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앤제리스 공동 설립자, 유니레버 산하 독립성 약화에 반발하며 사임

벤앤제리스(Ben & Jerry’s) 공동 설립자 제리 그린필드(Jerry Greenfield)가 약 50년 전 직접 창업한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물러났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보도했다. 그린필드는 인터뷰에서 모회사와의 관계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경영 철학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그린필드는 “벤앤제리스가 유니레버(Unilever) 산하에 편입된 뒤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가 제약을 받으면서 브랜드 고유의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으며, 결국 자신의 거취를 정리하는 결단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FT 기사에 따르면, 영국 본사를 둔 대형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최근 몇 년간 벤앤제리스의 사회‧환경 관련 메시지를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판단해 수위를 조정해 왔다. 그린필드는 이 조치가 결과적으로 “회사의 창업 정신과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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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과 사회적 행동주의 — 핵심 개념 해설

독립성(independence)은 창업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외부 이해관계자의 간섭 없이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혹은 중소 규모의 브랜드가 대형 글로벌 기업에 인수될 경우, 자본·유통·마케팅 측면의 이점이 생기는 반면 의사 결정의 자율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린필드는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았다.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는 기업이 이윤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인권·환경·다양성 등 공공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자원을 투입하는 활동을 뜻한다. 벤앤제리스는 창업 초기부터 기후변화, 성평등, 소수자 권익 등의 주제에 대해 제품명이나 캠페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전개해 왔다.


벤앤제리스의 딜레마

벤앤제리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이 사회적 목소리에 있었다는 점에서, 모회사와의 입장 차이가 깊어질수록 경영·마케팅 전략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원 배분, 광고 문구, 캠페인 주제 선정 등 세부 의사결정에서 창업자의 의견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국적 기업의 포트폴리오는 필연적으로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개별 브랜드가 급진적 메시지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한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의 투자자나 법률 자문팀은 정치적 중립시장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며, 브랜드마다 다른 수위를 허용하기보다는 중앙 집중형 가이드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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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사임의 상징성

이번 사임은 단순한 인사(人事)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첫째, 창업자가 물러났다는 것은 벤앤제리스 내부에서 독립성과 행동주의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둘째, 소비재 업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해 온 대표적 브랜드의 리더십 변화는,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다른 기업에도 신호를 줄 수 있다.

특히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가치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다국적 모회사를 둔 브랜드가 어느 정도까지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는 투자자·소비자·시민단체 모두의 관심사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린필드의 결단은 “창업 철학과 자본 논리가 충돌할 때 창업자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문가 의견과 잠재적 파장

“브랜드가 구축한 사회적 자본은 창업자의 지속적 참여와 일관된 메시지에서 비롯된다. 그린필드의 퇴진은 벤앤제리스가 가진 상징적·도덕적 자본에 공백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 미국 버몬트 주 소재 비영리 연구소 관계자

전문가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벤앤제리스 고객층이 창업자의 철학을 구매 동기로 삼아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약 향후 브랜드가 사회적 메시지를 축소하면, 일부 소비자는 대체 브랜드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유니레버가 안정적 품질·가격 관리를 통해 ‘메인스트림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체질을 전환한다면 단기 매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후임 인선이나 향후 사회적 캠페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유니레버 측이 최소한의 공식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 감시는 “창업자 퇴진 후 첫 대규모 캠페인이 브랜드의 진로를 가늠할 핵심 잣대”라고 분석한다.


사회적 브랜드에게 던져진 교훈

벤앤제리스 사례는 ‘가치기반 브랜딩(value-based branding)’을 핵심 전략으로 삼은 기업들에 복합적인 시그널을 보낸다. 독립적 경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지배구조 상단에서 가치를 조정하려는 압력이 클 경우 창업자·경영진·투자자 간 긴장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결국 브랜드 철학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분 구조·계약 조항·거버넌스 모델에 ‘가치 보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그린필드의 결단은 이를 손쉽게 간과했던 업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의 사회적 캠페인을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할지, 2) 창업자 공백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유지될지, 3) 비슷한 딜레마를 겪는 다른 자회사 브랜드들이 어떤 선례를 참고할지 등이 핵심 변수로 제시된다.

그린필드는 공식 성명에서 “이사회나 외부 자문 역할을 맡을 계획이 없다”며 완전한 결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브랜드 안팎에서는 벤앤제리스다운, 벤앤제리스의 미래”가 가능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유니레버가 ‘균형 잡힌 사회적 메시지’와 ‘안정적 이익 창출’을 조화시키는 전략을 내놓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가 재평가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사회적 행동주의를 브랜드 포지셔닝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 온 만큼 완화된 메시지는 오히려 ‘아이덴티티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린필드는 마지막으로 “최근 결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창업자가 지켜왔던 신념을 통해 벤앤제리스가 지향하던 가치를 외부에서도 계속 확산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