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디아(Validea)의 벤저민 그레이엄 가치투자 모델이 2025년 8월 2일 자로 두 종목의 투자 매력도를 상향 조정했다. 시가총액 4억 달러대의 중소형 부품업체 타이탄 인터내셔널(Titan International, TWI)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거대 인터넷 지주사 나스퍼스(Naspers, ADR 티커 NPSNY)가 그 주인공이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밸러디아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고전적 가치 기준―낮은 P/B·P/E, 안정적 부채 구조, 장기 실적 추세―을 활용해 두 기업의 점수를 새롭게 산정했다. 그 결과 TWI는 71%에서 86%로, NPSNY는 86%에서 만점에 해당하는 100%로 올라섰다. 통상 80% 이상이면 전략 모델이 ‘관심’ 단계, 90% 이상이면 ‘강한 매수 관심’ 단계로 분류된다.
타이탄 인터내셔널은 농업·건설·소비자용 오프하이웨이(도로 외) 휠·타이어·언더캐리지 전문 제조사다. 농업 기계부터 광산 및 군용 중장비까지 다양한 장비에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라틴아메리카 공장에서 경트럭·바이어스 트럭 타이어도 생산한다. 회사는 고디이어 파암 타이어(Goodyear Farm Tire) 등 4개 브랜드를 보유한다.
밸러디아 보고서에 따르면 TWI는 섹터 적합성, 매출 규모, 유동성 비율, 순운전자본 대비 장기부채 항목에서 모두 ‘통과(PASS)’를 받았다. 반면 10년 장기 EPS 성장률은 그레이엄 최소 기준에 미달해 ‘FAIL’로 표시됐다.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은 가치지표 대비 비중이 낮아 등급 상승에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나스퍼스는 글로벌 소비자 인터넷·미디어·핀테크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거대 지주회사다. 유럽 상장 자회사 프로서스(Prosus N.V.)를 통해 100여 개국에서 음식배달, 온라인 중고거래, 결제·핀테크, 교육기술(EdTech)을 아우른다. 특히 중국 텐센트(Tencent) 지분 보유로 유명하며, 이는 해외 투자자에게 나스퍼스를 ‘간접 텐센트 투자 수단’으로 각인시켰다.
나스퍼스는 이번 평가에서 모든 세부 항목을 완벽 통과했다. 낮은 P/B, 견조한 EPS 성장, 우수한 재무건전성 등이 만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밸러디아는 “그레이엄식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전략 해설: 왜 벤저민 그레이엄인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은 자산가치 대비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1936~1956년 그의 투자펀드는 연평균 20% 수익률을 기록해 동기간 시장 수익률(12.2%)을 크게 상회했다. 워런 버핏, 존 템플턴 등 수많은 전설적 투자자들이 그의 제자를 자처한다.
그레이엄 전략의 핵심은 ①재무 안정성 ②수익성·성장성 ③주가 대비 자산가치 세 축이다. 투자자는 ‘내재가치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에서 매수해 하락 위험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때 차익을 실현한다.
세부 점검 결과
타이탄 인터내셔널
• P/E, P/B 모두 그레이엄 기준 이하
• 유동비율(Current Ratio) 양호
• 장기부채/순운전 자본 비중 낮음
• 10년 EPS 성장률 미달 → 개선 여지
나스퍼스(ADR)
• 전 항목 올패스(100%)
• 텐센트 지분으로 인한 숨겨진 가치
• 글로벌 음식배달·핀테크 포트폴리오 다각화
• 남아공 본토통화 리스크 → ADR 구조로 완화
투자 목적으로 ADR(미국예탁주식)을 선택할 경우, 본토 상장주 대비 환율·유동성·세제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 ADR은 원화 기준 손익에 달러·원 환율 변동이 직·간접 반영되며, 배당 소득세 처리 방식도 상이하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는 나스퍼스의 만점을 특히 주목한다. 텐센트 평가가치만 보수적으로 적용해도 나스퍼스 시총이 과도하게 할인돼 있다는 ‘NAV 디스카운트’ 논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프로서스가 자사주 매입과 텐센트 지분 처분을 병행하며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타이탄 인터내셔널의 경우 EPS 성장률 미흡이 약점으로 남아 있으나, 북미 농기계 교체 주기와 인플레이션발 생산자 가격(PPI) 상승을 감안하면 마진 방어력 개선이 기대된다는 진단이다. 다만 원재료(고무·철강) 가격 변동성, 국제 물류비, 농업경기 사이클 등 외생 요소에 따라 변동폭이 클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이 권고된다.
한편 밸러디아는 18명의 ‘전설적 투자 전략’을 데이터화해 모델 포트폴리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버핏, 피터 린치, 마틴 즈바이그 등도 포함되지만, 그레이엄 모델은 여전히 보수적 투자자에게 가장 널리 참조되는 기준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각 전략의 채점 결과를 ‘절대적 매수·매도’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재무적 안전마진 확인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소형 고밸류 주식, 고성장 테마주 등 단기 변동성이 큰 종목은 그레이엄 전략의 필터를 통과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나스퍼스는 가치·성장·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드문 ‘완벽 사례’로 꼽혔고, 타이탄 인터내셔널은 산업 특화 경쟁력이 돋보이지만 장기 성장률 개선이 관건으로 남아 있다. 양사 모두 주가·환율 변동성, 거시경제 변수, 원자재 가격 등을 종합 고려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불변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