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앤 제리스의 공동창업자 벤 코헨은 모회사인 매그넘 아이스크림 컴퍼니(Magnum Ice Cream Company)의 최근 이사회 개편에 대해 “오웰적(Orwellian)”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브랜드가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12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매그넘의 분사와 상장 이후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벤 앤 제리스의 사회적 사명과 독립적 거버넌스를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그넘은 독립적인 아이스크림 회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지난주 공식 출범했으며, 이미 기업 내부 갈등의 긴 역사를 한 주만에 만들어냈다고 보도되었다.

벤 코헨(왼쪽)과 제리 그린필드가 2024년 펜실베이니아 프랭클린 스퀘어에서 지원 행사 중인 모습 (자료사진)
벤 앤 제리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욛하난 센프(Jochanan Senf)는 유니레버(Unilever)가 임명한 인사로, 이사회 임기 상한선(9년), 이사회 운영 규율·교류에 관한 프로토콜 마련, 매그넘의 사업윤리 규범 준수 의무화 등 이사회 구성과 운영 규정을 변경하면 거버넌스와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벤 코헨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사회적 사명을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이사회 미래를 대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해체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코헨은 이러한 조치를 ‘권력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또 다른 처절한 권력 쟁탈”이라고 표현했다.
“They said that they’re enhancing the social mission when they’re actually destroying it. They said that they’re future-proofing the Board of Directors when they’re actually dismantling it.”
— 벤 앤 제리스 공동창업자, 벤 코헨
이번 조치로 인해 독립 이사회 소속 세 명의 이사가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의장인 아누라다 미탈(Anuradha Mittal)은 회사로부터 “더 이상 이사회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격 상실 통보를 받았으며, 회사는 “내부 조사”가 있었다고만 밝히고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벤 코헨은 초기에 의장 해임 시도가 있었고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하자 “임기 초과”를 근거로 제시했다고 설명하며 이를 임의적이고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벤 앤 제리스는 2000년 유니레버에 매각될 당시 독립 이사회 유지와 사회적 사명(social mission)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이사회와 공동창업자인 벤 코헨 및 제리 그린필드(Jerry Greenfield)는 회사 측이 사회적 사명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졌고, 이는 매그넘으로 분사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유니레버와 매그넘은 재무·운영 등 사회적 사명과 명시적으로 위임된 사안 외 모든 문제에 대해 주된 책임을 유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매그넘과 유니레버 측에 대한 CNBC의 공식 질의에는 아직 답변이 없었으며, 유니레버는 벤 앤 제리스의 사회적 사명이 2000년 합의 범위를 벗어났고 이는 실질적 명성 및 사업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요 수치
벤 앤 제리스는 유니레버 아이스크림 그룹의 4대 글로벌 파워 브랜드(Heartbrand, Magnum, Cornetto 포함) 중 하나로 2024년 그룹 매출에 11억 유로(약 13억 달러)를 기여하며 포트폴리오 내에서 세 번째로 큰 매출 창출 브랜드였다. 네 개 브랜드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82%를 차지했다. 매그넘은 2025년 12월 8일 암스테르담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약 10% 상승했으며, 회사 가치는 현재 약 900만 유로로 보도되었다. 매그넘은 2026년부터 연간 매출 성장률 목표를 3~5%로 제시했다.
벤 코헨은 자신이 여전히 브랜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매그넘이 벤 앤 제리스를 계속 보유하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경영진이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벤 앤 제리스의 가치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우선하는 입지에 결부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그넘이 이 자산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오히려 벤 앤 제리스를 매각해 자금을 다른 중간 수준 브랜드에 투자하는 편이 투자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그넘 최고경영자 피터 터 쿨베(Peter ter Kulve)의 최근 인터뷰 장면(자료사진)
매그넘의 CEO인 피터 터 쿨베(Peter ter Kulve)는 지난주 CNBC의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아이스크림 사업에 진정한 집중이 필요했다”고 밝혔고, 이는 매그넘이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다만 분사와 상장이 이러한 내부 갈등을 봉인하지는 못했다.
코헨과 그린필드는 2025년 9월 #FreeBenAndJerrys 캠페인을 시작해, 브랜드가 사회적 사명을 다시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벤 앤 제리스를 인수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코헨은 “그 그룹의 투자자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유니레버와 매그넘은 인수 검토를 위한 필요한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헨은 해당 투자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회적 사명(사회적 미션)이란?
벤 앤 제리스가 사용하는 사회적 사명(social mission)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공헌을 넘어 사업 운영 전반에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의미한다. 회사는 제품 미션, 재무 미션과 함께 세 축의 미션을 유지해왔으며,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직원·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개념은 전통적 다국적기업의 이익 중심 경영과 충돌할 수 있으며, 그 갈등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법적·거버넌스적 쟁점 및 시장 영향 관찰
이번 사태는 몇 가지 법적·거버넌스적 쟁점을 제기한다. 첫째, 유니레버가 2000년 인수 당시 보장한 독립 이사회 권한과 사회적 사명에 관한 합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사회 구성원 자격과 임기 제한을 근거로 한 해임이 임의적·차별적 행위인지 여부는 향후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 코헨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향후 소송·중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한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벤 앤 제리스는 그룹 내에서 높은 매출 기여도를 보이는 브랜드(2024년 매출 11억 유로)로서 브랜드 가치 훼손은 매그넘·유니레버 측의 재무성과와 평판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매그넘 주가는 상장 후 약 10% 상승했으나, 브랜드 관련 분쟁·소송 가능성은 투자자에게 장기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그넘의 2026년 이후 3~5% 성장 목표 달성에도 브랜드 신뢰 훼손은 소비자 수요와 혁신 수용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군이 사회적 가치와 연계된 경우, 소비자 충성도가 매출의 중요한 동력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매그넘이 벤 앤 제리스의 정체성을 ‘중간 수준의 브랜드’로 동질화하려는 시도는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포지셔닝 상실로 이어져 수익성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전망
향후 전개 방향은 몇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첫째, 매그넘이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사회 개편을 강행할 경우 법적 분쟁과 지속적 여론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매그넘이 일부 양보를 통해 사회적 사명 유지와 거버넌스 개선을 병행하려 할 경우 브랜드 신뢰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 셋째, 외부의 사회적 가치 지향 투자자가 벤 앤 제리스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브랜드 정체성 회복과 더불어 매그넘·유니레버의 포트폴리오 재편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사회 인사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 주주가치, 소비자 신뢰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매그넘과 유니레버의 결정은 단기적 재무지표뿐 아니라 중장기적 브랜드 가치와 시장 포지셔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투자자·소비자·규제당국의 주목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