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국 록히드마틴 헬리콥터 2대 구매 합의…무역 협상 동시 진행

하노이— 베트남 공안부가 미국 록히드마틴(NYSE:LMT)으로부터 헬리콥터 2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미국이 2016년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이후 체결되는 가장 의미 있는 양자 안보 거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협상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은 “베트남 공안부가 최소 2022년부터 미국 방산업체들과 장기간 협상을 벌여 왔으며, 그 결과 록히드마틴과의 헬리콥터 도입 계약이 가시화됐다”고 전했다.

소식통 가운데 한 명은 “베트남 조종사들이 이미 록히드마틴 산하 Sikorsky(시코르스키)에서 제작한 헬리콥터로 훈련을 받고 있다”면서 “계약 규모는 1억 달러를 훌쩍 넘으며, 향후 헬기 추가 구매 옵션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기종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훈련 기종으로는 민·군 겸용 S-92가 거론되고 있다.


왜 S-92인가?
S-92는 19명을 태울 수 있는 중형 헬리콥터로, 해상 검색·구조(SAR), 특수 작전, VIP 수송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된다. 현재 한국·캐나다·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에서 정부·군·해양경비용으로 운용 중이며, 무장 플랫폼으로 개조할 수도 있어 다목적성이 돋보인다.

또 다른 두 명의 소식통도 “헬리콥터 2대 구매 합의” 사실을 재확인했지만, 가격과 구체적 모델은 공개하지 않았다. 협상은 아직 계약서 문구 조율 등 세부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 결정은 베트남이 전통적 우군인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베트남은 전체 군 장비의 약 80%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방산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하노이는 미국·유럽·이스라엘 등으로 무기 조달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중수송기 C-130 협상도 병행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베트남 국방부와 C-130 Hercules 군용 수송기 판매도 협의 중이다. C-130은 20톤급 화물 또는 병력 92명을 탑재할 수 있는 전천후 다목적 수송기로,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장거리 공수 능력을 확대하려 할 경우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기관 반응
록히드마틴 대변인은 “획득 관련 질의는 베트남 정부로 이관한다”고만 답했다. 베트남 공안부·외교부는 로이터의 전화·서면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베트남 국회는 2022년 6월 기동경찰부대 창설법을 통과시켜, 대테러·대규모 소요진압 임무를 담당할 전담 부대를 신설했다. 해당 법령에는 헬리콥터·장갑차·공중강습 장비 확보 계획이 포함돼 있어 이번 도입이 실제 임무 배치를 염두에 둔 결정임을 시사한다.


무역 협상과의 교차 지점
베트남과 미국은 현재 관세 프레임워크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초 베트남산 수입품에 20% 관세, 환적 제품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산 대(對)베트남 수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하노이는 이를 ‘예비적 틀 합의(preliminary framework)’로 규정하며 추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베 양국 관료들은 “베트남이 미국산 방산 장비를 구매할수록 완전한 무역협정 체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소식통들은 헬리콥터 계약이 관세 협상과 직접 연계됐다는 점을 확언하지는 않았으나, ‘전략적 패키지 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남중국해·인권 변수
미국은 베트남을 ‘인도·태평양 핵심 파트너’로 규정하며 남중국해(베트남명 동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안보 린치핀’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베트남 공안부에 대한 지원은 논란이 적지 않다. 2023년 미 국무부 인권 보고서에는 베트남 공안·경찰의 “중대한 인권 침해” 사례가 기재됐다. 베트남 외교부는 해당 보고서가 “편향·부정확하다”며 반박한 바 있다.

전문가 시각
국내외 군사 분석가들은 “S-92급 다목적 헬기는 베트남 공안이 산악·밀림 지형을 아우르는 치안 작전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작전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C-130 도입까지 성사될 경우, 베트남군은 남중국해 섬·암초에 대한 병력·물자 공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시장·투자 전망
투자자 관점에서는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초기 계약이 록히드마틴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포스트 러시아’ 무기 시장을 선점할 교두보라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베트남이 추가 헬기·수송기·감시 레이더 등으로 계약 범위를 확대하면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후속 주문이 기대된다.


용어 해설
Sikorsky: 록히드마틴이 2015년 인수한 미국 헬리콥터 전문 제조사.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 제작사로도 유명하다.
C-130 Hercules: 1950년대부터 생산된 세계 최장수 전술 수송기로, 70개국 이상에서 운용 중이다.
환적(transshipment) 제품: 제3국에서 가공하거나 포장만 바꿔 관세 혜택을 우회하려는 물품을 의미한다.

이번 헬리콥터 계약이 최종 서명·인도 단계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베트남 안보 협력‘해양 안보’에서 ‘내부 치안·항공 수송’ 분야까지 폭넓게 확장될 전망이다. 다만 인권·관세·중국 변수 등 복합적인 쟁점이 남아 있어, 최종 결과는 유동적이다.