 ‘최대 기간’은 연장 불가 원칙이 분명하다. 일정이 다가올수록 쟁점 축소나 단계적 합의 같은 절충 설계가 시도될 수 있다.

정책 조합: 세입(예: VAT)과 세출(지출 삭감) 가운데 어느 쪽 비중을 높일지, 그리고 임금 인덱세이션과 같은 구조적 변수에 어떻게 접근할지가 관건이다. 각 정당의 핵심 지지기반과 정책 정체성에 따른 레드라인이 협상 경로를 좌우할 것이다.

대외 환경: EU의 재정 규율 준수 압력과 국내 경기 여건은 협상 계산에 변수가 된다. 재정 신뢰도 회복의 필요성과 사회적 비용 간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환율 참고: $1 = 0.8575 유로로이터 제시. 단, 이는 보도 시점의 참조치로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